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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대북정책 강경·보수로 오해받아"
이명박정부 외교·안보 브레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 주장
  김태경 (gauzari)
  
10일 평화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선순환 해법은 없는가?' 토론회.
ⓒ 김태경
바핵개방3000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은 남북간의 공존, 공영발전, 평화창출을 밑바탕으로 한 매우 미래 지향적이며 전향적인 대북 정책인데도 마치 강경·보수 일색의 보수 정책으로 호도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한 의도만 있다면 한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은 그야말로 북한이 받아서 나쁘지 않은 매우 건설적인 대북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 정책 분야의 핵심 브레인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10일 평화문제연구소가 주최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선순환 해법은 없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 교수는 현 정부 인수위의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인수위원을 지냈고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이나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올랐다.

 

현 교수는 "비핵·개방 3000구상은 비핵화 정책, 남북공존 정책, 남북 공영발전 정책공영"이라며 "비핵·개방 3000 가운데 특히 3000 정책은 북한을 회유하려는 게 아니라 남북이 공영발전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핵·개방 3000은 북한이 비핵화와 개방에 나서면 10년 안에 북한의 1인당 GDP를 3000달러로 만들어주겠다는 정책이다.

 

비핵·개방 3000이 비핵화를 전제로 해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남북 관계가 전혀 전진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현 교수는 적극 반박했다.

 

그는 "과연 비핵화 없는 대북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전제냐 아니냐를 떠나서 비핵화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13 합의를 존중하고 제대로 신고를 하고 검증받는 등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로 나가려 한다는 확신이 선다면 우리는 남북 화해협력과 진정한 협력 관계로 나아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핵·개방 3000 정책이 3단계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2·13 합의 완전 이행단계로 6자회담의 정신과 합의 내용을 존중하면서 이의 순조로운 이행을 적극 뒷받침하는 단계다. 2단계는 2·13 합의에 따라 북핵 시설의 불능화와 신고, 검증이 잘 진행되면 비핵·개방 3000정책에서 일부를 실시한다. 3단계는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지면 3000정책의 주요 계획들이 모두 실천되는 단계다. 

 

"북한, 3000에 특히 불쾌해 한다"

 

현 교수는 갈수록 논란이 커지는 통미봉남(通美封南: 북한이 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을 배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통미봉남을 구사한다는 인상이 있는데 남북 관계가 가장 기본"이라며 "북한이 한국 정부를 끝까지 외면하고 갈수가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도 인도주의적 지원 등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비핵·개방 3000을 설명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 남북관계를 푸는 지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 교수의 발표가 끝난 뒤 토론에 들어갔다. 보수 성향의 토론자들은 대체로 공감을 표했으나 다른 성향의 토론자들은 많은 비판과 지적을 보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관계가 어렵지만 남북관계는 '갑을' 관계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비핵·개방 3000 구상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쪽이 남쪽의 요구(비핵화와 개방)를 충족시키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갑을' 관계적 발상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쪽 사람들은 특히 3000을 가장 불쾌해한다"며 "그런 발상은 북한을 식민지로 간주하거나 신탁통치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본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관계에서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는 6·15와 10·4 선언 2개 뿐"이라며 "현재 북한 지도자가 직접 서명한 문서를 제쳐두고 옛 문서를 따르자고 하면 북한의 대남 일꾼들이 한 치라도 움직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전문가인 성균관대 이희옥 교수는 "비핵·개방 3000구상의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북한은 이미 거부했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중국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며 "그러나 지난 5월 한중정상회담 때 중국은 비핵·개방 3000 언급도 없었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이해를 표시한다'는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