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3283

불안한 평행선, 천안함.북핵 걸림돌 될 듯
남북의 ‘대화공세’와 ‘역제의’ 귀결은?
2011년 01월 13일 (목) 19:19:15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새해 들어 북한이 강도를 높여가며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있지만 남측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라는 사실상의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북한의 대화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미중 정상회담 등 국제적 분위기도 6자회담 재개 흐름을 타고 있어 마냥 대화를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융탄 폭격 수준의 북 대화 공세, 해석은 제각각

북한은 1일 신년공동사설을 시작으로 5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과 8일 조평통 대변인 담화 발표, 10일과 12일 각각 3건의 대화 제의 전통문 발송 등 숨가쁜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10일자 전통문에서 북측은 남북당국회담 실무접촉을 1월 27일 개성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2월 1일 문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하고, 1월 12일부터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재가동하고 남북경협사무소를 정상 운영한다고 통보했다.

이같은 북측의 대화공세는 12일 7개월여 만에 판문점 연락채널이 재가동되는 성과를 낳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진정성 있는 대화 제의로 보지 않는다”고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아 남북회담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국제적인 여론도 남북대화 성사를 바라는 상황 등을 감안하여 정부는 10일 북한의 진정성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역제의’를 내놓았다.

정부는 10일 오후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대화공세를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평화 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 전술의 일환”이라고 규정하면서 “남북간 진정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고, 우리는 이를 위한 남북 당국간 만남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은 12일 3건의 전통문을 보내와 남측의 역제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금강산관광 재개회담을 2월 11일 개성에서, 개성공업지구 실무회담을 2월 9일 개성에서 갖자고 제의하고 경협사무소에 남측 인원이 복귀하지 않은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마디로 북측의 대화공세 융단폭격에 남측이 역제안으로 공을 북측에 떠넘겼지만 북측은 아랑곳 않고 대화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북한은 고강도 대화공세를 펴는 이유에 대해 5일자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에서 “우리 민족이 서로 적대시하고 대결하면 녹아날 것은 우리 겨레이고 어부지리를 얻을 것은 외세”라며 ‘우리 민족 대 외세’의 구도를 제시하고 “이 땅에 다시 전쟁의 참변이 터지면 그 재앙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간의 대결 상태 지속은 결국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한반도 개입력을 높여주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현실성이 있다.

8일자 조평통 대변인 담화에서는 “우리는 현 남조선당국이 임기 5년을 북남대화 없이 헛되이 흘려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의 대화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부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고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대화공세를 펴는 이유까지 설명했다.

물론 북한의 이같은 공식적인 설명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후계구도 안정화와 2012년 경제강국 진입을 위해 전념해야 할 북한 내부의 필요성과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 등 대외적 여건 개선의 필요성 등이 맞물려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오는 19일 오바마-후진타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양국으로부터 남북관계 개선 압력에 직면한 북한이 오히려 주도적으로 대화를 제기함으로써 국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화제의가 ‘진정성’을 담았다기 보다는 “국제사회에 대한 위장 평화공세이자,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한 상투적 전술의 일환”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 등으로 국제사회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을 반전시키기 위한 위장공세이자, 야당과 시민사회가 정부의 대북정책 변경을 촉구하도록 유도해 남측 내부의 분열을 노리는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라는 것이다.

‘진정성’ 역제의는 대화 거부 ‘면피용’?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대화공세가 ‘위장 평화공세’나 ‘통일전선전술’이 아니라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 확약,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확인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당국회담을 제안한다고 역제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리 정부의 이른바 ‘역제의’가 대화를 위한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자 <조선일보>는 10일 비공개로 열린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측의 대화 제의를 ‘돈과 식량을 얻기 위한 위장 평화 공세’로 보는데 의견이 일치했고, 회의에 참석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대통령 생각이 정말로 단단하더라. 당분간 원칙대로 갈 것 같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 외교안보장관회의 결과를 담아 통일부 대변인이 논평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 바로 이른바 ‘역제의’이기 때문에 이 역제의는 대화를 위한 제의라기 보다는 ‘원칙’대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통일부는 지난 연말 2011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원칙있는 대북 정책 일관성 지속 견지’를 내세웠고, 2011년 대북정책의 3대 목표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제시한 바 있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원칙’이란 사실상 대북압박정책으로 해석된다.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역제의는 사실상 북측이 받을 수 없는 요구를 제기해 대화를 거부하면서도 공은 북쪽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면피용 제안”라고 평가절하했다.

