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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로켓발사 한달..'예측불허' 남북관계>
차기 남북접촉이 변수.."대북정책 `세심한 접근'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5일로 한달이 지났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악화와 호전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양상이다.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검토함에 따라 조성됐던 긴장 국면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날로 37일째 북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문제는 여전히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약은 할 수 없지만 이달 중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2차 남북 접촉이 향후 남북관계에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달간 살얼음판 걸은 남북관계= 로켓 발사 후 한달간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했다.

   정부가 로켓 발사를 계기로 PSI전면 참여를 공식화하자 북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반발, 남북관계는 자칫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3월30일부터 체제 비난 등 혐의로 억류된 채 북의 조사를 받고 있는 개성공단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사건을 둘러싼 국내 대북 여론은 갈수록 악화됐다.

   그러나 정부가 PSI 전면 참여를 일단 보류한데 이어 지난달 21일 현 정부 출범 후 통일부 당국자가 참여한 첫 남북 당국간 대화였던 `개성접촉'이 이뤄짐에 따라 남북관계는 미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록 북이 개성접촉때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인상, 토지사용료 조기지불 등 자신들 요구를 일방적으로 제기하고 유씨 문제는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북한이 우리 당국자를 초청함으로써 당국간 대화의 문을 연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평가다.

   ◇정부, 북핵 위기속 대북 접근에 '한계' = 정부는 최근 PSI 전면 참여를 보류한데서 보듯 작년과 비교할 때 남북관계 상황관리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이 로켓 발사 이후 6자회담 탈퇴, 핵시설 원상복구, 2차 핵실험 예고 등으로 위기지수를 높여 가는 상황에서 과감한 대북 접근을 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아직은 북한의 위협을 무시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개방 3000'을 표방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을 향해 손을 내밀긴 어려운 것이다.

   남북관계를 풀어갈 필요는 느끼지만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데 따른 정부의 고민은 여러 곳에서 묻어난다.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제동을 건 민간단체 및 교류협력 사업자들의 방북을 아직 정상화하지 않고 있으며, 인도적 대북지원 단체에 대한 100억원대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 건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개성접촉에 이은 2차 남북대화 제의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유씨 문제 우선 해결을 원하는 국내 여론과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 등을 감안한 듯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 역시 우리 정부가 다가설 여지를 남기지 않고 있다. 개성접촉을 통해 작년 3월말 이후 막았던 남측 당국자의 방북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대남 비난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으며 유씨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 1일 강경한 입장을 천명, 조기 석방에 대한 기대를 품기 어렵게 만들었다.

   ◇향후 전망은 = 북한과 미국간 직접 대화가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당장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2개월여 유지한 대남 강경 기조를 접고, 전면적 관계 개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우리 측 당국자를 개성에 초청한 북의 속내가 `대미관계 급진전이 난망한 상황에서 최소한 남측과의 경제협력은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쪽이라면 우리 정부로선 후속 남북접촉을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을 살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제기된다.

   결국 관심은 현재 정부가 시기를 모색 중인 다음 남북대화에 쏠리고 있다. 거기서 북측이 유씨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밝히고 개성공단 임금인상 등 자신들 요구와 관련, 논의해볼만한 합리적 수준을 제시할 경우 남북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남북관계가 어디로 튈지 전망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정부가 상황 악화를 막도록 신중한 대북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2006년 경의선 열차 시험운행이 예정일 하루 전날 군부의 개입으로 무산된 전례에서 보듯 당국간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됐다가도 북한 군부에 의해 언제든 틀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내 군부와 대남 협상파 간의 역학관계까지 고려하는 세심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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