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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운영의 정상화와 후계체제 수립 목표
30년만의 최고지도기관 선거, 조선노동당 대표자회 왜 열리나?
2010년 09월 02일 (목) 17:40:46 윤지훈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윤지훈 (월간 <민족21> 이사)


북이 며칠 후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개최한다. 당 대표자회는 1958년, 1966년에 이어 3번째지만 1980년 제6차 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중앙 차원의 당회의라는 차원에서 주목된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가 이뤄질 예정이다. 조선노동당에 30년 만에 대규모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셈이다.

북은 지난 6월 7일 최고인민회의(남쪽의 국회에 해당) 제12기 3차 회의를 열어 새 내각 총리에 최영림을 임명하는 등 내각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장성택 국방위원회 위원(조선노동당 행정부장 겸직)을 부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얼마 후 조선노동당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9월 상순 당 대표자회 소집을 공고했다. 공식적인 회의 개최 목적은 ꡒ조선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ꡓ다. 내각에 이어 당에도 ꡐ인사태풍ꡑ을 예고케 하는 대목이다.

당 중앙위원 임명에 기존 인사 반영

조선노동당의 규약엔 “당대표자회는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에 관한 긴급한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며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 위원 또는 준후보 위원을 제명하고 그 결원을 보선한다”(30조)고 규정돼 있다.

또 당 규약은 “전당의 최고지도기관은 당대회이며 당대회가 없을 때는 당대회가 선출한 당중앙위원회가 최고지도기관이 된다”(당 규약 14조 1항)라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자회는 당대회를 대신하는 당 중앙위원회, 구체적으로 보면 당중앙위원회 (정)위원과 후보위원을 새로 임명하기 위한 것이다.

북에선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이후 30년 동안 공식적으로는 최고지도기관 선거가 없었다. 이런 사정 탓에 당시 선출된 당 중앙위원 145명 가운데 77명이 사망.해임됐고 지금은 68명만 남았다. 그나마도 대부분 70~80대의 고령으로 사실상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에는 국방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부부장들, 내각의 총리.부총리.상(남쪽의 장관에 해당), 부상(차관)급, 주요 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 및 지배인, 인민군 대장.상장(남쪽의 중장에 해당)들, 기타 당.정.군.사회단체의 주요 보직자들이 임명되는데, 이들 부서.직책의 책임자들은 그동안 변동이 많았지만 당 중앙위원.후보위원으로 보선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지난 몇 년간 당.정.군에서 있은 인사변동에 따라 등용된 주요 간부들이 대거 당중앙위원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노동당 중앙위는 비상설기구인 전원회의(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전체회의)와 상설기구인 정치국.비서국.검열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당연히 이들 기구 구성원의 교체와 충원, 일부 조직 개편 등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비서국에는 김기남(선전 담당), 전병호(군수), 최태복(교육), 김국태(간부) 비서 등 4명만 활동하고 있고, 조직.대남.국제.경제.근로단체 담당 비서가 공석이거나 겸직인 상태다.

북은 이미 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회의 참가자 선출을 마쳤다. 이번 당대표자회 참가자는 당 하부의 말단조직인 당 세포비서를 비롯한 핵심당원을 위주로 선출됐다고 한다.

북에게 44년 만에 열리는 이번 당 대표자회의는 최고지도기관 선거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조선노동당을 강화하고 그 영도.지도적 기능을 더욱 높여나가기 위한 조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기존의 정치국 결정을 통해 당 인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당대표자회를 통한 인사조치를 선택했다. 이는 노동당 운영과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당의 기능을 정상화해 당-인민의 관계를 확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후계자가 어떤 직책에 임명될지 관심

둘째는 당적으로 후계체제 수립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2008년 말 후계자로 결정된 ‘청년대장’ 김정은 그 동안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국정 전반에 참여해 왔다. 현재 김정은 후계 작업은 대외 공식화를 빼고는 사실상 모든 절차가 완료된 상황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는 당 중앙위원에 선출될 것이 확실하다.

6월 30일자 <로동신문>은 “조선노동당의 영도는 선군혁명의 생명선이며 민족만대의 번영을 위한 근본담보”라면서 “이번 당대표자회를 계기로 혁명과 건설에 대한 당의 영도가 더욱 확고히 보장되고 우리의 강성대국건설에서는 보다 큰 비약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관심의 초점은 후계자 김정은의 당 중앙위원 선출이 아니라 오히려 당에서 어느 직책을 맡을 것인가와 직책을 공개할 것인가 여부다. 당 대표자회 직후 열린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에서 만약 후계자가 조직담당 비서나 조직부장에 임명될 경우 확고하게 조선노동당의 2인자로 부상해 국방위원회에 이어 당의 운영까지도 총괄하게 될 것이다. 이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물론 다른 전망도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현재 북이 선군사상,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당 군사부의 위상과 역할을 높이고, 후계자가 군사부장에 임명돼 당의 군사노선을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후계자가 조선노동당 내에서 어떤 직책을 맡게 되더라도 대외적으로 후계자의 직책을 공개하거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북은 후계자 공개보다 후계자가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있는 여건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당대표자회 소집 결정서에는 “주체혁명 위업,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위업 수행에서 결정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당과 혁명 발전의 새로운 요구를 반영”,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위업 수행”이란 표현으로 이 같은 뜻이 담겨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 위업 수행”을 통해 후계자의 정치적 리더십을 인민들로부터 검증 받겠다는 것이다.

북이 최근 부쩍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 단행된 내각 인사에서도 이 점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내각에 새로 등용된 간부 중 최영림 총리, 전하철 부총리는 김일성 주석 서기실 (금수산의사당 서기실) 책임서기 출신이고, 김락희 부총리 등 일부 간부들은 김일성 주석이 총애했던 인물로 대중들에게 알려진 인물들이다. ‘부강 조국 건설’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려는 인사였던 셈이다.

제7차 당대회 개최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

결국 이번 당대표자회는 표면적으로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표방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후계체제의 안정적 수립을 위한 당 기능의 정상화와 이를 통한 적극적인 경제 건설 추진, 후계체제를 뒷받침할 새로운 인사의 등용 등에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조선노동당 내에서는 김경희(경공업부장).장성택(행정부장) 부부, 군부 내에서는 김영춘(인민무력부장).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후계체제를 뒷받침하는 2세대의 중심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며, 김정각(인민군 총정치국장).리영호(인민군 총참모장) 대장 등이 이를 떠받치는 3세대의 주요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외 일부 전문가들은 장성택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이 지난 6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한 것을 들어 장성택 관리체제가 우선 등장하고, 이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 준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지어 장성택 부장이 ‘넘버 2’의 자리를 넘어 ‘1인자’에 오를 야심으로 후계자 김정은과 대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장성택 부장의 힘은 김일성 주석의 외동딸인 김경희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김영춘.오극렬로 대표되는 만경대혁명학원 출신 ‘2세대 군부 지도자’의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한편, 이번 당 대표자회의를 통해 후계자가 당직을 맡게 되면 후계자 주도로 경제 건설에 주력하면서 제7차 조선노동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당대표자회는 2012년 10월로 예상되는 7차 당대회 개최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