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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뒷걸음, '정서적 거리감'도 문제
북 2차 핵실험, 남북관계 '최악 상황' 오나
2009년 05월 25일 (월) 19:42:06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북핵문제는 북미관계에 연동돼 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5일 오전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2006년 10월에 이은 두 번째 핵실험이다.

이번 핵실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대해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애도의 뜻을 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취해진 조치여서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인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이며, 북측의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이 무색해지게 됐다.

그러나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었다. 북한은 ‘광명성 2호’ 위성발사에 대해 UN안보리가 의장성명을 통해 규탄하고 제재조치를 가한데 대해 지난 4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로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들이 포함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전 부시 행정부와 대북정책에 있어서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2차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간접 시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다분히 미국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한 압박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일부러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가기 위한 선택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북의 핵실험은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상황과 공교롭게 겹친 것 같다”며 “북핵문제는 북미관계에 연동돼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무리 북측이 북미관계 용으로 핵실험을 했다손 치더라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으며, 남북 당국 간 관계가 단절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한국, 유엔 제재 주도시 남북관계 '최악의 상황'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경색된 남북 당국 간 관계는 지난 3월 30일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조사 개시와 4월 21일 북측의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와 함께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측은 개성공단 관련 후속접촉을 갖자고 촉구했지만 남측은 유씨 문제를 거론하며 결국 후속접촉이 불발된 가운데 북측은 지난 18일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특혜조치 철회를 선언해 남북간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맞아 북측이 관련 사실을 보도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족들에게 조전을 보내와 북측 조문단이 내려와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기대감이 한때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북한의 2차 핵실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북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부 성명을 통해 “비핵화 공동 선언과 6자 회담의 합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추가 핵실험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고 “정부는 앞으로 6자 회담 참가국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한국 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 동의 수준을 넘어서 주도하는 분위기로 가면 북한도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인다는 성명서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한반도 문제에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남북간 통로는 열어둬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일부터 평양지역과 개성공단과 금강산 인근지역에 대한 북한 방문을 당분간 유보도록 할 방침”이며 “설비자재 등의 시급성이 떨어지는 물자의 반출은 당분간 유보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 21일 남북 당국간 첫 개성 접촉 이후 약간의 변화 기미를 보이던 정부의 민간교류에 대한 제한 정책이 다시 4월 5일 인공위성 발사 직후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그나마 개성공단은 유지한다는 방향에는 아직 흔들림이 없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정치권도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등도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논평들을 내놓았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어긋난다는 점과 ‘국민장’ 기간에 행해졌다는 점이 주요 골자다.

“하필이면 국민장 기간에”.. “국제정세 냉정하게 봐야”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남북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지만 그보다는 북한에 대한 남측 국민들의 ‘정서적 거리감’이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한 북한 소식통은 “북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애도 조전을 먼저 내보낸 뒤 핵실험에 착수한 것은 나름의 배려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도 “국민적 애도 기간에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정서적 반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궁지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다시 큰소리를 치며 반격에 나설 빌미를 준 것 아니냐며 “하필이면 국민장 기간에 핵실험을 한 것은 남측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 것 아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 소식통은 “장례 기간이 일주일이나 되는데 핵실험을 한번 준비하면 무한정 늦출 수 없다”며 “어차피 핵실험을 하면 우리 국민들의 느낌은 똑 같을 것이므로 하루이틀 늦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을 것”으로 해석했다.

아울러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 남측 정서를 배려할 이유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북미관계는 하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북측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당분간 더욱 냉각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개성공단 폐쇄 등 극단적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냉각기를 이어 가다 하반기 북미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점차 혹은 전면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유엔 안보리 제재 주도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 등 극단적 대결 정책 보다는 장기적 남북관계 개선 구상을 담은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