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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는 선군정치와 북중동맹
<해설> 北 당창건 기념행사, ‘김정일.김정은 시대’ 과시
2010년 10월 11일 (월) 14:03:51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북한이 화려한 조선노동당 창당 65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김정일.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내외에 과시하며 선군정치와 북.중우호 관계를 내세웠다.

10일 오전 9시 30분경부터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건 65돌 경축 열병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와 나란히 사열을 받았으며, 이 광경을 이례적으로 북한 공영방송들은 물론 외신들까지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이에 앞서 9일 ‘조선노동당 창건 65돌 중앙보고대회’와 ‘아리랑’ 공연, 10일 0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등에도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이 나란히 참석해 일련의 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김정일.김정은 체제’가 가동됨으로써 ‘김정일.김정은 시대’가 본격 개막됐음을 내외에 천명했다.

‘김정일.김정은 체제’ 본격 가동

‘김정일.김정은 체제’가 본격 가동된 이번 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는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대대적으로 치러졌다.

10일 오전 열병식 행사에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졸업했다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필두로 각급 군사 단위들이 참석했으며, ‘무수단 미사일’ 등 첨단 무기들이 위용을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방송은 물론 80여명의 외국 언론사 취재진이 생방송으로 열병식을 중계했다. 이는 북한에서는 유래 없는 일이며,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내외에 공식 홍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형식상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최영림.리영호 다음 순번으로 보도되고, 리영호 상무위원을 사이에 두고 김정일 위원장의 우측에 자리잡은 모양새를 일관되게 취했지만 이를 두고 서열이 5위, 6위라는 해석은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념행사가 본격화되기 전날인 8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인 양형섭 당 정치국 위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을 이은 후계자임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의 수령론과 후계자론 등에 입각해 볼 때 김정은 부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 즉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 3대 수령’으로 공식화되었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그의 형식상의 당 서열은 무의미하다.

향후 북한의 권력 향배는 ‘김정일-김정은 체제’로 굳어질 것이며, 모든 보고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거쳐 김정일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후계 체제’가 가동될 것이다.

이번 일련의 경축행사에서는 김정은 부위원장을 부각시키는 여러 장치들이 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8일 밤 경축야회와 10일 밤 북한 방송들이 생중계한 가운데 열린 대경축야회 등은 김정은 부위원장의 주특기가 된 ‘불꽃놀이’가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또한 10일 본행사 격인 열병식에 김정은 부위원장이 졸업한 김일성종합군사대학이 첫 자리를 차지했고, 대경축야회에서는 김 부위원장의 공적으로 홍보되고 있는 ‘CNC’(컴퓨터 수치제어)기술을 과시하는 문구들이 새겨지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을 클로즈업 한 사진이 언론에 제공되고, 고 김일성 주석의 외모를 연상케 하는 인민복은 김 부위원장의 고유한 복장으로 각인됐다.

특히 9일 밤 저우융캉(周永康) 단장 등 중국 축하사절단과의 면담 자리에도 김 부위원장이 참석해 경제문제나 대외관계보다는 선군정치에 주력할 것이라는 일반적 관측과 달리 대외관계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외교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있다”면서 “향후 김정은은 김정일의 외교활동에도 동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후계자로서 방중을 추진하는 등 외교 분야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일련의 경축행사를 통해 선보인 ‘김정일.김정은’ 쌍두마차 체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공개된 공식 서열구조

북한은 지난 8월 28일 제3차 조선노동당 대표자회를 개최해 지난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공석이 많았던 당체제를 정비함으로써 일종의 과도체제를 청산하고 실세들을 전진 배치시키는 한편, 후계자 김정은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공식 선출함으로써 후계체제를 마련했다.

따라서 이번 일련의 경축행사 관련 보도에서 이같은 당체제 정비 이후의 공식 서열이 그대로 반영돼 나타났다.

그 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제외하고 크게 보아 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김영남.최영림.리영호) ②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김정은) ③노동당 정치국 위원(김영춘.김기남.최태복.김경희 등) ④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장성택.김정각 등) 순으로 호명되고 있다.

메인 행사라 할 수 있는 9일 중앙보고대회와 10일 열병식 참가자 보도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인 김영남, 최영림, 리영호,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들과 후보위원들...”식으로 보도해 사실상 김정은 부위원장 참석을 부각시켜 전했다.

당대표자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군을 대표해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된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 정치국장은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아 고령으로 와병중임이 확실해 보인다.

다만 금수산기념궁전 참배 시에는 좀더 구체적으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인 리영호,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인민무력부장인 김영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인 김기남, 최태복,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부장인 김경희,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장성택,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인 김정각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들, 조선인민군 군종, 병종사령관들을 비롯한 군대의 지휘성원들이 여기에 함께 참가하였다”고 보도했다.