불안한 평행선, 남측 ‘원칙’ 통할까?

연이은 대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측과 역제의를 던져놓고 원칙을 지키겠다는 남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측의 역제의 의제 중 연평도 사건은 북측이 민간인 사망에 대해서는 사실상 유감을 표명한 바 있고, NLL(서해 북방한계선) 문제 등 남북간 협의사항이 될 수 있지만 천안함 문제는 남북의 주장이 180도로 달라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핵문제는 의제화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남북대화에서는 버거운 주제임에 틀림 없다. 

13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적인 역제의 내용을 밝혔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 “도발에 대한 시인과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으며,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은 공언한 것처럼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서 나갔기 때문에 적어도 북한의 선조치가 필요하고 이런 것들을 하겠다는 확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선조치’를 구체적으로 예시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역제의에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와야 되겠다”고만 말했다.

이처럼 현 장관이 역제의에 관해 추상적인 답변만 되풀이하자 일각에서는 대화 재개를 위한 제의라기 보다는 북측이 어차피 받아들이지 못할 제의를 던진 것이고, 만약 북측이 제의를 수용하겠다고 나서더라 ‘선조치’가 미흡하다고 거부하기 위해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발 더 나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문제는 외교부가 해야 할 영역이라고 본다”면서 “남북대화에서 핵문제가 의제화 된다면 외교부가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오래 전부터 남북 외교부-외무성 간의 북핵 대화채널 구축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미 양자회담과 6자회담 틀을 선호하는 북한이 그것도 이명박 정부와 남북 외교라인을 가동해 북핵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북측이 남측의 역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든지 남측이 향후 더욱 강도 높은 북측의 대화공세와 국제여론에 떠밀려 대화에 나서는 길 외에는 대화 재개 가능성이 달리 없는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정부는 대화와 압박 투 트랙 가운데서도 대북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입장을 높여주면서 나름대로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핵문제는 다른 차원이지만 천안함.연평도 문제는 북한이 군사실무회담 개최 등으로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측이 남측이 역제의한 의제들과 자신들이 제기한 당국회담, 금강산관광 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 등 모든 의제를 한 자리에 올려놓고 의논해 보자고 남측의 역제의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거론하는 것은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북측도 우리 역제의에 답하지 않고 자기들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은 전형적으로 이야기가 잘 안될 때”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일본인 납치자를 인정했다가 큰 낭패를 당한 경험이 있는 북한이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을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북한은 ‘더 이상 도발적 행동을 말라’는 미국과 중국의 요청을 간접 수용하면서 끝까지 남북대화에 성의를 보였다고 하면 그만이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승환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12일자 <통일뉴스> 칼럼에서 “남과 북은 어떤 식으로든 천안함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며 “우선 남과 북이 공동조사를 합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종의 정면돌파론인 셈이다.

현인택, ‘다음 대화 단계’와 남북정상회담도 언급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지난 8일 <통일뉴스>에 “아직 북한의 ‘일면 대화, 일면 압박’ 전술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대화의 문을 닫으면 북측의 더욱 강경한 도발과 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남북대화가 불발될 경우 3차 핵실험이나 제2의 연평도 포격전 같은 무력시위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인택 장관은 ‘정부의 당국 간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응하면 바로 대화가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그 논의를 대화하자고 제의했으니 다른 전제 조건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논의해서 다음 대화 단계로 간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도 13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간 회담이 이어지고 그 회담에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이후에 상황은 여러 다른 형태의 남북 회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남북이 제의한 모든 의제들을 다루는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이 열려 접점을 찾을 경우 ‘다음 대화 단계’로 나갈 수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 남북대화는 실무급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유산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북측은 지난 10일 전통문을 통해 오는 27일 개성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한 바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회담이라는 것은 실무급이 잘되면 고위급도 되고, 이것이 잘 되면 최고위급으로 갈 수도 있다”며 정상회담에 대해 “가능성 자체를 없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회담의 수준 문제는 다 열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고,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정상회담은 지금 단계에서 얘기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정상회담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북측의 대화공세와 남측의 역제의,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한반도의 미래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