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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뒷짐 진 정부, 평화 역주행하는 여당
국무총리.통일장관 "기다림도 전략" 'MB경전' 되풀이
한나라당, 핵보유 주장 등 군사적 강경책 쏟아져
2009년 02월 16일 (월) 19:07:42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정부.여당이 남북간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반도 위기관리 대응계획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악화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물론 대북담당 주무부처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 정부 외교.통일.안보 담당 인사들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MB경전'인 양 되풀이 하고 있다.

또 여당인 한나라당에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북 미사일 발사설'에 대비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어, 한반도 위기관리 대처에 대한 현 정권의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기다림도 전략" 'MB경전' 외우는 정부 =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북 미사일 발사설'로 잔뜩 긴장이 고조돼, 한반도 위기관리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유명환 외교.현인택 통일.이상희 국방장관은 물론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렇다 할 대처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대북정책과 관련 야당의원들은 6.15-10.4선언 이행, 대북특사 파견, 총리회담 개최 등 남북대화 복원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정부측은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서 문제가 일어난 것"(한승수)이라고 북한 탓만 하며 대화복원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무대응.기다림'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고 노력하겠다'고 하는데, 정책기조를 바꿔야 뭐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신학용 민주당)는 질문에 "전 정부도 1년간 기다리고 나서 북한과 대화가 시작됐다. 북한으로부터 대화제의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주무부처 수장인 현인택 신임 통일부 장관보다도 더 많은 질문을 받은 한 총리는 계속 이 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했다.

현인택 장관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형식이든 대화를 하겠다고 했고, 남북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답변밖에 내놓지 못한 채 '비핵.개방.3000' 구상을 '선핵폐기론'이 아니라 '포괄적 포용정책'이라고 강조하는데만 급급했다.

이에 야당측에선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는데 인식은 평온하기 짝이 없는 것 같다"(이미경 민주당), "(비핵.개방.3000 구상은) 실효성 없으면 폐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이명수 자유선진당) 등의 질책이 쏟아졌다.

특히 이날 대정부질문에 처음 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오늘 질의응답을 보면서 대한민국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북한이 위기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으로 정부의 대응태세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현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은 근본적이지도 못하고 실용적이지도 못 하다"고 지적했다.

◇ 여당, 한반도 평화 역주행? = 정부측이 한반도 위기관리 대응에 대해 '무대응.기다림' 전략으로 일관했다면, 여당인 한나라당측은 이른바 '코리아디스카운트'에 가속페달을 밟는 듯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핵보유 주장까지 했다.

원유철 의원은 "지난 1993년부터 기능을 상실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직시해 대북전략을 다시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며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가진 파멸의 핵에 맞서 우리는 평화의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한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정식참여와 원자력추진 잠수함 개발 검토를 주문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을 전제하지 않는 작전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개념계획을 작전계획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상희 국방장관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상황에서 군사적으로 참여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PSI 정식참여를 강력 시사했다.

정옥임 의원도 "방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전에 강력하게 억제할 방법은 없냐?"고 군사적 강경 대응책을 주문했다.

◇ 화약고 '삐라'에 미온대처 = 한반도 위기상황이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에서 자칫 '화약고'가 될 수도 있는 반북단체들의 '삐라살포'가 이날도 감행됐지만, 정부.여당의 미온적 대처는 여전했다. 특히 이날 북으로 날아간 '삐라풍선'에는 북한 화폐가 포함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측은 명확한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삐라살포'에 대해 "승인 없는 화폐 문제는 교류협력법 위반 행위라는 점을 설명했다. 그래서 앞으로 정부내 유관부처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만 말했다.

박선숙 의원이 이날 북한 화폐를 북한으로 날린 단체들에 대한 처벌 문제를 집중 지적했지만, 한 총리는 "관계기관에서 적절히 조사를 해서..." "아직 보고 받지 않았다" 등의 핑계만 대며 처벌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윤상현 의원은 나아가 "지금까지 통일부가 그랬듯이 엄격한 법적용보다는 대화와 설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