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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왜 지금 2차 핵실험 단행했나?
핵실험은 '대미용', 내년 5월 NPT 평가회의 염두에 둔 듯
2009년 05월 25일 (월) 15:44:57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북한이 25일 오전 전격적으로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9일 북한은 유엔안보리가 '4.5 위성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과 3개 북 기업을 제재목록에 올린데 반발해 '2차 핵실험'을 경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1일에는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이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결국 시간 문제였던 셈이다.

그러나, '왜 지금인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이번 핵시험의 성공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며 한 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화 인민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고 하여 대내용일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의 요구에 따라"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 있어 핵무기는 근본적으로 대미용이다.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표현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출현한 후 100일간의 정책동향을 지켜본데 의하면 대조선 적대시정책에서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5.8, 북 외무성 대변인)"는 인식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에 억류중인 두 명의 여기자가 석방된 후 대화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과 연관짓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다음달 4일 '두 여기자 재판' 전에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관측이다. 핵실험에 대한 안전판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좀 멀게는 오바마 미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내년 5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와 관련짓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새로운 핵질서' 구상을 끝내기 전에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굳히는 게, 향후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번 핵시험은 폭발력과 조종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안전하게 진행됐"다는 표현이 눈에 띈다.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시 진도가 3.6에 불과해 실패 논란이 일었던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에는 진도 4.5로 관측됐다.

단기적으로는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하게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의 2차 핵실험 전망을 낮춰 보면서 시간이 지나면 협상국면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던 정부 당국자들도 '6자회담은 사실상 끝났다'는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단행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당분간 제재와 대결국면이 예상된다.

특히 대북대결자세를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일본은 당장 긴급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도 "추가 핵실험을 금지한 유엔안보리 결의 1718 위반"이라며 유엔안보리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도 이날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며, "모든 국가의 중대한 근심"이라고 했다.

중.러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핵실험 실시 전에 중국에 통보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정국'에 돌입한 남측 여론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하여 북한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북한은 핵실험 단행 전에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김정일' 개인 명의의 "애도" 조전을 발송했다. '국방위원장' 직책을 명기하지 않았으며, 수신자는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간 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임을 분명히 해왔고, 남북 당국간 대화는 당분간 어렵다는 정세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