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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성공단 '일석다조' 카드 활용>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지난 21일 '개성접촉'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조치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하며 남측 당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결국 북한의 의도가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되 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것임을 보여준다.

   북측은 남측에 전달한 통지문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조치들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면서 남측이 필요한 접촉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이 제안을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통지문은 "남측이 우리의 이번 통지에 대해 또다시 얼토당토않게 헐뜯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 그에 상응한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서는 남측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의 통지문은 북한이 공단 근로자 임금인상과 토지사용료 조기수금 등을 통해 개성공단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남한 정부와 기업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사실상 남측 스스로 개성공단의 문을 닫게 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북한 당국은 남한내 보수층 여론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로 규정하고,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핵개발이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현금을 대주는 격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러한 제안을 내놨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제안은 남측의 수용에 대한 기대를 가진 '협상용'이라기 보다는 폐쇄에 대비한 '명분 축적용' 성격이 큰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이번 통지문을 남측에 전달하면서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번 조치가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차원이 아니라 국방위원회 등 상위 기관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해 한 것도 했다.

   통지문은 개성공단이 6.15남북공동성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인 '우리민족끼리'의 산물이라며, 이 때문에 군사적으로 예민한 개성공단을 남측에 내주는 등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국가 대 국가'간 타산적인 사업이 아닌 '민족사업'에 맞게 각종 특혜를 부여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남한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악의에 차서 걸고들다 못해 국제적인 `제재’놀음에 앞장"서고 있고 북한이 이미 "전쟁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명백히 밝힌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전면참가"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민족끼리 이념에 대한 용납못할 유린행위"라고 통지문은 주장했다.

   남한 정부가 이같이 "우리와의 대결로 계속 나가고 있는 이상" 개성공단에 대한 특혜조치들을 철회하고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간 사업으로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통지문은 또한 남한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유지하려는 북측의 노력에 대해 "돈에 목이 메어 폐지 못하고 있는 듯이 왜곡선전"을 하고 "더욱이 남측 당국이 개성공업지구를 우리를 반대하는 모략기지로 삼고 있는데 대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개성공단에 대한 북측 당국내 부정적 인식의 일단을 드러냈다.

   북측의 통지문에 대해 정부 관계기관의 한 대북 정보분석관은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입장에서 자기네들이 손해볼 것 봐가며 혜택을 줬는데 이제 남쪽이 민족 적대적 정책들을 펴니 그러면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냉정하게 계산해가자는 뜻"이라고 풀이하고 "북한의 수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우리 기업들이 스스로 하나 둘씩 보따리를 싸게 하겠다는 고단수"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나중에 개성공단 기업들이 철수하면 그 설비를 인수하고 또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는 북한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남측에 회담을 제안해 온 것이라고 보지만 정상적인 회담이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남한이 수용하기 힘든 제안을 함으로써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회담을 전개할 것이고 향후 결과에 대한 책임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남한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경우에도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개성공단 카드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퍼주기'를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이라는 소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북한의 개성공단 재협상 요구에 대해 현대아산 근로자 억류문제 및 개성공단의 안정적 출입.체류 문제와 연계시킨다는 입장을 정함으로써 남북간 개성공단 재협상이 출발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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