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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를 보는 또하나의 시각
<화제의 책> 곽동기의 『평양의 요술램프』
2011년 07월 21일 (목) 17:43:55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북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북핵과 더불어 경제적 빈곤일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못사는 북한과 통일되면 우리 경제도 어려워진다’며 통일을 꺼리는 이유로 북한의 경제현실을 꼽기까지 한다.

실제로 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이후 지금까지도 북한은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고, 생필품의 상당부분도 중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최첨단 과학기술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연거푸 실시했는가하면 북한이 개발한 CNC(수치제어장치) 공작기계가 최첨단 다축 가공방식을 구현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한다.

'식의주'(의식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경제난과 최첨단 과학산업 발전이라는 뛰어넘기 힘든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곽동기의 『평양의 요술램프』(도서출판615) 표지. [사진 - 통일뉴스]

기존 국내의 대부분 분석이 전자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의 신간 『평양의 요술램프』(도서출판615)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있어 흥미롭다.

KAIST출신 공학박사인 저자는 북한의 과학기술력에 주목하고 있으며, △우주발사체 △CNC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 △핵융합을 ‘평양을 떠받치는 6대 기술’로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체철의 경우 수입산 코크스가 아닌 북한산 석탄을 이용한 제철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다루고 “북한은 국가운영의 핵심지표인 철강생산에서 원료자급을 구현하였으므로 외부 여건에 개의치 않고 강철 생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었다”고 본다.

저자는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한의 군수공업과 지하자원, 농업, IT산업, 간석사업, 주민생활 등에 대해서도 ‘반전이 시작된 평양’이라는 제목 아래 소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식량생산량에 대해 “곡물+감자 생산량은 600만 톤이 되어서 연간 60만 톤의 식량이 남아돌게 된다”며 “남아도는 60만 톤의 식량은 대부분 감자와 옥수수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로 가축의 사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반적 평가와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북한이 강조하는 농업생산성 증대는 당장 오늘의 굶주림을 면하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 아니라 ‘감자밥을 쌀밥으로’ 바꾸고 ‘옥수수밥을 쌀밥으로’ 바꾸는 사업”이며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는 것도 주민들에게 나눠줄 감자밥을 가능한 한 쌀밥과 옥수수밥으로 바꾸기 위한 시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논쟁이 예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북한의 화폐개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2012년 강성대국 전망 등 최근 이슈들에 대해서도 ‘평양의 2012년 구상’이라는 제목 아래 자세히 살피고 있다.

북한의 화폐개혁이 전적으로 실패했다는 보도들에 대한 반박이라든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중 경제협력 분야에서 ‘많은 기대 섞인 전망을 주고 있다’라든지 여러 평가들은 기존 언론에서 보는 시각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북한이 군수산업설비를 중심으로 현대화된 생산라인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이를 민수경제 영역으로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주민경제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제시하는 근거도 바로 군수산업의 발전된 설비에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물론 이같은 저자의 논거나 추정이 모두 객관근거들로 입증이 끝났다기 보다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본 책은 인터넷 언론 <통일뉴스>에 필자가 기고해 오던 원고를 편집하여 출판되었다”며 “기존 원고에서 비합리적인 부분, 잘못된 자료수치 등은 필자의 능력 내에서 검토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북한의 경제 실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고 더구나 직접 두 눈으로 현장을 둘러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자의 논거가 다소 과장되거나 비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또 하나의 시각으로 북한 경제를 분석하려는 진지한 시도는 마땅히 높게 평가할만 하다.

곽동기, 『평양의 요술램프』, 도서출판615, 310쪽, 13,000원. 문의 02) 349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