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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천안함 출구전략', 6자회담
긴박한 한반도 정세, 어디로 가나?
2010년 07월 26일 (월) 18:44:00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7월말, 8월초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가 친서를 휴대하고 평양을 방문하고 늦어도 9월까지는 6자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던 ‘천안함 출구전략’이 한미합동군사연습 ‘불굴의 의지’에 가로막혀 비틀거리고 있다.

25일부터 동해안에서 ‘불굴의 의지’라는 의미심장한 명칭의 한미 연합해상훈련이 대대적으로 시작됐고, 북한과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에 처했다.

바야흐로 6자회담의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새로운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정권교체’로 바뀌었나?

이같은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본격적인 압박책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일시적 대북 제재조치가 아니라 북한의 장기적 변화를 염두에 둔 전방위 압박책이라는 것이다.

26일 <동아일보>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교체)로 가려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 금융제재와 군사적 압박 → 북한 지도부 내부 균열 → 김정일 정권의 몰락과 새 정권의 출현’이라는 구상을 선보였다.

대북 압박책으로 미국이 올 연말까지 매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시행하고, 북한 지도부를 겨냥한 ‘외과 수술적’ 금융제재로 정밀타격을 가해 북한의 군사.정치적, 경제적 능력을 무력화시킨다는 발상이다.

또한 이같은 대북 압박 구상의 근저에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후계 문제’라는 사회적 불안정성에 대한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과 판단이 자리잡고 있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조금만 더 목을 죄면 내부적으로 약점을 안고있는 북한이 두손들고 나오거나 지도부 내부에 균열이 일어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동북아에서 신냉전 돌입하나?

이같은 한.미 양국의 브레이크 없는 대북 강경 태도에 북.중은 한목소리로 강력한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북한 책임론’을 명시하는데 반대했고, 이후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반대의사를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일 산둥성 인근 해안에서 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해 이를 <CCTV>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3일 ARF(아세안안보포럼) 회의가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미국은 남중국해에 항해의 자유에 대한 국가적 이해가 걸려있다”며 “남중국해 문제는 국제접에 따라 풀어야 한다”고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5월말(5.24-25) 미.중 전략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여러 전략적 이해관계를 조율했고, 천안함 출구전략으로 6자회담에 합의했다는 설이 흘러나올 때에 비하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일각에서는 동북아에서 대륙세력인 북.중과 해양세력인 한.미 간에 신냉전이 전개되고 있다는 앞서 나가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차제에 한국을 ‘동북아의 이스라엘’로 삼아 한.미.일 군사동맹에 입각한 중국과의 대치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11월 이전 한반도 안정 필요

그러나 한미 양국의 대북 목조르기가 마냥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까지는 더 우세하다.

유엔 안보리에 이어 ARF(아세안안보포럼)에서 마저 ‘천안함 북한 책임론’을 명기하지 못한 한.미가 외교적 실패를 가리기 위해 한동안 목소리를 높이겠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동력은 약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직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그 여파가 시장경제에 미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정당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

당장 11월 G20 서울회의도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한국이 공들여 유치해놓은 G20회의가 지금과 같은 남북간 군사적 긴강 속에서 치러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회의 무산까지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지금과 같은 군사적 대치상황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미국 내부 사정도 마찬가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관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북한 때리기’에만 몰두하다간 부시 1기 행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오바마 정부는 공약했던 북한과의 직접 대화나 6자회담을 본격 가동해보지도 못했고, 북한의 2차핵실험 등 핵능력 강화조치를 지켜만 보았다는 비판에 휩싸일 것이다.

나아가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이 권유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책을 제쳐놓고 강경 일변도의 대북 기조를 마냥 지속하기는 국제적 여론도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일관되게 미측 입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의 마찰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미.중은 동북아 패권을 놓고 정치.군사적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제적 의존 관계 또한 깊어 당분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깨뜨릴 정도의 모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 ‘보복성전’ 공언, ‘3차 핵실험’ 시사도

한반도에는 미.중 간의 전략적 협력과 갈등 관계라는 ‘큰 그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현 국면은 북한의 비핵화와 천안함 사건을 두고 벌이는 북.미간 갈등이 주요한 동인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화는 결국 북.미간 힘겨루기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냉정한 국제정치의 현실이라고 보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

천안함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해온 북한은 유엔 안보리와 ARF에서의 ‘외교적 승리’에 근거해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하여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을 주창해 6자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

기존에 6자회담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제재 해제’를 ‘평등한’ 자격이라는 우회적 논법으로 피해가면서 6자회담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하면 된다는 유연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군사연습이 동해에서 대규모로 시작되고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가 착착 준비되자 북한은 24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대답을 통해 ‘핵 억제력 강화’와 ‘보복 조치’를 강조하고 나섰다. 사실상 ‘6자회담 탈출구’는 입구부터 꽉 막혀버린 셈이다.

북측 기류를 전하는 <조선신보>가 26일자 기사에서 “남조선과 합동군사연습을 벌리는 한편 판문점에서는 조미군부사이의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며 “‘천안’호 사건을 유엔에 끌고 가다가 외교적 참패를 당해 수세에 빠지게 된 미국은 지금 조선에 대하여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핵 억제력을 더욱 다각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해 3차 핵실험 외에도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수소폭탄 개발 등의 프로그램을 카드로 꺼내들 수 있고, “핵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을 공언해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발사 등 고강도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조선신보>는 “오바마 정권은 출범 1년째에 조선의 2차 핵시험(09.5.25)을 촉발시켰다”며 “‘천안’호 외교의 실패로 궁지에 몰린 정권이 정세를 오판하면 같은 일을 되풀이할 수 있다”고 해 노골적으로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처럼 한.미의 압박책에 대응할 수 있는 북한의 카드 역시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실제로 3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정책, 나아가 '핵없는 세계' 구상은 만천하에 조롱거리가 될 수 있다.

또한 한.미의 대북 압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북한은 미국의 숱한 제재 속에서도 수십년간 체제를 유지해왔고, 금융제재 또한 이미 BDA(방코델타아시아) 사건을 겪으며 면역성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한 치명타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버려진 6자회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새 구상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의 대북 압박책에 북.중이 강경 대응으로 맞서면서 한반도는 긴장 속으로 빠져들어 군사적 대치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을 포위하기 위해 탄생했던 6자회담이 이제 더 이상 유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첨예한 위기 국면의 전개는 결국 북미간 협상과 3자 내지 4자 간의 평화협정 체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객관적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을 뿐이다”고 진단했다.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대치 상황이 6자회담의 무용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북.미간 직접 협상의 필요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는것이다.

오늘부터 대미 민간외교 활동을 개시한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김상근 상임대표는 “한미동맹은 평화를 위한 능동적 협상 대신 과거의 대북억지 전략으로 후퇴했다”며 “평화를 위해, 대북압박이 아니라 적극적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달라 △오바마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전향적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 미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 △한미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대통령 결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영변 핵 시설 단지를 새로운 산업단지로 전환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 필요하다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4자회담’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민간에서도 제시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제언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6.2지방선거와 천안함 사건의 유엔안보리 처리 결과를 교훈삼아 통일.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고 대통령부터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시급하다. 중국은 한국의 미국 일변도 외교와 대북 적대정책이 결국 동북아 긴장을 불러와 자신들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이하 통일.외교.안보 라인의 생각이 바뀌고 인물이 바뀌어야 대북정책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남북의 상생.공영과 동북아 평화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더구나 6자회담의 유용성은 줄어든 반면 북.미간 직접 협상의 필요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머지않아 한국의 운신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고 장기적으로 6자회담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통일, 동북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