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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만든 '북녘어린이 콩우유보내기' 100일의 사랑
전국 8,773개 학교 참여...7일 현재 1,400만원 모아
2010년 10월 10일 (일) 16:36:33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5.24조치 이후 통일부가 대북 인도지원 민간단체들의 반출승인을 가뭄에 콩나듯 하는 시기에 청소년이 앞장서 100일간 마른 땅에 물을 대고 '콩싹'을 키워 화제다.

바로,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본부장 김지영)의 사업인 '북녘어린이콩우유 보내기'에 전국 8,773개 학교 학생들이 100일간 모금운동에 동참한 것.

7일 현재 1,400만원이 모였으며 지금도 꾸준히 저금통이 들어오고 있다고 단체 관계자가 밝혔다.

'100일간의 사랑, 북녘어린이에게 콩우유를 보내요'라고 붙여진 모금운동의 시작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정진화 신화중 교사가 처음 제의,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서 모금운동을 펼친 사례를 중심으로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가 펼치게 됐다.

이 사업을 위해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는 각 지역 학교에 공문을 발송, 전국 71개 지역 8,773개 학교가 동참의 뜻을 밝혔으며 지난 6월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100일간 모금운동을 벌였다.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는 청소년들의 자발적 모금운동을 위해 신청 학교에 통일을 주제로 한 동영상 및 노래 CD, 포스터, 저금통, 콩사랑 단추, 콩사랑 사탕 등을 보냈으며 학생들은 단체가 제공한 물품과 자신들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100일간의 사랑'에 동참했다. 그리고 참여 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는 등 1석2조를 얻었다.

또한 단순한 모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만드는 통일교육을 실천, 명상의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통일 노래와 시 낭송, 북녘 우리말 가로세로 알아맞추기, 점심시간을 이용한 운동장 OX 퀴즈대회, 북녘어린이에게 보내는 사랑의 엽서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 신화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포스터를 들고 '100일간의 사랑, 북녘어린에게 콩우유를 보내요' 참여를 홍보하고 있다.[사진제공-신화중학교 정진화 교사]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100일간의 사랑'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특히, 울진의 한 중학교는 전교생이 24명으로 대부분이 조손가정 학생들로 이 운동에 참여, 10여만원을 모았으나 한 끼를 굶으면서도 북한 어린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단체 관계자는 "그 동안 조손가정 학생들로 소외된 느낌으로 살아온 아이들이지만 이 운동을 통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감격스런'사연을 전했다.

'100일간의 사랑' 운동을 처음 제안한 신화중학교도 2009년에 이어 올해에도 참여했다.

신화중학교 학생회는 모금운동 캠페인을 위해 교내방송도 하고 피켓을 만들어 등굣길 홍보를 했으며 학년별로 포스터를 자체 제작,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작년 5백여 명이 참여한데 이어 올해에는 5백여 명이 훨씬 넘는 학생들이 참여했고 교사들도 학생들의 모금운동에 동참, 현재 202만원을 모았다.

   
▲ 신화중학교 학생들이 모은 저금통과 북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엽서. [사진제공-신화중학교 정진화 교사]

신화중학교 3학년 홍현지 학생은 체험수기에서 "각 반을 돌면서 캠페인 얘기도 하고 콩우유 저금통을 나눠주었다. 저금통이 가득 들어 있던 상자가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정도로 가벼워질수록, 비록 지금은 둘로 나뉘어 있지만 한때 한 나라 같은 동포로서 지낸 북녘 사람들, 특히 수해와 경제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작게나마 콩우유로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 양은 "10월 4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서 10.4선언을 한 날이라고 한다. 2007년이면 3년 전인데, 그 때 했던 여러 약속들이 그 동안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같다. (중략) 우리도 지금의 독일처럼 언어나 문화적 차이같은 당장의 많은 문제를 정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서로의 마음이 닿아 통일하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 (중략) 언젠가 우리와 같이 생활하게 될 북녘어린이들이 아프지 않고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한다."고 적었다.

정진화 신화중학교 교사는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학생들, 특히 학생회가 직접 나서서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북녘어린이들에게 콩우유를 보내자는 운동에 학생들이 직접 기획, 홍보하고 직접 모금을 펼치고 단체에 송금하는 과정까지 손수 해내자 뭔가 해냈다는 것, 뿌듯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한 "대개 아이들은 북한과 남한이라고 하면 왜곡되어 있는 이야기 때문에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그런데 이런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일이 왜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싹트게 됐다"며 "거대담론의 민족화해평화, 선각자들이 한 6.15, 10.4선언의 큰 틀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의 것으로 생각해 보는 과정이 됐고 일선 교사는 물론 교감선생님까지 움직이게 했다"고 아이들을 자랑했다.

   
▲ 신화중학교 학생들은 2009년에 이어 올해에도 202만원을 모았다. 사진은 모은 동전들을 은행으로 운반하는 모습. [사진제공-신화중학교 정진화 교사]

그러나 이러한 청소년들의 정성이 북녘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통일부는 콩우유사업을 위한 '콩' 반출승인을 '평양지역'으로 보낸다는 이유로 지난 6월부터 계속 미루고 있는 것.

단체 관계자는 "학생들의 정성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 아이들을 함께 키운다는 마음, 학생들의 북한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북한 신의주시 수해지원을 통해서라도 꼭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는 오는 13일 오후 6시30분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후원의 밤을 열고, 참가 학교 학생들의 실천 수기모음 시상을 한다. 단체는 시상식을 통해 1등인 대상에게는 중국 당둥지역 콩우유 전달 현장 견학, 금상 수상자에게는 분단선(DMZ) 기행, 은상과 동상 수상학교에는 책을 선물할 계획이다.

'북녘어린이콩우유사업본부'는 평양 지역 102개 유치원과 탁아소에 콩우유 재료와 콩우유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김정숙 탁아소, 대동강 탁아소, 률동유치원, 창광유치원, 오탄유치원 등 44곳에 콩우유 기계가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