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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엔, 北수해지원 러시.. 꿈쩍않는 한국
통일부 "수해지원 검토 없다".. 민간도 정부 방침에 막혀 고심
2010년 08월 25일 (수) 18:24:38 정명진/조정훈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압록강 범람 등으로 북한의 수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미국 내 민간단체와 유엔 등 국제기구가 대북 긴급수해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남한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는 모습이다.

美 민간 차원 수해지원, 정부 재원 지원 여부 주목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24일 평양 주재 유엔 대표팀에 수해 피해 관련 긴급 구호 지원을 공식 요청했으며, 25일 유엔과 북한이 공식 회의를 가지고 지원 규모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보건기구(WHO) 등 북한 주재 유엔 기구들은 이미 북한이 수해 지원 요청을 대비해 북한 곳곳에 긴급 구호 물품을 비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민간단체의 움직임은 이보다 더 빠르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조.미민간교류협회'의 요청에 따라 8월 초부터 미국 구호단체들이 연합으로 대북 수해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빠르면 8월 말께 북한에 구호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수해지원은 25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연계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억류 중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의 석방과 미국의 대북 수해지원이 모두 '인도주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서로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주안점은 미국 민간단체 대북수해지원에 미국 정부가 재원을 부담할 지 여부다. 2007년 북한 수해 지원 시 미 해외원조처는 민간단체 '머시 코어'와 '사마리탄스 퍼스'에 각각 5만 달러를 제공한 바 있다.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을 도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25일 '흥사단 통일포럼' 강연에서 "미국의 북한 수해지원은 미국 내 NGO를 통해 이루어지되 지원비용은 미국 정부가 부담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통일부 "수해 지원 검토 없다"..."상황 지켜봐야"

통일부는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주말 압록강 범람으로 북한 수해 피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통일부는 24일 북한의 과거 집중호우 피해 현황 자료를 내면서 "지금까지 북한이 밝힌 피해 상황은 2006년, 2007년에 비해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오히려 톤다운에 나서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현재 정부 차원의 대북 수해 지원은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수해 상황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등 정세 등 제반 상황을 봐야 한다"며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개선되어야 북한에 대한 수해 지원도 가능하다는 인식이지만, 이 역시 '주변국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5.24 조치' 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원칙적으로 보류한 통일부는 임산부.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만 유지할 뿐, 수해 지원에 대한 방침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다만 민간단체의 대북 수해 지원 승인 여부나 유엔을 통한 정부의 간접 지원 등은 요청이 오면 사안별로 내용을 검토한다는 것이 통일부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통일부의 인식을 미뤄봤을 때 향후 대북 긴급 수해지원에도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민간단체, "이러가다 긴급구호 시기 놓칠 판" 우려

국내 민간단체들도 대북 수해지원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같은 통일부의 부정적인 인식에 막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56개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회장 박종철)는 25일 오전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 수해에 대한 긴급구호 방안을 논의했지만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에 앞서 지난 22~23일 북민협은 통일부의 접촉 승인을 받아 중국 심양에서 북측과 수해 지원 관련 실무협의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실무적인 문제로 무산되기도 했다.

또 한 종교단체가 수해지역인 함경북도 나선시 지역에 영유아 및 취약계층 긴급구호를 위해 5만 달러 규모의 항생제, 구급약 등 의약품에 대해 통일부에 반출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승인되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북한 수해에 대한 긴급 구호물품 반출에 대한 통일부의 승인여부를 가늠할 수가 없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다가 긴급 수해구호 지원 시기를 놓칠 판"이라는 불만이다.

한 종교계 관계자는 "북한 수해 현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따라 지원 물품을 결정해야하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그러나 통일부의 입장이 구체적이지 않고 태도가 불분명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민간단체들은 정부의 태도를 바꿔낼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막고 있었던 1996년 수해 당시, 북한이 유엔에 긴급구호 요청을 한 것을 계기로 민간단체가 '큰물피해지원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대북 지원의 물꼬를 튼 적 있다.

한 인도지원단체 관계자는 "96년 북한 수해 긴급구호를 통해 민간운동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큰 계기이자 지렛대가 되었듯이 민간단체의 힘으로 여론을 조성해 현 정부를 바꿔나가는 운동이 지금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5년이 넘게 계속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와 지난 3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반발 여론 등 1996년과 다른 국내적 상황을 풀어나가는 것이 민간단체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