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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단독보도] 길거리에 나앉은 '대훈' 북한서적

書庫 역할 대전 선화동 대훈빌딩 낙찰 ··· 수십만권 강제반출 시작

서이석·이성희 abc@ggilbo.com 2011.01.28 01:13:37

대훈서적의 부도 여파로 보유하던 4000여종의 북한서적들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27일 대전 선화동 대훈빌딩 앞 도로에 수십만권의 북한서적이 쌓여 있다.
▲대훈서적의 부도 여파로 보유하던 4000여종의 북한서적들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27일 대전 선화동 대훈빌딩 앞 도로에 수십만권의 북한서적이 쌓여 있다.

 

대전·충남 최대 서점인 대훈서적의 부도 여파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구(舊) 대훈서적의 북한서적들이 결국 길거리로 나앉았다.
4000여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북한서적들이 공중분해될 위기다.


대전지법과 서점가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0월 최종 부도 처리된 구 대훈서적의 대전 중구 선화동 대훈빌딩에 대한 법원 경매가 지난해 11월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 개인 사업가에게 낙찰됐다.
경매개시 당시 건물 감정평가액은 25억 2969만 원에 달했으나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3차례 유찰 끝에 10억 5300만 원에 최종 낙찰돼 최근 건물 인도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곳 7층과 지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수십만 권의 북한서적들도 다른 곳으로 옮겨야할 처지에 놓였으며, 지난 26일부터 일부 서적을 중심으로 건물 반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돼 서적의 운명이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전망이다.


앞서 건물 낙찰자는 대전지법으로부터 건물 인도명령을 받아 지난 21일까지 원소유자인 구 대훈서적 측과 여타 임차인들에게 건물을 비워달라고 최후 통첩을 해놓은 상태다.
현재 선화동 대훈빌딩은 낙찰자와 새롭게 임대 계약을 체결한 1층 편의점 등 일부 세입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임차인들은 자의반 타의반 퇴거했다.


그러나 이 곳에 보관된 북한서적의 경우 구 대훈서적 경영진들이 부도사태 후 외부와 사실상 연락을 끊고 있는데다 수십억 원 대로 알려진 채무관계도 해소되지 않아 앞날이 불투명하다.
또 대훈서적의 별도법인으로 대훈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북한서적을 관리해오던 엔에스원코리아(남북서적출판)도 건물인도명령에 따라 일단 북한서적들을 밖으로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대훈서적 부도이후 사실상 기능이 공중분해돼 자체적으로 특단책을 마련하기란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 지난 26일부터 대훈빌딩 7층 서고에서 반출된 5만여권 안팎의 북한서적들은 선화동 대훈빌딩 앞 노상에 적치돼 있으며, 지하서고에 보관된 북한서적 수만 권도 길거리로 강제 반출이 예고된 상태다.
건물 낙찰자 차 모씨는 27일 금강일보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병원과 학원 등 건물 활용계획이 있고 법적으로도 법원인도명령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더 이상 기다릴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선화동 대훈빌딩은 구 대훈서적의 서적 보관창고로, 지난 2009년 별세한 고(故) 김주팔 전 대훈서적 사장이 20년 간 수집한 북한 서적 4000여 종 10만-20만여 권을 보관해왔으며, 대훈서적의 별도법인인 엔에스원코리아(남북서적출판), 사단법인 서울평양문화교류협회 등이 위치, 남북문화교류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