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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대훈'북한서적 死藏위기'보도 반향] 지역 출판·문학계 "안타깝다"

"학계·지자체·연구기관 등 적극 나서야" 여론 고조

최일 choil@ggilbo.com 2011.01.31 22:58:10

<속보>=지난 2009년 부도가 난 대훈서적 소유 북한 서적이 사장(死藏) 위기에 처했다는 금강일보의 단독 보도가 대전지역 출판·문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본보 1월 28·31일자 1면 보도>
지역 출판·문학계 인사들은 4000여 종 약 20만 권에 달하는 북한 서적이 부도 여파로 길거리로 내팽개쳐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학술적 가치가 있는 사료인 만큼 지역사회와 관계,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 적절한 활용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1990년대 초부터 북한 서적 수집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김주팔 대훈서적 회장의 작고와 업체 부도 이후 처분하기 곤란한 ‘짐짝’ 신세로 전락, 일부는 파지(破紙)가 될 참담한 운명에 처한 해당 문헌들을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정부 산하 북한 연구기관이나 대학,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는 갈수록 경영난이 심화되는 출판·문학계가 발벗고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란 자조섞인 목소리도 섞여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통일연구원 등의 연구기관, 중앙도서관 내에 북한자료실이 설치돼 있는 배재대, 북한학과가 있는 동국대와 고려대(세종캠퍼스) 등의 대학이 ‘갈 곳을 잃은’ 옛 대훈서적의 북한 서적 인수처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각 기관·대학들은 ‘무상 기증을 받을 경우 소장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십억 원대로 알려진 대훈서적의 채무관계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누군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고, 당장 대량의 서적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도 문제다.


고사 위기에 직면한 북한 서적과 함께 평양에 ‘통일서점’을 설립하겠다던 고(故) 김주팔 회장의 꿈이 사그라지고, 통일독서대회 개최, 계간 ‘통일문학’ 발간, 북한 도서 보급 등 민간통일운동을 전개해 온 그의 노력이 사후(死後) 물거품이 된 것도 지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대전문인협회 임원인 A 씨는 “지역 문인들과 인연이 깊었던 김주팔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후 곧바로 대훈서적이 부도를 맞았고, 그가 각고의 노력으로 수집해 온 북한 서적들마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전에 김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B 씨는 “국내에서 북한 서적을 개인적으로 이처럼 대량 수집한 사례는 김 회장이 전무후무할 것”이라며 “출판계가 갈수록 상업화돼 문학적 가치, 학술적 가치가 있는 문헌들은 명맥을 잃어가고 있다. 남북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던 김 회장이 수집한 소중한 북한 서적들이 하루 아침에 폐지로 버려지는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