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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치.인도 투트랙 대화 예고
<초점> 군사실무회담 결렬과 적십자회담 수용
2011년 02월 09일 (수) 18:18:04 김치관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ckkim@tongilnews.com
9일 오전 통일부는 북측이 제의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오후 이틀째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군사 실무회담은 결렬됐다.

이처럼 엇갈린 신호에 남북관계가 과연 대화 모드로 진입할 수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대화가 대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십자회담 수용, 대화의지 과시용?

이날 오전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우리 측은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서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구체적인 일자와 장소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에 쌍방이 협의하여 확정해 나갈 것을 제의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측 조선적십자회가 지난달 10일부터 제의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고위급 군사회담의 순항을 전제조건으로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전날(8일)에 이어 이틀째 판문점에서 진행중인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회담 역시 순항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예상과 달리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 등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적십자회담 수용 배경에 대해 “적십자회담은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하는 회담으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해온 우리로서도 북측의 회담 제의를 계속 외면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에 우리도 나름대로 대화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적십자회담을 고위급 군사회담 이후에 협의하자고 한 것은 군사회담에서 북측의 양보를 촉구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하자면서 제안한 적십자회담을 우리 정부가 수용하면서도 군사회담 결과와 연계시킨 것은 대북정책의 철학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미국이 북에 식량지원을 하겠다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안하고 6자회담이 재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도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사안을 분리할 수 있다는 전략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석했다.

양무진 교수 역시 “시점 상으로 봤을 때는 군사회담 의제에 대한 대북 압박 차원에서 적십자회담이라는 당근을 던진 것”이라고 보았다.

일각에서는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당일 오전에 적십자회담 수용을 밝힌 것은 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의 양보를 압박하면서 결렬되더라도 대화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사실무회담 결렬은 ‘샅바싸움’?

군사실무회담 이틀째인 9일 속개된 오후 회담에서 북측은 다음 회담 일정도 정하지 않은 채 10여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북으로 돌아갔다. 모양새만 보면 북측이 회담을 결렬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날 남측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매달린데 반해 북측은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더불어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을 의제로 포함시키자고 주장해 평행선을 그었고, 회담 대표의 격도 남측은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 급을 제안했고, 북측은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 혹은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급으로 할 것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북측은 회담 성사를 위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회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교수는 “워낙 의제에 대한 남북의 입장차가 크다”며 “우리는 판사와 죄수 신분으로 회담하자는 것인데 북한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하고 “기싸움을 하다가 포괄적인 의제에 합의해서 2월 말경 고위급 군사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남북대화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고 남북한 모두 군사회담이 결렬될 경우 비판의 부담이 워낙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교수도 “천안함.연평도 의제로 줄다리기 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것만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북측이 천안함 문제를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뭔가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일종의 샅바싸움이므로 한번 정도 냉각기를 거쳐 남북 중 누가 제안하든 다시 제안해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 물밑접촉설 솔솔, 정상회담 준비설까지

한편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열리면서 남북간 물밑접촉설과 정상회담 준비설 등이 갑자기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9일 <한국일보>는 ‘정부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지난달 중순 개성공단 채널을 통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베이징에서 회동하는 방안을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김양건 부장보다 급이 높은 인사가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역제의했지만 북측에서 아직까지 회신이 오지 않았다면서 “남북고위급 대화가 성사될 경우 양측은 연내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이종주 대변인은 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은 보도에 대해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이와 같은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소식통은 “북측이 현인택 장관을 찍어서 대화를 제의했고, 우리가 김양건 부장보다 더 높은 급을 보내라고 역제의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고 자가발전으로 보인다”며 “다만 남북간 물밑접촉을 통한 정상회담 타진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9일 <중앙일보>는 ‘워싱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성렬 북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지난달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대사와 만나 모니터링 문제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해결하겠다면서 대규모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새해 들어 북한은 남한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 전방위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고 일부 대화가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보도가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실무회담 결렬이 보여주듯 남북대화가 단번에 가속도를 내지는 않겠지만 이미 ‘대화가 대세’인 흐름은 시작됐고, 정치.군사적 사안을 다루는 남북 당국간 대화와 인도적 사안을 다루는 적십자회담이라는 투트랙으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남북대화의 진전과 더불어 6자회담 재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남북대화와 6자회담 역시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거에 대화 모드로 전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남측이 일정한 시간벌기를 하면서 속도조절을 거친 뒤에야 남북회담과 6자회담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