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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
  도천수 (minsayon)

지난해 7월 발생한 금강산피격사건으로 말미암아 1998년 11월 18일부터 시작되어 10년 동안 지속되었던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금강산피격사건에 대한 남과 북의 입장과 대처방식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남과 북의 대화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하였다.

 

그 후 지난해 11월 21일 유엔총회에서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고 보수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살포는 북한의 심각한 반발을 초래하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북한은 개성관광중단, 철도운행중단, 개성공단 상주인원축소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남과 북의 관계악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남한 신정부의 통일정책기조인 '비핵·개방3000'에 이미 내재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형성된 신정부의 정책은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과 북의 관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 하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신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통일정책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론 남북관계를 제대로 풀 수 없다.

 

신정부는 스스로를 실용정부라고 말한다. 따라서 남북관계도 실용적인 관점에서 경협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통일부가 2008년 11월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1991년부터 시작된 남북경협이 2004년에서 2007년경까지 상승곡선을 그리다가가 2008년 하강국면에 들어간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5654만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평화자동차는 북한진출 10년 만에 매출증가세를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이익을 냈다고 한다.

 

관광부분에서 현대아산은 금강산관광추진을 위해 4억6785달러, 금강산시설투자에 1억8836달러를 사용했다. 2005년까지 적자를 지속해 오던 금강산관광은 육로관광개설과 관광대가지불방식을 1인당으로 변경한 이후 관광객 수가 날로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에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관광이 전면적으로 중단돼, 현대아산은 물론이고 금강산에 직접 투자한 기업, 간접 관련사업도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현 정부는 경제대통령을 캐치플레이즈로 내걸고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한 이른바 실용정부이다. 자신들이 실용정부인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말 러시아를 3박4일 방문하여 한반도주변 4강 외교를 마무리하면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양국관계를 격상시키는 한편, 러시아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여 2015년부터 우리나라에 공급하는 사업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보다 북한경제에 더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당장은 설득이 쉽지 않겠지만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앞장서면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며 부연했다.

 

만약에 이렇게 기대한 대로 진행이 된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주로 중국과의 교역과 외교에 의존하고 있으며, 러시아와의 교역과 외교가 과거에 비하면 현저하게 축소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남과 북의 대화가 중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앞장서면 협상이 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근 세계금융위기를 예언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일본의 금융전문가인 가네코 마사루 일본게이오대 경제학교수는 중국 선전에서 열린 '동아시아평화포럼'에서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선 내수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수출 비중이 60%나 되는 상황에서 내수 전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내시장 활성화를 돕는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북한 경제 발전을 도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정부가 그리고 이른바 뉴라이트진영이 그렇게 동맹을 강화하고 싶어 하는 나라, 일본의 경제학자가 우리나라에게 조언한 경제정책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정부는 경제위기 타개의 유력한 수단 중의 하나인 북한과의 경협을 제대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오로지 자기잣대로 북한길들이기를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과 북의 경협이 북한은 제쳐 놓고라도, 남한의 경제번영을 위해서 얼마나 유력한 수단인지는 개성공단의 사례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을 결합한 매우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한반도경제공동체의 전형이다. 남과 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유력한 장치 중 하나인 개성공단이 남과 북의 대화단절로 말미암아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테러지원국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북·미간 정상화와 개방에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평양의 상징 건물로 16년 동안 중단되었던 높이330m, 105층의 류경호텔은 이집트의 오라스콤그룹이 투자하여 공사가 재개되었다. 또한 평양개건·현대화사업이 마무리단계로 들어서면서 평양시내도 활기차고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평양상점에는 휴대폰가입광고물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이렇듯이 개방은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선택에 의해서 올 수밖에 없는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얼마 전 정부의 이런 움직임과는 달리 '장로 이대통령'에게 기독교계 보수와 진보인사 103명이 "대북전단살포 중단, 인도적 대북지원의 즉각 재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등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촉구하였다는 점이다.

 

한편 북한은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6.15통일시대와 더불어 활력있게 전진하던 조국통일운동은 지난해 남조선보수당국의 집권으로 엄중한 도전에 부딪치게 되었다"고 비판하면서도 "서로 적대시하고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상태에서는 북남관계의 발전과 나라의 통일을 기대할 수 없다,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위하여 화해하고 협력하는 기운이 강토에 차 넘치게 하며 애국력량의 단합된 힘으로 조국통일운동을 추동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른 한편 남한은 통일부 홈페이지에서 밝힌 '남북관계 미래와 비전'에서 지난해와는 달리 '비핵·개방3000'을 전면에 내걸지 않고, '상생과 공영'이라는 표제 하에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발전,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발전, 한반도 평화통일의 실질적 토대구축"등을 내걸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희망적 해석이고 가능성일 뿐, 현재 남북관계는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부시정권의 강경노선과는 달리 대북정책이 온건노선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신정부의 대북정책이 타의에 의해 변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에 남북관계의 당사자로서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첫째로 남북이 상대에게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 보다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은 남한의 정권이 보수적인 정권으로 바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비판만 하기 보다는 변화된 환경에 맞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통일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남한은 북한정권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비핵·개방3000'과 같은 흡수통일기조로 남북관계를 펼쳐나가서는 안 된다. 둘째로 남한은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하고 존중할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하며, 북한은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금강산피격사건에 대하여 남한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 

 

신정부가 만약에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내용을 문제 삼고, 자신들의 통일기조만을 고집한다면 결코 남북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 간에 합의된 내용을 부정한다면, 과거에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까지 모두 부정되고 말 것이고, 통일문제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원점에서 맴돌 것이다.

 

더구나 신정부가 2015년이면?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천연가스사업도 다음 정부가 부인하면 원점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셋째로 남과 북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민족경제공동체의 건설로 이를 타개해 나가려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남북관계의 속성상 정치군사적 문제와 경제문제가 분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백두산 관광 등 경협문제는 그야말로 실용적인 접근을 하여 한민족의 공존·공생·공영을 추구하는 경제공동체건설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도 경협을 철저하게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남한도 식량·비료지원 등 인도적 지원의 재개문제를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삐라살포 등과 같은 행위는 막아야 할 것이다. 북한도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화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넷째로 남북통일에 대한 남남대화가 다양하고 폭넓게 이루어져 합리적인 공론형성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