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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금강산 관광, 해법은 없나?

“실무적 접근 아니라 정치적 해결책 찾아야”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1-07-05 10:31:44 / 수정 2011-07-05 11:09:05
 
북측이 남측 기업들에 이달 13일까지 금강산 지역 재산정리 방안을 마련해 들어오라고 요구했다. 이날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재산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하고 법적 처분 절차를 밟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측이 만들고 있는 금강산 국제관광의 ‘새 틀’에 참여하든지, 아니면 금강산 내 재산을 처분하라는 요구인 셈이다. 또 오는 13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지난 3년 동안 중단된 채 출구를 찾지 못했던 금강산 관광 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북측이 취해왔던 조치가 ‘금강산 관광을 빨리 재개하라’는 남측에 대한 압박이었다면, 최근의 조치는 금강산 국제관광의 ‘새 판 짜기’ 측면이 강한 것이다.

악화일로 걸어온 금강산 관광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관광 중단을 선언한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된 이래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중단된 이래 악화일로를 걸어왔다.일러스트 유동수 디자인실장



2009년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재개에 합의하긴 했으나, 당국 차원의 합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 2월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도 성과 없이 끝났다.

관광 중단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북한은 작년 4월 남측 정부의 자산을 동결하고 관리인원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어 정부의 ‘5.24조치’를 계기로 남북 간 교류가 전면 중단되면서 관광 재개의 길을 더욱 요원해졌다.

올해 들어 북한은 남측에 관광 재개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금강산 독자개발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북측은 4월 초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으며, 같은달 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를 독자적으로 신설해 주권을 행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5월말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 “국제관광특구에는 다른 나라의 법인.개인.경제조직이 투자할 수 있다. 남측 및 해외동포, 공화국의 해당 기관.단체도 투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북측은 이 같은 ‘새 틀’에 근거해 남측의 재산처리 문제를 협의하자며 6월 30일까지 남측 관계자들이 금강산에 들어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정부 당국자와 민간 사업자로 구성된 합동 방북단이 방북했으나, 북측이 민간 사업자들과 개별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의 자체가 무산됐었다.

그러자 북측은 다시 현대아산 측에 통지문을 보내 오는 13일까지 “금강산에 재산을 가지고 있는 남측의 모든 당사자들이 재산정리안을 연구해가지고 현지에 들어올 것”을 요구한 것이다.

남북 입장차 커, 해법 묘연

문제는 남과 북의 입장차가 커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측의 입장은 남측 기업이 모두 금강산 자산을 넘겨받은 뒤 새로운 특구법에 따라 기업등록 및 재산등록을 새로 하고 ‘국제관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럴 의사가 없을 경우 임대.양도.매각 등의 방식으로 재산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남측의 입장은 “남북간 투자보장합의서나 현대아산과 북측간의 계약 어디에도 일방적으로 자산을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은 없”으며 “북한의 일방적 주장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민간 자체로 북측이 마련한 새 틀인 국제관광에 참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일 “북측이 기존 합의와 계약을 근본적으로 변화하려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만 북쪽에 보내는 것은 적절한 대응책이 아니다”라며 민간 단독 방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반면 북측은 금강산 재산문제 협의과정에서 남측 당국을 배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강산 문제의 본질은 남측 당국의 일방적 관광 중단에 있다고 주장해온 데 근거해 당국은 압박하면서도, 민간 사업자에게는 참여의 여지를 남겨두는 양면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북측은 재산정리 방안과 관련해서도 정부 소유의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에 대해서는 “남측 당국이 최고존엄까지 함부로 모독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정식 사과하지 않으면 절대 돌려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도 얘기했듯 금강산을 남측에 열어준다는 명분이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의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명분을 지나치게 훼손하긴 어렵다”면서 “따라서 당국관계는 기싸움을 하지만, 민간 투자자들과는 가능하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해법 적극적으로 찾아야”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풀기 위해 정부가 정치적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강산 관광이 그 자체로 독립돼있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전반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교수는 “현재 금강산 관광 문제가 순수하게 법적인 측면만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 개입해있는 상태”라면서 “따라서 정치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데, 정부가 ‘남북간 합의나 현대와 아태 간 합의’ 등 실무적인 해법만 찾으려 하니까 답이 잘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강산 관광에서도 중요한 건, 근본문제가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정부가 내건 3대 선결조건이 아니라, '관광의 현금 대가가 핵개발에 전용된다'는 정부의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없이 MB정부 임기 1년반 동안 금강산 관광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양 교수는 “정상회담을 하면 가장 좋지만, 현재 남북 당국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인도적 문제 등에서 점차 정치적 분야로 가는 상향식 형태를 취한다면 풀릴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 또한 정부의 의지와 전략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