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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4'... 초코파이만 고집하는 MB정부

[주장] 북한 수해 심각... 고통받는 동포에게 도움을
12.09.05 20:12l최종 업데이트 12.09.05 20:12l
지난달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북한 긴급 수해 지원 및 북한 어린이돕기 범국민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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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월 내 봄가뭄이 이어지더니, 7, 8월 혹독한 폭염에 이은 폭우, 급기야 태풍, 때아닌 가을장마까지, 이놈의 날씨가 왜 이러나 싶게 고르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농민들의 한숨은 늘어가고,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날씨 걱정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날씨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북한 수해 소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올해도 북한의 수해가 심각하다 합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4일까지 사망 169명, 실종 400여 명, 이재민 21만 명이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그 이후에도 집중후우가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볼라벤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3일 보도된 데 따르면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2일 현재 사망자수는 48명, 부상자와 행방불명자 수는 50여 명"이라며 "전국적으로 6700여 세대(가구)의 살림집(주택)이 완전 및 부분 파괴·침수되고 2만1180명이 집을 잃었다"고 합니다.

농경지 침수로 북한의 올해 식량생산량이 60만 톤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식량상황이 넉넉지 않아 해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북으로서는 매우 비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수해 피해' 북한, 식량 60만 톤 줄어들 듯

북한의 수해상황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 또한 분주합니다. 이미 평양주재 국제기구들이 피해 실태파악에 나섰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쌀 336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3만4000달러, 유엔아동기금(UNICEF)이 25만3000달러, 국제적십자사가 3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독일과 영국의 NGO들도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우리 단체를 포함한 남쪽의 대북지원단체들도 수해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4일 대북지원단체들을 대표해 북민협(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 북측 민화협과 수해지원에 관한 실무협의도 진행하고 밀가루 3000톤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정부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되어 있는 데다, 지난해 수해지원 품목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지원이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50억 원 상당의 수해지원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북한은 이에 호응해 수해지원에 필요한 '식량과 시멘트'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북한이 요청한 물품은 군사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며 초코파이와 영유아용 과자를 보내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결국 지원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수혜자가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을 제공한다는 인도지원의 대원칙을 저버린 것도 문제거니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식량과 시멘트 등은 수해복구에 가장 필요한 것들일 텐데 말입니다. 북한이 1984년 남쪽에 수해지원으로 보내온 물품도 쌀과 시멘트였습니다.

정부는 수해지원을 통해 남북관계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올해도 상황은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심지어 정부는 민간이 수해지원을 위해 보내려는 밀가루도 북으로부터 미리 분배계획서를 받지 못했다며 반출을 불허했습니다(분배계획서란 북한에서 남한의 지원 물품을 받아서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얼마만큼씩 나눠주겠다는 계획을 밝힌 문서를 말합니다).

자연재해로 고통에 시달리는 한시가 급한 사람들에게 긴급 구호를 하면서 분배계획서를 내놓으라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전례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사후 모니터링을 할 수도 있는데 굳이 문제를 삼아 반출을 불허하는 것은 결국 '하지 말자'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북한도 '꼬리표'가 붙은 남측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대북지원단체들과 북민협의 수해지원도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인지상정입니다. 어쩌면 북을 돕는 이번 일이 악화된 남북관계를 어렵지 않게 회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진정 모르는 걸까요? 1984년 북한의 수해지원을 계기로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이 분단 40년 만에 처음 성사됐던 것처럼, 날로 악화되는 남북관계를 지켜보면서 고통의 나날을 보냈을 이산가족의 눈물을 닦아줄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입니다.

북한 수해와 수해로 고통받는 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나눔이 필요합니다. 인도적 도움의 손길조차 가로막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돕겠다는 우리의 마음이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반드시 가닿기를, 가능한 지원의 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연희 기자는 겨레하나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