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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 "北미사일 요격않겠다"..왜>
요격부담 피하기 위한 사전포석 가능성
北로켓, 美본토 도달능력 낮게본 듯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북한이 예고한 로켓발사 시점(4월4-8일)이 일주일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29일 북한 로켓에 대한 요격 가능성을 배제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이츠 장관은 이날 보수성향의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하와이 등지를 향해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면 요격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요격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명시적으로 말한 것.

   게이츠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월 10일 미 행정부 관리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요격준비 태세를 거론했던 자신의 언급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그는 당시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준비를 계속한다면 미국은 이를 요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출 것"이라며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대통령과 부통령 모두는 우리의 능력을 이해하고 있으며, 만약에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미사일 요격을 위한 준비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북한의 로켓발사가 임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요격계획이 없다"고 북한에 먼저 `카드'를 보여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북한 로켓 사거리에 대한 게이츠 장관의 이날 언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이런 종류의 미사일은 알래스카에 도달할만한 사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게이츠 장관은 알래스카 등 미 본토를 향해 날아오지도 못할 미사일을 향해 요격에 나설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한달 전쯤 `요격준비 태세' 발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한 예방적 조치차원에서의 `엄포'였다면, 이번 `요격계획 없음' 언급은 북한의 로켓발사 능력과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내려진 현실적인 대응방침으로 해석된다.

   물론 요격성공에 대한 엄청난 부담도 미국이 요격카드를 슬그머니 내려놓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게이츠 장관을 시작으로 티머시 키팅 미 태평양사령관 등은 미국의 요격능력과 준비태세를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현 미사일방어(MD) 체제 하에서 요격성공률을 낮게 봤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상정한 3차례의 요격실험 실험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미사일의 발사시간, 궤적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입력한 상태에서 이뤄진 `짜여진' 요격실험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던 터였다.

   여기에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요격할 경우에 국제사회로부터 직면하게될 비난여론도 미국이 요격계획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가까운 사이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로켓을 겨냥한 미국의 요격방침을 그간 마땅치 않게 여겨왔으며, 심지어 북한의 로켓발사후 유엔안보리에서 1718호 유엔결의에 기초한 제재문제를 논의하는데도 비협조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사실 북한이 발사하는 우주발사체가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발사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미국이 북한 발사체를 미사일이라고 처음부터 단정짓고 요격에 나섰다가 인공위성으로 판명되면 그도 곤란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게이츠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일단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당장 군사적인 대응조치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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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3/30 00: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