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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중단 1년, 속타는 기업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
ㆍ“정부 믿고 투자했는데…정부는 대책없고”
ㆍ6곳 도산·23곳 개점휴업협력 업체들 600억 손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 11월 크루즈선 ‘금강호’에 마사지 가게를 연 송대호 제이앤디헬스케어 사장은 요즘 한숨만 쉬고 있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관광길이 끊기면서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우리 정부만 믿고 들어갔는데 이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금강산 관광사업 중단 1년을 앞둔 7일 서울 계동 현대아산 본사에서 직원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는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정지윤기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1일로 1년을 맞으면서 관련 업체들이 고사직전에 놓였다.

현대아산은 7일 “대북사업을 기필코 재개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앞날을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금강산관광지구에서 호텔이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29개사에 이른다. 이들은 금강산발전협의회란 모임을 구성한 상태다. 관광공사, 농협 지점 등을 포함할 경우 상주업체는 40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관광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한결같이 ‘죽을 맛’이다.

금강산 관광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은 “금강산·개성관광 중단으로 예상 관광객 50만6905명이 줄어 총 1536억7800만원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숙박, 식음료, 여행업체 등 금강산 관광지구의 협력업체들은 총 594억원대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됐다. 130억원을 들여 금강산비치호텔을 지은 일연인베스트먼트는 개점 휴업 상태다. 1000만~10억원씩 투자한 식당 등도 마찬가지다. 협의회 소속 회원사중 5~6개 업체는 이미 도산했다.

이들 업체는 올초 현대아산을 거쳐 정부의 경협기금에서 70억원을 담보 대출받기로 했으나 최종적으로 57억원만 받았다. 담보 가치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57억원은 필요 자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후 추가 대출은 받지 못했다.

협의회장인 안교식 일연인베스트먼트 사장은 지난달 통일부 당국자를 만나 지원을 부탁했지만 “마땅한 규정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개성공단과 달리 금강산관광 지구의 협력사들은 안전 장치가 없다는 맹점이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법’에 따르면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현대백화점 등만 남북경협사업자로서 손실보전 대상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해 50만달러 이하 투자사업자에 대해서도 협력사업자로서 지원을 받게 했지만 관광이 재개되지 않는 한 유명무실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직원들을 상대로 “대북사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7일 오전 직원 조회에서 사장직까지 걸고 금강산 관광 돌파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 사장은 “많은 사람이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단 1%의 가능성이 있다 해도 우리의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며 “관광 재개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전력투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도 남북관계가 경색된 속에서 뾰족한 대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전용 기념품을 다른 데다 팔 수도 없고 숙박업체도 인테리어 등을 떼와도 소용이 없다”며 “이른 시일 안에 대북관광을 재개하는 것밖에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