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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분간 냉각기, '대화가 대세'는 유효
<초점>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쟁점과 전망
2011년 02월 10일 (목) 16:58:47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이틀에 걸친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결국 9일 결렬됐다. 남북 양측은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와 급, 시기 등에서 모두 엇박자만 확인한 채 다음 실무회담 날짜도 정하지 않고 헤어졌다.

특히 회담 결렬 직후 북한 대표단은 이례적으로 '공보'를 통해 협상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국방부도 반론을 펴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과만 두고 보면 군사실무회담이 언제 열릴 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대화가 대세'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남북은 실무회담 결렬이란 냉각기를 갖고 다시 회담에 임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급.시기 등 엇박자.. 남북, 동시에 자리떠

이틀에 걸친 남북 군사실무회담의 중요한 변수는 '의제'였다.

북측은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로 △천안호 사건, △연평도 포격전,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시했으나 우리측은 선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문제, 후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 논의를 거듭 강조해 의제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즉, '2+1 의제안'을 두고 양측이 어긋난 것이다.

북측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만을 다루고자 하는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며 '2+1 의제안'을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제의했으나 우리측은 "북측이 제기하는 의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면서 '2개 의제안'이 해결되면 나머지 1개 의제는 회담날짜 연장이나 다음 회차에서 다루자는 것으로 남북의 입장 차는 극명했다.

북측은 '공보'를 통해 "우리측은 괴뢰들이 두 사건해결만을 계속 고집해 나서고 있는 조건에서 앞으로 북남고위급군사회담이 개최되면 먼저 남측이 주장하는 두 사건을 다루고 그 다음에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데 대한 문제 혹은 호상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위를 엄금할 데 대한 문제를 협의하자는 절충안을 또다시 내놓았다"고 언급하며 남측이 의제를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측 수석대표인 문상균 대령은 "북측이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우리가 기존입장을 고수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북측이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것이 나온다고 평가되면 북측이 이야기하는 군사적 긴장해소나 도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협의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북측이 한꺼번에 (의제를 설정하면서) 1.2안을 살짝 이야기하고 (3안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는 전략으로 봤다"며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두루뭉술 넘어가겠다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해 '2+1 의제안'보다 '2안'을 고집한 것이 확인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협상은 양측이 입장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북측이 더 많은 절충안을 냈다. 우리는 천안함, 연평도 문제만 고집해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이런 관점에서 이번 실무회담 점수는 북한은 80점, 남한은 40점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만 중요하고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은 차후로 내놓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천안함, 연평도는 과거문제이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해소 방안은 미래문제자 현재 중요한 부분"이라며 남측의 '2개안 의제' 고집을 비판했다.

고위급 군사회담 수준에 대해서도 우리측은 △국방부 장관-인민무력부장, △합참의장-총참모장 방안을 제기했으나 북측은 차관급인 인민무력부 부부장 혹은 총참모부 부총참모장 급으로 할 것을 제시해 엇박자를 냈다.

그러나 북측이 '공보'를 통해 "예비회담초기에 단장급수를 ‘4성장성’급으로 하자고 공식제의 하였다"고 폭로했고 국방부 관계자도 '4성장군' 급이면 북측의 주장과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제의한 것이라고 확인,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은 여전히 장관급이나 합참의장급을 고수하고 있다.

문상균 대령은 "북측이 분명히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고위급'에 대한 정의는 없다"고 말했으며, 북측의 차관급 제안에 대해서도 "국방부 차관은 현역이 아니다. 너희와 우리는 체제가 다르다. 너희는 다 군사 당국자이지만 우리는 현역이 아니"라며 북측 제안을 반대했다.

회담 시기에 대해서도 북측은 2월 18일을 제안했으나 우리측은 2월 말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17일 대보름 명절 등 연휴이므로 18일에 개최를 제의, 우리측은 회담준비기간을 이유로 2월 말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측은 '공보'에서 "역적패당은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는 2월 말 경에 고위급 군사회담 날짜를 정한다면 우리측의 반발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타산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회담 파탄의 책임을 자연히 우리측에 떠넘길 수있다고 어리석게 획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결국 남북 대표단이 회담장을 떠나면서 회담이 종료됐다.

그러나 국방부는 실무회담 이틀 째 오후회의에서 북측이 10여분만에 '일방적으로 박차고 회담장을 나갔다'고 브리핑했다.

북측 대표단은 10일 '공보'를 통해 "회담도중에 일방적으로 철수하고 상대측 대표단을 바래주는 초보적인 의례절차도 줴버리는 등 북남회담사에 일찌기 있어 본적이 없는 망나니짓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문상균 대령은 "오후회의에서 북측은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입장을 주장하고 우리가 반박했다. 리선권 대좌가 파일을 접자 나도 비슷하게 접었다"며 "저쪽이 나가고 나도 나갔다. 누가 먼저 나갔다는 것은 없다"고 말해 이틀 동안 이어진 실무회담이 성과를 낳지 못하자 양측 모두 인내심의 한계를 보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틀 간 실무회담은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대화가 대세'.. 실무회담 재개 가능성에 무게 실려

이틀에 걸친 군사실무회담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북측이 먼저 제의해서 열린 실무회담으로 곧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 무산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대화가 대세'라는 관측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측이 천안함 문제를 받아들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뭔가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진통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해석하고 "일종의 샅바싸움이므로 한번 정도 냉각기를 거쳐 남북 중 누가 제안하든 다시 제안해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남북대화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고 남북한 모두 군사회담이 결렬될 경우 비판의 부담이 워낙 크다"며 "기싸움을 하다가 포괄적인 의제에 합의해서 2월 말경 고위급 군사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이 지난 5일 정부.정당.단체 합동성명을 통해 조건없는 남북 대화를 제안한 이래 자제해왔던 '역적패당' 등의 용어를 동원해 이례적으로 협상과정을 폭로한 데다 천안함 사건은 남북이 만족할만한 합의점을 찾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간 북측의 대화 공세가 남북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북측이 "상종하지 않겠다"며 먼저 대화 제의를 해오지 않을 경우 남측이 제발로 멍석을 펼 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정부가 대화를 위한 '진정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주목할 대목이다. 양무진 교수는 "우리는 판사와 죄수 신분으로 회담하자는 것인데 북한이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전문가는 "큰 틀에서 보면 대화국면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대화국면 속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단계"라며 "북측이 실무회담 결렬 상황이라도 향후 몇 달간은 갑자기 과거처럼 감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대화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정부도 완전히 결렬됐다고 해서 대화를 중단했다고 보지않을 것"이라며 "아마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결렬 모양새가 필요했을 수 있다. 국내 명분 때문"이라고 말하고 남북간 샅바싸움을 거쳐 2월말, 늦어도 3월 초에는 돌파구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상균 대령도 "우리가 제의한 의제와 급에 대해서 북측이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개최되도록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북측이)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해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당국자의 발언에서 보듯, 이틀간 팽팽한 줄다리기에 그친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대화가 대세'라는 맥락에서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