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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기술, 다시 동북아의 핵심 의제로 부상

WP, ‘北 동창리 미사일 기지 완공...발사 실험 가능성’

정지영 기자 입력 2011-02-17 11:53:27 / 수정 2011-02-17 11:56:50
동창리 미사일 기지

외신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새 미사일 발사타워 공사를 평안북도 동창리에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위성사진에 찍힌 북한의 새 미사일 발사타워의 모습. ⓒ뉴시스/사진출처=英 가디언 웹사이트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다시 동북아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이 역내는 물론 역외에까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는 도쿄발 기사를 통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ICBM급)을 쏠 수 있는 발사타워 공사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동창리에 미사일 발사대 완공’

제임스 클래퍼 국장은 16일(현지시간)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동북아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대화를 재개하고 싶어 하는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핵보유국으로서의 국제적 인정을 함께 갈망하고 있다”면서 “또 북한은 핵기술들을 판매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클래퍼 국장은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1998년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한데 이어 2006년과 2009년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북한은 자신들이 언급한 조그만 통신 위성을 궤도로 진입시키는 목표에는 실패했지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을 성공적으로 실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비록 대포동 2호 발사가 실패했지만, 2009년 실험은 2006년도보다 좀 더 완성된 성능을 보여줬다”면서 “만일 ICBM으로 만들어진다면 대포동 2호는 최소한 미국의 일부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대포동 2호나 관련 기술이 수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클래퍼 국장의 평가는 앞서나온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의 북한 미사일 역량에 대한 평가와 일치하는 것으로, 미군과 정보당국이 모두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을 보유하고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도쿄발 기사에서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에 따르면 높이 100피트(약 30m)의 현대식 발사타워 옆에 커다란 발사대가 설치돼 있는 것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한국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한미가 외신 보도 내용과 유사하게 정보를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가 주목하고 있는 동창리 미사일 기지는 평안북도 철산군에 위치한 종합 미사일 기지로, 정보당국은 북한이 2008년 5~6월 이 기지에서 로켓의 엔진 성능실험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 알려진 것처럼 동창리 기지에 고정 발사대가 설치되었다면 북한이 가까운 시일 내에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 미사일 앞세워 북미대화 종용?

북한 미사일 기술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은 미국에 북미 대화를 종용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흘러갈 경우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다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론’의 시각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이채롭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8일과 9일에 열린 고위급군사회담 예비회담에서 ‘의제’와 ‘대화의 급’을 놓고 북한과의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북한 역시 회담이 결렬된 직후 “더 이상 상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 당국간 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남한과의 대화와 미국과의 대화가 동시병행적으로, 또는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선호하겠지만, 남한이 계속 대화를 거절할 경우 ‘서울을 건너뛰고, 워싱턴으로 가는’ 전략도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미사일 문제가 거론되는 것 역시 북한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다. 핵과 미사일이라는 힘을 앞세워[선군,先軍] 미국과 대화하는 것은 북한의 오랜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