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8757


4월 6자회담 재개, 힘 받나
<초점> 北 김계관 방중 이후 '북핵' 정세?
2010년 02월 15일 (월) 14:22:40 이광길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gklee68@tongilnews.com

설 연휴가 끝나가면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의 방중 뒷얘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양자의 교차방문이 어떻게 성사됐으며, 무엇이 논의됐고, 향후 각국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것들이다.

우선, '왕자루이-김계관 교차방문'은 별도의 채널을 통해 추진된 사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의 방북은 당초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의 초청에 따른 연례적인 '당 대 당 교류' 형식을 띈 것이었다. 왕 부장은 2003년 취임 이후 2007~8년을 제외하면 매년 1월 또는 2월에 북을 방문했으며, 그 때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한 바 있다.

반면, 김계관 부상의 방중은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전 부부장의 초청에 따른 것이었다. 또 왕 부장의 방북 이전에 김 부상의 방중 계획이 각국에 통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보된 김 부상의 방중 날짜가 9일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외교소식통은 지난 1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4차 한.중.일 고위급 회의 계기에 후정웨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우리측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에게 김 부상의 9일 방중계획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20일이라고 했다.

이 교차방문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중국의 쇼 비즈니스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다소 냉소적으로 평했으나, 속내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부상의 방중 이전 상황 때문이다.

북한은 최소한 1월 하순 이전 미측에 지난해 12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따른 답방 형식으로 2차 고위급 대화를 제안했으나, 미측은 '선 6자회담 복귀'를 들어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8일 왕 부장을 만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의 진실된 노력'을 강조한 배경으로 보인다.

반면, 미측은 1월말께 중국측에 '설 전후' 6자회담 소집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였다. 대신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중재에 나섰다.

관련국에 교차방문 사전통보 -> 왕자루이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 '비핵화 의지' 재확인(2.8) -> 김계관 베이징 방문(2.9) -> 북.중 협의(2.9~13) 및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임명 발표 등 일련의 이벤트를 정교하게 배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취임 인사차 관련국을 순방하면서 중재노력을 펼칠 명분을 만든 셈이다. 그가 들고갈 보따리는 나흘에 걸친 북.중협의 결과다.

이와 관련, 13일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조중(북중)관계와 평화협정 체결, 제재해제, 6자회담 재개 등 신뢰를 조성하여 조선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문제들이 심도있게 토의되었다"고 보도했다. '쇼 비즈니스' 수준을 넘어 6자회담 재개로 가는 수순을 깊이있게 검토했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북.중협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최소한 두 가지 문제가 깊이있게 논의됐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첫째로 '북.중관계'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문제가 핵심 현안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는 가장 확실한 신호(고위당국자)"라는 평이기도 하다.

올해 1월 김 위원장의 방중이 무산된 배경에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시 합의된 '유.무상 경제지원'이 거의 집행되지 않은 데 따른 북한측의 불만도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번 왕자루이 방북 과정에서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매듭 지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었다.

왕자루이 방북시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과 복수의 다국적 기업이 대풍그룹과 대북 투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면서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에서 투자 조인식을 가질 계획인데 전체 투자 규모는 미화 1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는 15일자 <연합뉴스>보도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둘째로, 6자회담 재개의 직접적인 걸림돌과 관련된 것이다. 평화협정 회담 논의시점과 제재해제(완화)의 방안이 현안이다.

평화협정 논의시점과 관련,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난 3일 한 비공개토론회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핵 폐기에 진지한 태도를 보여 주면 포럼의 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10일 <중앙일보>가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이는 '비핵화에 추동력이 생기면'이라는 한.미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동력이 생기는 시점'에 대한 해석이다. 고위당국자는 "전체 핵폐기까지 가는 로드맵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드맵이 만들어지면 이행단계로 넘어간다는 점에서, 비핵화 논의가 끝나기 전까지 평화협정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미측은 비핵화 목표를 위해서는 평화협정 논의를 활용할 수 있다는 쪽이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핵 폐기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을 때 평화협정 포럼의 출발을 개시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 당국자도 있으나 그것은 과도한 입장인 것 같다"는 지난 3일 보즈워스 대표의 발언은 한국 정부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도 풀이된다.

제재해제와 관련, 지난달 중순 클린턴 국무장관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적절한 제재완화의 기회'를 언급했으나, 다시 '불가' 입장으로 돌아섰다. '조선대풍그룹의 100억 달러 외자 유치' 보도가 그 대안이라는 관측은 있다. 북한의 외차 유치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공식입장 만을 놓고보면, "현재 북.미 간에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게 없다"(고위당국자)"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평화협정 회담과 제재완화, 북 국립교향악단의 미국 공연과 미군 유해발굴 제안까지 6자회담 재개 뒤로 다 미뤄놓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현재로선, "북핵정세가 완화된 것은 북핵 6자회담 재개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데 있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유관국에 '유연성'을 촉구한 중국의 역할만이 희망의 근거인 셈이다.

중국의 움직임에 북.미도 일부 호응하고 있다. 13일자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협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문제들이 심도깊게 논의됐다"고 밝혔다. 미국도 "북한이 6자회담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인정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북.중협의 결과가 전향적이면 2차 고위급 대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3일 '중국이 재방북을 요청하면 가겠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보장되면, 그 정도 융통성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10일자 <중앙일보>가 소식통을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의 관심은 북.중협의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3월로 예상되는 우다웨이 특별대표의 관련국 순방 이후, '4월 6자회담 재개설'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