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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으로 남북통일! 민족브랜드로 천하제패!”
[사람들]평양에 닭고기전문식당 여는 최원호 맛대로촌닭 사장
[81호] 2007년 12월 01일 (토) 17:38:10 박소란 psr@minjog21.com

   
▲ ⓒ민족21
조만간 평양 주민들도 치킨과 생맥주를 집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된다. 올 12월 중순부터 평양시 모란봉구역 개선문동에 문을 여는 남북합작 치킨 프랜차이즈 1호점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은 전화를 통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하면 오토바이로 배달해 주는 남측 방식을 그대로 차용,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맛으로 남북통일, 민족브랜드로 천하제패!’라는 당찬 구호를 앞세워  닭고기전문식당을 설립한 주인공은 서울에서 맛대로맛촌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최원호(48) 사장.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남과 북, 민족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힘을 나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한다면 안 될 게 없죠. 무조건 자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운영을 비롯해 가공·유통 등 ‘닭 사업’만 16년째 하고 있는 최원호 사장이 처음 평양 프랜차이즈 설립을 결심한 것은 불과 2년 전. 한창 미국, 중국 등지에서의 닭 수입이 확대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즈음 그는 문득 ‘미국 닭을 수입할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북측 닭을 수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북에 프랜차이즈를 설립하게 된것이다.

평양 치킨 프랜차이즈…‘민족브랜드 만들자’에 남북 동감

“북은 닭을 판매해 경제적 이득을 얻게 되니 좋고, 남은 믿을 수 있는 좋은 품질의 닭을 먹을 수 있으니 좋잖아요. 이렇게 남과 북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고민하던 중 북에 프랜차이즈를 세우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 거죠.”

그때부터 최 사장은 특유의 ‘돈키호테’기질을 발휘, 평양 프랜차이즈 사업을 곧바로 추진하게 된다. 2005년 11월, 지인을 통해 북측 해외동포원호위원회 관계자와 첫 만남을 가진 이래 총 6차례의 방북을 통해 사업의 기반을 착실히 닦아 나갔다. 방북 기간 동안 “북측의 큰 식당이란 큰 식당은 거의 다 가 보았다”는 그는 이후 전문식당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되었다고.

마침내 올 3월, 최 사장의 합작사업은 결실을 맺기에 이른다. “코카콜라와 같은 미국브랜드 만큼 클 수 있는 민족브랜드를 만들자”는 최 사장의 뜻에 동감한 북측 ‘락원무역총회사’와의 합의가 성사된 것이다. 합의가 성사되기까지 북측과의 협의과정은 놀라울 만치 “순탄했다”고 최 사장은 전한다. 오히려 그를 힘들게 한 쪽은 남쪽이었다고. 

“북에 프랜차이즈를 세울 거라고 하니 아무도 믿지를 않아요. 어느 곳에서도 협조해 주질 않더군요. 누구도 실패했고, 누구도 실패했고… 안 된다는 말은 또 왜 그렇게들 많이 하는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싸워 헤쳐나갈 수밖에 없었죠.”

최근 인터넷언론을 통해 평양 프랜차이즈 소식을 알리는 기사들이 게재되자, 합작사업 자체를 비난하는 ‘악플’도 여럿 달렸단다. 그것들을 보면서 그는 “아쉽지만 우리의 현실이 이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저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아도 먹을 것이 귀한 북에서 닭고기를 척척 시켜먹을 수 있는 주민이 몇이나 되겠어요? 아직은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만 조금씩 돌파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업이란 게 원래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세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그는 오히려 이번 평양 프랜차이즈를 통해 자신의 사업이 한 걸음 더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문을 여는 남북합작 치킨프랜차이즈 1호점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의 회관도면. ⓒ맛대로촌닭

북녘 어린이들 맘껏 닭꼬치 먹는 그날까지…  

이번 사업에서 최 사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남측 방식 그대로의 맛과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사람 입맛이야 남이든, 북이든 본질적으로 같다”고 믿는 그는 남측에서 각광 받은 맛이 역시 북에서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지난 6개월간 최 사장의 지도로 요리법과 운영 시스템을 전수 받은 조선족 요리사는 평양 식당이 문을 연 후 얼마간 평양에 상주하며 현지 종업원들을 이끌 예정이다.

그러나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이 서울의 여느 치킨 프랜차이즈와 한 가지 다른 점도 있다. 그것은 총 12개 메뉴의 이름이 북측 용어로 바뀐 것. 후라이드치킨은 ‘닭고기튀기’로, 양념치킨은 ‘양념한 닭고기튀기’로 되는 식이다. 이 메뉴들 중에는 지난해 최 사장이 평양의 한 식당 주방장에게 레시피를 얻어 만든 ‘칠향닭찜’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북의 대표적인 여름나기 보양식으로서 남측 맛대로촌닭에서 ‘평양 칠향계찜닭’이란 이름으로 이미 선보인 바 있다.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에서도 서울 치킨점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닭요리를 다 해낼 수 있죠. 차츰 메뉴도 늘어나고 사업도 확장될 거예요. 그러면 언젠가는 북녘 어린이들에게 맘껏 닭꼬치를 먹일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현재 공사 막바지 상태에 접어든 락원 닭고기전문식당은 실내평수만 100평 남짓으로 50여 개의 테이블에 200여 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다. 현지 종업원은 30여 명, 배달 오토바이는 5대 가량 투입될 예정이다. 최 사장은 이번 평양 식당을 교두보로 삼아 앞으로 중국으로의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단둥을 시작으로 연변, 심양, 하얼빈 등으로 진출하기 위한 세부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더불어 애초에 생각했던 북측 닭 수입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2월 15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최원호 사장은 간판부터 메뉴판, 전단지 등까지 손수 제작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토바이를 협찬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도 요즈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끝으로 최 사장은 남측 사람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는다.

“나처럼 보잘 것 없는 닭장수도 민족을 위해 뭔가 해보려고 해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함께 나서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