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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양자대화 앞두고 발걸음 빨라진 北

활기 띤 양자 관계 개선...여전히 냉랭한 남북

정지영 기자 jjy@vop.co.kr
12월 8일로 예정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과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북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북미 양자대화 결과에 따라 진행될 북핵 협상에 대비하기 위해 북은 관련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북일 간이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방북설까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간 아사히는 17일자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12월 초순께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여러 경로로 북일 간 물밑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에 비춰보면 신빙성 있는 보도로 관측된다. 다만 일정에 있어선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이 12월 8일로 잡힌 이상, 그 이후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일관계 개선은 북과 일본 양자 모두에게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토야마 정부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주장해왔으며, 북과의 관계도 이 같은 구상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또한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 정부로서는 납치, 핵, 미사일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라야 국교정상화 교섭에 들어간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국교정상화의 프로세스 가운데서 하나씩 해결해가는 방법도 가능하다”면서 자민당 정부와 달리 납치 문제를 관계정상화 교섭의 조건으로 내세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서도, “지금까지 6자회담에서 일본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납치문제가 하나의 걸림돌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납치문제를 6자회담의 걸림돌로 만들지 않고 북일 간의 문제로 다룰 것이며, 6자회담 내 일본의 역할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었다.

북일관계 개선은 북 입장에서도 6자회담 역학구도를 변화시켜 현재의 교착국면이 협상국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중요한 변수다.

북은 이외에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을 비롯해 관련국과의 관계 개선도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중국 량광례 국방부장이 22일 평양을 방문해 양국 군대의 “단결된 힘”과 “피로 맺어진 중조 친선관계”를 강조하기도 했고, 세르게이 미로노프 러시아 연방의회 의장이 하루 뒤인 23일부터 북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러시아 정부가 유엔 결의에 따른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에 대한 식량지원을 완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첫 번째 북미 양자대화를 앞두고, 미국 민간 인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1일엔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과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 니콜 피네만 KEI 학술연구부장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이 방북하기도 했다.

여전히 냉랭한 남북관계

여느 때보다 활기를 띤 6자회담 관련국들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랭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만 흐르고 있다.

북은 최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해 “핵문제를 구실로 북남대화와 협력을 악랄하게 반대해 나서고, 그 무슨 3대 조건이니 뭐니 하면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 계속 차단봉을 내리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앞으로도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17일 노동신문)이라고 밝히는 등 '공중전'을 통해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북은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과 마찬가지로 남쪽에도 대화 공세를 취하고 있다. 북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11주년 기념행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측에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회담 의사를 전한 것.

북은 특히 정부가 강조해 온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물론 남측 당국자의 현장방문 등을 남측 당국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금까지 우리 당국이 북한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회담제의를 받은 것은 없다”면서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관광 재개를 희망한다면 지금 가동되고 있는 당국 간 회담 채널을 통해서도 언제든지 회담 제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공식적인 회담 제의로 접수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과의 양자대화에 나서거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있는 나머지 국가들과 달리, 남측은 여전히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