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vop.co.kr/2009/05/06/A00000251265.html

북한 인공위성 시험발사는 성공? 혹은 실패?

[D+30, 인공위성 리뷰 ②] 로켓-미사일 전용 가능성 과장해선 안돼

서정환 기자 jhsheo@empal.com
[편집자주] 북이 인공위성을 발사한 지 1달이 되었다.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북의 인공위성 발사는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되었고, 그에 따라 성패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물론, 북의 경제 정치적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다. <민중의소리>는 인공위성 발사에 따른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지금, 차분한 시각에서 북의 인공위성 발사를 재조명한다.

이번 기획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었으며, 5월6일부터 3일간 연재된다.

북한 인공위성 발사의 과학기술사적 의미 /강호제(이화여대 연구위원, 북한 과학기술사 박사)
북한 로켓 실험은 성공했나, 실패했나/서정환 기자
우주 개발의 산업적 가치는 얼마? /정지영 기자
문답으로 풀어본 인공위성과 우주개발/박상영(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
남의 인공위성과 북의 발사체, '합체'하면 어떨까/서정환 기자


지난 달 5일 발사된 로켓, 은하2호에는 실험용 인공위성 광명성2호가 탑재되어 있었다. 북한은 이 실험 위성이 지금도 지구 주위를 돌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송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 달리 어느 나라 정부나 어느 과학기술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이 노래를 수신했다고 발표된 바는 없다.

다만 로켓 발사 이후 조선중앙방송에 출연한 북한 학자들은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송출하는 광명성2호의 주파수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할당 받지 않은 자체 주파수(470MHz)이며 전송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파변조 과정까지 거쳐 제3자가 포착하기 힘들다며 북한의 인공위성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인공위성 '광명성2호'가 탑제된 북한의 우주 발사체 '은하2호'

북한의 우주 발사체 '은하2호'가 지난 4월5일 무수단리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



미국항공우주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는 현역 위성만 8000기(노후 위성 약 1만6000기)가 넘는데, 이들이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 사진, 음성, 전파 신호를 수신하고 분석하는 선진국의 기술수준에 비춰보면 북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하여 강대국들이 북한의 로켓 발사에 기울인 과도한 관심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인공위성이 신호를 송출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궤도진입 실패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인공위성 자체의 결함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초점은 인공위성인 광명성2호가 아닌 은하2호, 즉 로켓 발사체에 쏠려 있었다. 인공위성을 궤도까지 올리는 우주 발사체 기술과 (핵)탄두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적국의 본토에 보내는 미사일 기술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인공위성용으로든 미사일용으로든 북한의 발사체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부족하나마 우선 이번 실험을 발사를 통해 북한이 인공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데 필요한 로켓 기술을 보유했는지 살펴 보자.

은하2호 발사 결과에 관해서 가장 확실한 사실은 2단 추진체가 발사대로부터 3200km 이상 떨어진 태평양 어느 지점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의 백두산1호의 2단 추진체가 1620km를 날아간 것에 비해 2배나 멀리 날아간 것이다. 1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는 결코 만만한 기술의 진보가 아니다.

정보 부족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은하2호 발사 직후 북한은 모든 실험과정이 최종적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AADC)는 3단계 추진체도 2단계 추진체와 분리되지 못하고 함께 추락했거나 로켓 점화에 실패하여 거의 비슷한 지점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인공위성, 성공의 증거도 실패의 증거도 없다

만약 미국 측의 주장대로 2, 3단계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았거나 3단계 추진체가 점화되지 않았다면 광명성2호가 궤도에 오르기 위한 적정 속력으로 알려진 초속7.9km에 크게 못 미치게 된다. 미국의 설명대로라면 정교한 계산과 그 계산을 현실화 시킬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인공위성 실험에서 2, 3단계 추진체의 분리실패든 3단계 추진체의 점화 실패든 실험 실패를 낳을 수 있다.

인공위성의 궤도 유지 원리

인공위성은 위성의 직선운동의 힘(하얀 화살표)과 중력(노란 화살표)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붉은색 화살표)으로 운동을 한다. 이 과정이 매 순간마다 이루어져 궤도(녹색 원)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위성의 궤도가 높은 고도에 있다면 그 속력이 반드시 초속 7.9km가 될 필요는 없다.ⓒ 민중의소리



그러나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위성의 궤도는 중력과 위성의 속력이 균형을 이루어서 유지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높은 고도에 오를수록 중력도 약해지므로 궤도 유지에 필요한 속력 역시 적어진다. 즉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대로 초속 7.9km는 위성의 궤도 안착에 필요한 ‘적정’속력 일지는 몰라도 ‘최소’ 속력은 아니다.

