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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민간단체에도 대화공세.. 정부 "분열 전술"
단체들 "정부가 변해야".. 종교인모임, 3.1절 평양회동 수정제의
2011년 01월 13일 (목) 20:12:12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북한이 당국간 회담제의와 함께 남측 민간단체들에게도 대화를 제의해 성사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남북 민간단체 관계자들의 만남은 정부의 허가를 필요로 해 정부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남 당국사이의 회담을 무조건 조속히 개최하자"고 당국간 회담을 제의함과 동시에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위원장 안경호)와 '조선종교인협의회'(회장 장재언)가 각각 남측 민간단체에 서신을 보냈으며, 11일에는 '조선사회민주당'(위원장 김영대)이 민주노동당에  서신을 보내 만날 것을 제의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우리 종교단체와 사회단체들에 중국 등에서의 접촉, 남북공동 민간행사 개최 등을 연이어 제의를 해오고 있다"고 확인하고, 북측이 신년인사 36건, 연합성명 43건 등 총 78건의 팩스를 민간단체에 보내왔다고 12일 밝혔다.

이 중 북측으로부터 접촉 제의를 받은 남측 민간단체과 정당은 '6.15남측위', '민주노동당', '겨레얼살리기 국민운동본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천주교여성수도회장상연합회' 등이다.

이들이 받은 서신 내용을 종합하면 2월 중국 베이징, 개성, 금강산 등지에서 만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정당.단체간 사업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13일 <통일뉴스>가 입수한 한 단체가 지난 8일 북측 단체로부터 받은 팩스 전문에는 "전쟁위험을 하루빨리 가시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오는 2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OOO을 비롯한 귀 단체 관계자 분들과 만나 OO과 귀측에서 요망하는 문제랑 협의하여 화해와 협력으로 북남관계 개선에 기여해 나갔으면 합니다. 이것은 신앙과 민족의 역사에 실천적 의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쓰여있다.

북한이 보낸 팩스 내용은 단체 대표 이름과 접촉 날짜만 다를 뿐 대부분 맥락이 같다.

'겨레얼살리기 국민운동본부'는 2월 18일 베이징에서, '한국천주교여성수도회장상연합회'는 2월 21일 베이징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2월 28일 베이징에서 만날 것을 조선종교인협의회로부터 제의받았다.

같은 날 6.15북측위는 6.15남측위와 6.15해외측위에 팩스를 보내 “남북간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해내외의 광범한 단체와 인사를 망라하고 있는 6.15민족공동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6.15민족공동위의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회의를 2월중에 개성이나 금강산 혹은 제3국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고 6.15 남측위 대변인이 지난 12일 <통일뉴스>에 밝혔다.

이어 11일 조선사회민주당은 민주노동당에 팩스를 보내 "남북 관계 개선과 협력 분위기 조성을 위한 남북 정당교류 활성과 연대협력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빠른 시간 에 개성이나 금강산 내지는 제3국'에서 만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으로부터 대화 제의 팩스를 받은 대부분의 단체들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정부 허가없이 만날 수가 없어 정부의 태도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의 팩스에 대해 "현 남북관계 상황에서 우리 민간단체들을 대상으로 접촉과 행사를 연이어 제안해 오고 있는 데에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켜 보려는 해묵은 전술"이라며 "이와 같은 행태를 즉각 그만 두고, 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근원적인 문제들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나올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가 이처럼 '진정성'을 거론하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대화제의를 받은 민간단체들은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관계자는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대화하자는 것에 환영한다. 다음 주 쯤 내부 검토를 할 예정"이라면서도 "북쪽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만나기는 해야하는데 (정부가) 허가도 안 내줄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단체 관계자도 "인도적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민간이 먼저 풀길 바라는데 당국에서 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앞서 나가기 어렵다"며 "추이를 보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작년 10월 쯤 주민접촉신고 낸 것도 통일부로 부터 불허가 됐다. 지금 이렇게 팩스가 와도 어떻게 답변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남북대화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의 대화제의 팩스에 응해야 할지 난감하다. 내부 협의를 더 거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한편,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2월 28일 베이징에서 만나자는 북측의 팩스를 받은 다음 날인 9일, 답장을 보내 3.1절을 전후해 평양에서 만나자고 수정제의했다.

김명혁 목사는 <통일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팩스를 받고 9일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 중국에서 하기 보다는 3.1절을 전후해 평양에서 양측에서 5개 종단을 대표해 33인씩 만날 것을 제의했다"고 13일 밝혔다.

또한 "(북한의) 뜻에 동의하면서 현재 남북관계가 오해를 넘어 화해협력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남북관계 특성 상 남북당국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국의) 변화가 온다면 우리 종교인들 역시 주저없이 만나기 바란다"고 답변했다.

김 목사는 "북한이나 종교인들이나 민간단체에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아직 확고한 입장이 아니다. 북한을 의심하는게 많다"며 "대화하자는데 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대화는 필요하다. 그래서 북한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해서 이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정부가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서로 만나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