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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훈서적 북한서적 파지용 전락

조선속담집등 수천권 고물상에 넘겨져 ··· 대전국제만화전 도록도 폐기될 뻔

서이석·전우용 abc@ggilbo.com 2011.02.06 23:34:49

옛 대훈서적에 보관된 북한서적 대부분이 경기도의 한 보관창고로 옮겨지고 남은 책 전부가 고스란히 파기될 처지에 놓인 가운데 7일 대전시 중구 선화동 한 고물상에 북한서적이 쌓여 있다.
▲옛 대훈서적에 보관된 북한서적 대부분이 경기도의 한 보관창고로 옮겨지고 남은 책 전부가 고스란히 파기될 처지에 놓인 가운데 7일 대전시 중구 선화동 한 고물상에 북한서적이 쌓여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구(舊) 대훈서적 북한서적들의 존폐가 지역 사회의 관심사로 대두된 가운데 일부 서적들이 ‘파지용’으로 전락하는 등 참담한 생존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본보 1월 28.31일자 1면, 2월 1일자 5면 보도>


대전지역 출판.문학계 등에 따르면 구 대훈서적의 북한서적 수천권이 고물상에 넘겨져 파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서적은 구 대훈서적이 부도 사태와 법원 경매 격랑에 휩싸이기 전까지 구 대훈서적의 서고(書庫) 역할을 하던 대전 중구 선화동 대훈빌딩에 보관해오던 책들이다.
구 대훈서적 측은 경매에 부쳐졌던 대훈빌딩이 지난해 11월 낙찰되고, 낙찰자의 건물인도요구에 따라 지난달 말 경기도로 대부분 보관서적들을 옮겨갔으나 일정에 쫓기고 서둘러 작업을 하면서 일부 서적들은 챙기지 못하고 지하서고에 그대로 방치됐다.


앞서 건물 낙찰자는 건물내 사무실을 두고 북한서적들을 관리해오던 구 대훈서적의 별도법인 남북서적출판에 건물인도와 건물내 보관된 서적들을 빼달라는 요구를 지난달말까지로 최후 통첩했다.
현재 이들 잔여서적들을 보관 중인 업체 관계자는 6일 본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일(7일) 오전에 책의 표지와 본문들을 분리하고 찢는 파지 작업을 할 계획”이라며 “대훈서적이 보관하던 책들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이미 파지 공장에 얘기를 해놨고,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약 2톤 분량인 이들 서적들은 고물상에서 1차 파지작업을 벌인 뒤 곧바로 대전 대화동에 소재한 한 파지공장으로 운반돼 재활용 처리될 예정이다.
파지용으로 넘겨진 북한서적들은 조선속담집을 비롯해 조선말대사전, 조선대백과사전, 북한법전 등 수십 종, 수천권에 달하는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이 가운데 조선속담집은 지난 1992년 북한의 평양종합인쇄공장에서 인쇄한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시대상이 반영된 속담 3000여개가 수록돼 있다.
또 2000년 평양종합인쇄공장에서 인쇄된 조선대백과사전은 북한의 정치, 경제, 과학, 문화, 군사 분야를 총망라했으며, 같은 곳에서 인쇄된 조선말대사전(1992년 발행)도 북한의 언어, 풍속 변천사를 엿볼 수 있는 서적으로 기대된다.


구 대훈서적의 서적들이 공중분해 위기에 처했다는 본보의 보도 후 지역 출판.문학계의 안타까움과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서적들과 별개로 구 대훈서적 서고에 보관됐던 일부 주요 서적들은 폐기 직면까지 갔다가 본보의 보도 후 가까스로 구사일생하기도 했다.


이 서고에 보관 중이던 ‘대전국제만화영상전의 도록(圖錄)’들은 본보의 보도를 접한 공주대 임청산 명예교수가 지난 1일 본보를 방문한데 이어 수소문 끝에 고물상에 넘겨진 일부 도록들을 되찾아 파지 위기를 면했다.
대전국제만화영상전은 공주대가 주관하고 대전시, 시의회, 시교육청 등이 후원하고, 올해로 20년을 맞는 국내 명실상부한 세계만화전으로, 구 대훈서적 서고에 수상작 등을 수록한 도록을 보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청산 명예교수는 “고 김주팔 대훈서적 사장이 대전국제만화전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세계만화전 도록들도 구 대훈서적의 서고에 보관해왔었다”며 “대전국제만화전의 역사 기록들인 도록들이 파지용 상황까지 갔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