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9822

대북정책 컨센서스와 유권자의 권리
<칼럼>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2012년 09월 10일 (월) 21:21:34 서보혁 tongil@tongilnews.com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새누리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박근혜 의원이 일찌감치 결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야권의 대선 후보 결정이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시 그가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상한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물론 진보, 보수 진영의 군소정당에서 대선 후보가 나올 수 있겠지만 대선 구도에 큰 변수는 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까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보면 문재인 의원이 유력해 보인다. 그가 안철수 교수와 단일화 하면 박근혜 후보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단일화 협상이 힘들겠지만 분명한 목표를 정해놓고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시민들의 관심도 누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이냐에서 대선 후보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로 옮겨갈 것이다.

박근혜 의원, 문재인 의원, 그리고 안철수 교수의 대북정책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적지 않다. 박근혜 후보는 작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신뢰”와 “균형”에 입각한 외교안보정책 구상을 밝혔다. 거기서 그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시하며 한편으로는 북한의 군사 도발과 핵 위협에는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박 후보는 또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을 포함하여 남북이 맺은 기존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 회복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후보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진화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남북한 공동의 변화, 공동의 발전을 추진할 의사를 피력하였다. 박 후보측의 대북정책 구상에는 경제협력, 기존 남북간 합의 이행 등 포용정책을 지지해온 야권의 대북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르면서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경제지대 건설, 금강산, 설악산, 평창을 연결하는 국제관광특구 개발 등을 공약했다. 그는 지난 8월 16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을 서해평화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데 합의했다. 그 자리에서 문 후보는 남북 공동어로와 수산업 협력, 인천-개성공단-해주를 잇는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 건설, 동서평화고속도로 건설 추진 등을 약속하기도 하였다. 문 후보의 대북정책에는 인천 및 서해, 그리고 강원도 지역경제 살리기를 남북 경협과 연계시키려는 뜻이 담겨있다. 이는 박근혜 후보도 반대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 후보 등 비문(非文) 후보들이 노무현 정부 초기 대북송금 특검을 놓고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자, 문 후보는 “특단의 조치”라고 하면서 그 불가피성을 주장하였다. 이는 투명성 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투명성 있는 대북 지원을 강조하는 여권의 입장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안철수 교수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과 여러 강연에서 밝힌 소신을 종합해볼 때 야권의 대북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는 통일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인 과정으로 보고, 통일을 가져오는데 교류협력이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햇볕정책의 성과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물론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도 동의했고,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치하는 것이 주요 과제임을 여러 번 밝혔다. 안 교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합리적 의문을 해소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다만 안 교수는 “남북 협력을 진전시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관련해 필요한 발언은 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2012년 3월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이는 북한인권문제에 높은 정책 비중을 두고 있는 여권과 상통할 수 있는 부분이고, 야권에게도 포용정책의 업그레이드(upgrade)를 촉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는 북한문제도 보편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여권과 야권 대선 주자 혹은 유력인사들 사이에 차이도 발견된다. 박근혜 후보는 예상대로 대북 억지에 바탕을 둔 신뢰, 교류협력을 강조하며 안보 패러다임을 이용한 전통적인 보수층 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과 안철수측은 교류협력을 남북관계 발전의 주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교수는 북한인권문제 외에는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대선 국면이 본격화 되면 여야 대통령 후보 사이에서는 대북정책 분야에서는 북핵문제를 포함해 안보 중심으로 쟁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일정한 공통점이 발견되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된 남북관계, 한반도 긴장, 그리고 유권자들의 의식 변화와 세대 변화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남북대화 복원, 긴장완화, 공동의 경제발전,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변화를 위한 남한의 적극적 자세 등에 있어 유력 대선 주자들은 공통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그것들이 구두선이 될 수도 있고 각자의 의중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를 기다렸다가, 후보 중 한 사람을 투표용지에 적어 넣은 것으로 유권자의 권리를 한정하는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선거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한반도 평화, 남북 화해와 공영을 위해 대선 주자들에게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북정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렇게 해서 이념 대립으로 국가대계를 그르친 전철을 반복하지 말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대북정책을 시작하도록 준비하자.


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한국외국어대 정치학 박사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북한인권)
민주평통 상임위원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 역임
현재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

저서: <헬싱키 프로세스와 동북아 안보협력>(공편, 2012), <코리아 인권>(2011), <천안함 외교의 침몰>(2011, 공저), <북한 인권>(2007)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