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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의 인도지원은 남북 당국간 교섭의 부산물이 아니다
<칼럼>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2011년 02월 16일 (수) 15:35:26 김이경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는 아니어도, 그래도 국가라면,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라면, ‘국가로서의 체신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식과 명분’은 있어야 한다. 국내정치의 각 사안은 국민 모든 계급계층의 이해를 포괄할 수 없어, 치열한 갈등과 긴장을 거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지만, 적어도 대외관계, 남북관계에 있어서만큼은 전 국민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 범주에서 정부의 정책이 이루어질 때, 국민적 안도감과 자긍심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며 정부 정책도 최소한의 지도력과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제관계와 남북관계는 더더욱 인간 사회의 상식과 명분을 고려하며 정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보다 강하여 우리를 억누르는 나라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좀더 자주적이고 당당하기를 바라며, 반대로 우리보다 약한 나라들, 더구나, 같은 민족이면서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명백한 북한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포용적이기를 바라는 것은 국제관계 남북관계 모두를 관통하는 우리 모두의 양식일 것이다.

비록 북한 정부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솔직한 속심이라 할지라도, 아니 더 솔직히 ‘흡수통일을 꿈꾸며 북한 정권이 빨리 무너지는 것이 절대 선(善)’이라고 우겨대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그것이 옳건 옳지 않건 정부로서는 그런 정책을 수립할 수는 있겠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다수 존재하겠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고 자원하는 민간단체의 인도적 도움의 손길마저 막는 것은 너무 치졸하고, 변명의 여지가 없이 옹색하다는 것이 아마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대일 것이다.

그동안 MB정부의 인도주의 정책은 ‘인도주의는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 ‘인도주의를 하겠다면서, 수혜자의 자존심을 무시하거나 지원으로 해서 상대방을 압박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국제 적십자 정신의 최소한의 강령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남북관계 긴장유무에 따라’ 언제든 중단시켜왔으며 ‘북한 주민이 실제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물품- 이를테면 병원설비 농업용 기자재 등’은 원천 불허해왔으며, 그나마 인도지원을 완전 가로막았다가는 국제사회와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비난의 눈초리를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긴급구호품 지원만을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마지못해 승인해주는 것으로 일관하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은 정부가 말하는 북한 주민들 중 ‘취약계층’이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분명한 개념, 긴급구호성 품목이란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기준, 모니터링 방북 희망자에 대한 허.불허 판단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질문해왔으나, 정부의 승인 폭은 점점 더 애매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좁아져, 올해에 이르러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 라인은 차라리, 인도적 지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라는 반문을 하게 한다. 정부는 평양은 아예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며, 지원물품이 김정일 정권에 유용당할까 봐, 분배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합의를 전제로, 반출승인을 내주겠다고 한다.

NGO 대북지원, '평양은 안 된다'

지난 10여년 간의 관례로 볼 때, 북은 교통사정, 숙박사정,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남한 사람들이 비교적 모니터링이 용이하고 방문이 용이한 평양에 있는 학교나 병원 등을 지원시설로 삼아왔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처럼 평양은 안 된다고 못박는 순간, 북한도 남한 NGO(민간단체) 대표단의 평양 이외의 곳에 대한 현장방문을 승인해주기가 더욱 쉽지 않아진다. 남북관계의 모든 협의에서 그것이 쟁점이 되지 않으면 쉽게 합의될 수 있다가도 어느 한편에서 문제 삼으면 삼을수록, “왜? 굳이?”라는 끝없는 불신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도지원단체들은 정부에게 평양 이외의 곳을 가는 것은 남북관계가 풀리면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더 쉽게 될 문제인데, 정부는 남북관계를 강하게 묶어 놓고, 힘없는 우리 민간더러, 북한을 굴복시키듯이 평양 이외의 곳을 강제해내라니, 이게 상식적인 것인지 끝없이 되물었지만 정부의 대답은 한결같다. “북이 합의해주기 싫다면 안 보내면 된다...” 평양에는 남한 NGO가 새로 지어준다고 약속해 기존의 건물을 허물어버린 채 짓다만 병원이 아직도 완공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고, 농업 생산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 짓다만 평양 근교 온실 등도 보수되지 못한 채 폐허처럼 방치되고 있는데, 이제 굳이 평양은 절대 안 되니, 다른 곳을 그것도 영유아를 위한 긴급구호품으로 제한해 분배투명성을 까다롭게 보장하라니, NGO 실무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북에 어떻게 전달할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이런 식의 서로 기분 나쁜 지원을 하려고 아등바등 할 필요가 있을까?’ 하다가도, 남북 정부 당국의 대화는 끊어져도 민간의 남북협력의 흐름,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한 주민들을 위한 남한 사람들의 노력의 손길을 보장해 주는 것이 바로 통일단체, 지원단체의 사명과 역할이라는 생각으로 요지부동의 우리 정부보다 어쩌면 북은 더 우리의 말을 쉽게 들어줄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북을 설득시키기 위한 북한 주민접촉 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NGO 대북지원 '접촉도 안 된다'

그런데 정부의 말은 정말 황당하다. 제 3국에서라도 만나는 것은 안 되니, 그런 모든 설득을 팩스로 하란다. “정부는 군사회담도 하고 적십자회담도 한다면서, 왜 민간은 대면협의조차 안된다는 것이냐”고, “북을 압박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게 훨씬 낳지 않느냐”고 “기존과는 달리 북이 받아드리기 어려운 조건을 수락하라는 내용을 어떻게 팩스로 하겠느냐”는 항의성 질문에도 “지극히... 곤란하다”는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쯤되면 민간단체들은 아연하기만 하다. 상대가 받아드리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것도 팩스로 보내놓고, 그것을 협의하자는 북한의 제안을 판판히 거절하는 이상 대북 인도적 지원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 같다. 이것일까? 정부의 의도가 정말 민간이 포기하기를 종용하는 방식으로 이런 조건을 제기한 것일까? 그동안 통일부 직원들이 민간단체를 만나 모니터링이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함께 고민하자던 그 노력이 어려운 조건이나마 인도지원을 되게 하자는 것이 아닌, 대북지원을 가로막기 위한 명분쌓기용이었던 것일까?

정부차원에서 북한 빗장풀기가 끝나면, 민간이 북을 만나도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남북관계, 통일문제에서 민간과 정부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큰 틀을 여는 것이야 제발 정부차원에서 해주기 바란다. 정부가 그 길을 열었다고 할지라도 민간이 그 길을 메우며, 여론을 조성하며 가기 위해서는 작은 흐름들, 작은 오솔길들이 미리 미리 준비되고 운동화 될 때, 비로소 정부와 민간이 한데 어우러져, 남북관계를 실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준비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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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경 (겨레하나 사무총장)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전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민권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통일위원장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