당 정치국 위원의 경우 ①정치국 위원 겸 군분야 고위직 ②정치국 위원 겸 당 비서 ③정치국 후보위원겸 당 부장 순으로 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주로 군인사들을 중심으로 참배한 형식이지만 정치국 위원 중에서도 인민무력부장인 김영춘을 당 비서들 보다 앞세운 것이 눈에 띄며, 정치국 후보위원 중에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과 총정치국 제1부국장인 김정각을 내세운 점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모두 실세로 평가되는 인물들이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일 보도한 김정일 위원장의 조선인민군 제851군부대 시찰 수행자 명단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당중앙위원회 부장 장성택,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김정각,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인 당중앙위원회 비서 박도춘,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인 당중앙위원회 부장 주규창"이라고 언급돼 당 정치국 후보위원은  ①정치국 후보위원 겸 군분야 고위직 ②정치국 후보위원 겸 당 비서 ③정치국 후보위원겸 당 부장 순으로 돼 있다.

북한의 제1 키워드 ‘선군정치’

이번 경축행사는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내외에 과시했다면, 그 내용물은 선군정치과 북중우호 협력으로 볼 수 있다.

인민군 창건 기념일이 아닌 당 창건 기념일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벌여졌고, 여기에는 각 군사단위들이 참석했다.

북 언론들은 열병식 중계에서 “조선인민군 각급 군사학교 종대들, 조선인민군 근위부대 종대들과 육해공군 종대들, 조선인민내무군 종대들, 우리 당의 자위적 민간무력인 노농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종대들, 주체혁명위업의 믿음직한 기둥감들로 씩씩하게 자라나고 있는 혁명학원 종대들, 무적의 기계화 종대들이 정렬”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은 행진대열의 사열을 받으며 군사식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북 언론은 “백두산 혁명강군의 위용과 최첨단을 돌파한 선군조선의 자위적 국방공업의 위력을 온 세상에 떨치며 주체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 나가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철석같은 신념과 의지의 힘있는 과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완성한다는 것은 김정은 후계체제 역시 선군정치를 펴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퍼레이드에 선보인 미사일은 중거리탄도탄미사일(IRBM)인 ‘무수단 미사일’로 미국영토인 괌을 사정거리에 넣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8.28 당대표자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최대 실세로 떠오른 리영호 총참모장(차수)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인민군대는 조성된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며 만약 미 제국주의자들과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자위적 핵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들을 총동원하여 무자비한 정의의 보복타격으로 침략의 본거지들을 송두리째 날려보내고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이룩할 것”이라며 “필승의 신념을 안고 어버이 수령님의 탄생 100돌이 되는 2012년을 향한 총공격전을 더욱 과감히 벌여나가야 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군정치의 핵심인 '핵억제력'과 '조국통일', '2012년 총공격전'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끈다.  

8.28 당대표자회 전날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수여하고 당대표자회에서 예상과 달리 그를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한 것은 김정일 위원장을 이어 김정은 부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이끌어 갈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며, 이번 경축행사 역시 이같은 흐름을 재확인시켜 준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제2 키워드 ‘북중동맹’

다른 한편으로 이번 경축행사는 북중우호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9일 방북한 중국 축하사절단은 공산당 상무위원인 저우융캉(周永康)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이끌고 있으며,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王家瑞) 부장과 류제이(劉結一) 부부장, 외교부 장즈쥔(張志軍) 부부장, 지린성 쑨정차이(孫政才) 당 서기 등이 포함돼 있다. 저우 상무위원은 중국 공산당 서열 9위로 공안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한 시기에 중국 공산당과 후진타오 총서기가 저우융캉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내준 것은 조선 혁명 사업에 큰 격려가 된다”고 말했고, 저우 상무위원은 “김정일 총서기를 수반으로 하는 새 영도집단의 지도 하에 조선 인민들이 더욱 밝은 미래를 창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했다.

9일 저우 상무위원 접견에는 김정은 부위원장도 자리를 함께했고, 10일 열병식 주석단에는 김 위원장 바로 좌측에 저우 상무위원이 나란히 서서 ‘김정일.김정은 체제’를 축하해 북중 우호를 극명하게 내외에 드러냈다.

이같은 북중 밀월관계는 지난 8월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개월여 만에 재차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과 단독회동을 통해 북중 간의 ‘김정일.김정은 체제’에 대한 이해는 물론 북핵문제와 경제협력 문제 등에 관해서도 심도깊은 협의가 이뤄진 데 기초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지난 7일 민주노동당 토론회에서 “앞으로 북쪽의 기본 축은 중국과의 전략적인 대호와 협력을 통해서 경제적인 대외개방을 확대해나갈 방향으로 갈 것이라 보여진다”며 “지난 8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중 간에 경제적 분야에서 6개 부분이 제안됐고 그 중 5개 부분이 합의를 이루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올해 안에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미관계 정상화가 시일이 걸릴 사안이고 남북 관계 역시 이명박 정부에서는 큰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위한 북한의 선택은 북중동맹 강화 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행사는 8.28 당대표자회를 통해 구축된 ‘김정일.김정은 체제’들 대내외적으로 공식화 하는 ‘축포’를 쏘는 자리로 ‘김정일.김정은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되며, 그 핵심 컨텐츠는 선군정치와 북중동맹 강화로 분석된다.

(2보 수정, 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