또한 북한의 인공위성 실험이 실패했다는 미국의 주장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기술력 분석을 위해 잠수함까지 동원하여 은하2호의 2단계 추진체 잔해를 수색했으나 아직까지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북한의 이번 로켓 실험을 미사일용이라고 가정하고 그 능력을 평가해 보자.

우선 미사일의 경우라면 2, 3단 분리는 큰 문제가 아니다. 이론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사거리 5,500km이상)을 포함하여 미사일용 로켓은 2단계 추진체만으로 충분히 지구반대편까지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추진체나 그곳에 탑재된 탄두가 한 번 우주로 날아갔다가 다시 목표지점에 꽂히기 위해 대기권에 진입할 때는 초속 7.9km의 속력을 낼 필요도 없다. 오히려 공기와의 마찰열만 높이게 되므로 초속 5km안팎의 속력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은하2호가 2, 3단계 추진체 분리에 실패했다는 분석은 역으로 북한의 이번 로켓 실험이 애초에 미사일용이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기도 한다.

또한 북한의 은하2호는 인공위성 실험을 위해 수직으로 발사되었기 때문에 2단계 추진체가 3200km를 비행하는데 그쳤는데 만약 은하2호를 미사일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그 각도를 조금만 기울여도 훨씬 더 먼 곳 까지 날아 갈 수 있다. 북한에서 미국 알래스카까지는 약 6000km이며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 지역까지는 약 9000km, 뉴욕과 워싱턴 등 동부 주요 도시는 약 12000km다.

우주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쉽게 전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약간의 기술보완만 더 하면 바로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게 될까? 이것 역시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당장 탑재물의 무게(payload)가 문제다.
미사일과 같이 한 발 쏘는데 몇 백, 몇 천억이 소요되는 비싼 투발수단에 수류탄을 실어 보낼리 만무하다.
ICBM같은 전략미사일은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특히 그 중에서도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 제조되는 것이다. 그러나 핵탄두는 그 무게가 약 1톤까지 간다. 북한이 이번에 쏘아 올린 광명성2호의 무게는 약 300kg 안팎이다. (참고로 오는 7월 발사예정인 한국의 KSLV는 100kg의 물체를 우주에 쏘아 보낼 수 있는 정도다.)

10배 더 무거운 물체를 같은 거리까지 쏘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추진력은 10배 이상이다. 이론적으로는 같은 거리만큼 X배 더 무거운 물체를 보내는데 필요한 에너지 량은 X배의 2배이다. 이는 엔진을 몇 개 더 다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요한다.

정밀한 유도 기술도 문제다. 단거리 미사일이나 정밀유도무기 등에서는 오차가 커 봐야 고작 몇 m에 불과하고 심지어 어느 건물의 몇 층이라는 것 까지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몇 km 단위의 오차도 조정하기 힘들다. 북한이 이러한 유도기술을 보유했는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또한 미사일에 주로 사용되는 고체 연료 사용 기술도 난제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은하2호의 1, 2 단계 추진체에는 액체 연료가 사용됐으나 미국이 점화에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은하2호의 3단계 추진체에는 고체 연료가 사용됐다. 수 백 km 고도의 초저온에서 고체연료에 불을 붙이는 기술이란 거센 바람 속에서 지포라이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北 로켓 발사체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북한의 로켓 발사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의 위성사진을 디지털글로브로부터 입수해 공개했다.ⓒ 글로벌시큐리티 화면 캡쳐



재진입에 필요한 기술도 위성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인공위성의 경우 쏘아 올리는 것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낮은 온도(고도 100km에서 영하200도)에 견디는 소재만 개발하면 된다. 그러나 탄두가 다시 대기권을 재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열은 약 1000~2000도에 이른다. 저온과 고온을 동시에 견딜 수 있는 재료공학 기술이 부족할 경우 핵과 같은 불안정한 물질이 안전하게 목표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결론적으로 국제사회가 우려하듯 우주 발사체 기술과 미사일 발사 기술이 그리 쉽게 전용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북한 로켓 실험에도 MD예산 삭감

미 국방부의 2010년 예산안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이 로켓 발사실험을 한 직후에도 2010년 국방예산 중 미사일방어(MD)분야에서 14억 달러를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북한의 미사일이 정말 군사적인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렇게 신속한 예산 삭감안을 내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1998년, 2006년에 이어 지난 4월에 시도된 우주발사체 실험만으로는 아직 북한의 기술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이 인공위성 개발과 이 위성의 발사를 동시에 단독으로 수행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인정되었다는 의의는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군사적 위협이 과장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