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4011&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북한은 12일 실시된 핵실험을 1차 대응조치라며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제3차 핵시험은 미국의 대조선적대행위에 대처한 단호한 자위적 조치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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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조선중앙통신>은 12일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 통신은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 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됨으로써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되었다"고도 했다.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 해도 <조선중앙통신>의 발표에 등장한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무기 작게 만들어 미사일에 싣는 것이 목표

먼저 '소형화', '경량화'는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도록 핵탄두의 중량과 크기를 줄이면서도 핵폭발의 위력을 낼 수 있도록 탄두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1945년 8월 6일 폴 티베츠 대령이 조종한 B-29 폭격기는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를 투하했다. 사흘 뒤에는 찰스 스위니 소령이 조종한 B-29 폭격기가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탄 '팻맨'(Fat man)을 떨어뜨렸다.

▲ '리틀보이'와 '팻맨' 박물관에 전시된 '리틀보이'(앞)와 '팻맨'(뒤)의 모형
ⓒ 로스알라모스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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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보이'는 길이 3m, 지름 71cm, 무게 4t에 달했고, '팻맨'은 이보다 좀 더 커서 길이 약 3.2m, 지름 1.5m, 무게 4.6t이었다. 이렇게 무거운 핵폭탄을 나르기 위해서는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중폭격기 B-29를 쓸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폭격기를 이용해 핵무기를 투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북한이 보유한 IL-28 폭격기는 최대 3t 정도의 폭탄을 실을 수 있지만 그만큼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미 공군의 요격망을 뚫고 들어오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북한으로선 비장의 카드인 핵무기를 중도에 격추될 가능성이 높은 폭격기에 장착한다는 것은 승률 낮은 도박이나 마찬가지 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탄도 미사일에 실을 수 있도록 핵무기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탄도 미사일은 투발 방법이 간단하고 정확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 IL-28 북한 공군이 보유한 IL-28 폭격기와 동형의 폭격기. 사진은 루마니아 공군 소속 기체
ⓒ planesandchopp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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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SS-1C 스커드B 미사일(사정거리 300Km)을 기준으로 할 때 핵탄두의 크기는 직경 90cm 이내, 중량은 1t 이하로 추정된다. 미국 서부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기 위해서는 탄두 무게를 500kg까지 줄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물질 주위에 고폭장약을 설치하여 일시에 핵물질을 압축하여 핵폭발을 유도하는 내폭형 장치를 집중적으로 개발, 1980년대 후반부터 100여 차례 이상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머지 않아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가능성 높아

군 당국과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을 낮게 분석하고 있다. 

통상 핵실험의 폭발력이 10kt(TNT 1만t 폭발력) 이상일 경우 핵실험 성공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 위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3차 핵실험은 지난 1, 2차 실험 때보다 그 위력이 컸기 때문에 적어도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풍계리 지역의 암반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돼 있고, 갱도의 넓이가 더 넓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폭발력보다 지진파가 더 낮게 잡혔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는 북한 3차 핵실험의 위력을 7kt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발표에서 '다종화된 핵억제력'이란 표현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은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 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됨으로써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고 주장했다.

'다종화'란 핵물질의 종류와 핵무기 기폭장치를 다양화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이는 과거 핵실험이 플루토늄을 사용한 내폭형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이었다면, 이번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 물질을 사용, 포신형과 내폭형 핵무기 기폭장치로 종류를 다양화하는데 성공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핵폭발을 일으키는 기폭장치는 포신형(Gun-type)과 내폭형 두 가지가 있다. 포신형은 포신 내부에 고농축우라늄(HEU) 두 조각을 분리해 놓고 나서 원자탄을 터트릴 시점에 한쪽의 우라늄 덩어리 뒤에 있는 폭약이 터지면서 앞에 있는 우라늄 덩어리를 다른 쪽 우라늄으로 쏘아 합쳐지게 함으로써 핵임계를 이루어 핵폭발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내폭형은 핵물질 주위에 고폭장약을 설치해 일시에 핵물질을 압축해 폭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 방식은 플루토늄(Pu)과 HEU 모두 가능하다. 

내폭형 장치는 포신형 장치보다 폭발효율이 우수한 반면, 구조가 복잡하고 정교해 핵실험이 필요하다. 핵폭발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100만분의 1초 이내의 정밀도로 핵물질을 둘러싼 고폭탄을 일시에 터뜨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적은 양으로도 폭발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핵무기 소형화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매장량 약 2,600만 톤, 가채량 400만 톤의 양질의 우라늄 자원을 갖고 있으며, 핵 전문 인력도 약 3천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 2010년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를 초청,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했다. 이로써 1천대 이상의 현대식 원심분리기 시설이 확인됐다.

북한은 HEU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 연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HEU 15~20㎏이면 핵무기 1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 연간 핵무기 2기 제조 분량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