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hani.co.kr/arti/politics/defense/333994.html


NLL 무력화…남북 10·4선언 이전으로
북, 해상군사분계선 고수 천명
한겨레 손원제 기자
MB정권 서해평화협력지대 논의 사문화

서해가 새해 벽두부터 얼어붙고 있다. 북한군이 17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고, 과거 북쪽이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고수’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 뒤인 9월2일 인민군 총참모부 ‘특별보도’를 통해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1953년 유엔군 사령관이 남한 함정의 북쪽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설정한 뒤 남쪽이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으로 지켜온 북방한계선을 ‘불법무법’의 선으로 규정하고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따를 경우 연평도 남쪽 해역 대부분이 북한 영해로 편입된다. 북방한계선은 완전히 무력화될뿐더러, 서해5도 또한 북한 영해 안에 갇히게 된다. 북한은 2000년 3월23일엔 서해5도로의 통항을 두 곳의 좁은 수로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한 ‘서해5도 통항질서’를 공포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후 공식적으로는 99년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내세우면서도, 2006년 5월 4차 장성급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해상군사분계선 책정을 제안했다. 서해5도와 북쪽 육지가 만나는 부분의 바다는 절반씩 가르고,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는 영해 기준을 따라 북쪽 해안에서 12해리까지 북쪽 관할로 하자는 방안이다. 관할 구역에선 이전보다 대폭 양보한 것이지만, 남쪽은 이 또한 북방한계선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뒤로도 해상군사분계선 재획정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던 남북은 2007년 두번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축을 통해 이 문제를 우회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북방한계선이냐, 해상군사분계선이냐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별도로 협의해 해결하되, 그동안에는 공동어로수역과 해주직항, 해주공단 개발 등을 통해 서해를 남북이 공동 이용하는 협력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2차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 등이 잇따라 열렸지만, 공동어로수역 책정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남쪽은 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균등한 해역을 넣자고 한 반면, 북쪽은 북방한계선 남쪽 해역을 주로 넣자며 맞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서해평화협력지대 논의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남쪽 군 지휘부는 잇달아 ‘북방한계선 사수’와 ‘북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을 공언했고, 북한도 이번에 그동안의 양보안을 넘어 99년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 고수를 강조하는 것으로 맞섰다. 언제든 서해상의 무력충돌이 재현될 수 있는 10·4 선언 이전의 위험한 상태로, 남북관계의 시계가 완전히 되돌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