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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을 재개하자
<기고>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현황, 과제 그리고 전망
2011년 11월 15일 (화) 16:39:05 곽태환 tongil@tongilnews.com

곽태환 (경남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의 부산물로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 (HEU)] 존재여부를 놓고 2002년 10월 이후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하였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첫 번째 6자회담 (미.중.일.러.남북한)이 2003년 8월에 개최 이후 2년간의 협상 끝에 제4차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2005)을 이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2.13합의(2007)와 10.3합의(2007)로 북핵 불능화와 신고가 오랜 진통 끝에 적정수준에서 핵 신고도 끝났다.

2.13합의 그리고 10.3합의에 따라 북핵폐기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3단계로 나눠 실행하기로 6자가 합의했다.

1단계(북핵 폐쇄) - 2단계(북핵 불능화와 핵시설/신고/검증의정서 합의) - 3단계(핵 폐기로 한반도 비핵화 실현).

이런 순서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진행 중이었으나 불행하게도 4월5일(2009) 북한이 장거리 로켓발사(북한에서는 인공위성), 유엔안보리 의장성명(로켓발사 비난과 경제제재 4.13), 북의 6자회담 불참선언/핵 시설 재가동(4.14), 북한 3개 회사에 대한 제재(4.24), 플루토늄 생산 개시선언(4.25), 핵실험/ICBM발사선언(4.29)-제2차 핵 실험(5.25), 유엔제재(UN 결의1874) 등으로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로 진전되었다.

2010년에는 천안함 침몰사건(3.26)으로 대북 경제제재조치 (5.24) 그리고 연평도 포격사건(11.23)으로 새로운 한반도 냉전체제가 도래했다.

북한이 10.3합의(2007)에 따라 원래 2007년 12월 말까지 핵 신고하기로 합의해놓고 6개월이 지난 6월26일(2008) 핵 신고를 끝냄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미 간 검증의정서 (verification protocol) 쟁점을 놓고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검증의정서 쟁점을 놓고 북미 간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북한이 미국의 테러명단 삭제 지연에 불만을 품고 8월14일 핵 불능화 작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하고 영변 핵 활동을 재가동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6자회담 프로세스, 즉 북한의 비핵화 틀(denuclearization framework)이 무너지는 위기에 처했다.

핵 시설검증 의정서 합의에 6자가 실패(2008년 12월)한 이후 거의 3년 동안 6자회담이 장기간 휴면 상태이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북.미 3국이 6자회담 복원과 관련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미.남북한 3국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방안(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북미회담 6자회담 재개)에 6자가 이미 합의함에도 불구하고 1, 2단계에서 전제조건이 붙어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6자회담 재개 분위기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2011.7.22) 간의 회동 이후 뉴욕에서 북미 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제1차 회담(7.28-29)과 제 2차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2011. 9.21)에서 상호입장을 재확인하였다.

한.미.북한 간의 6자회담 재개의 핵심쟁점은 북한의 농축우라늄(UEP) 가동 중단문제이다.

북.미 간 고위급 대화도 뉴욕에서 지난 7월에 개최하였고 2차 북미 고위급 대화도 제네바(10.24-25)에서 개최되었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이고 반면에 한.미 입장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UEP) 가동중단을 포함한 IAEA 감시단의 복귀와 핵실험, 미사일실험에 모라토리엄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갈 길은 아직 멀지만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3국이 유연성을 보여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면 6자 프로세스는 다시 복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9.19공동성명(2005)이 지닌 모호성 때문에 남.북.미 3국간에는 비핵화의 순차(sequence)를 놓고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6자간 논의해야 할 의제(agenda)을 놓고 또 한 번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다음의 주요 의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9.19공동성명」의 최종목표인 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북미, 북일 국교정상화의 시점 문제이고, 둘째는 대북 경수로 제공 시점과 북한의 NPT 복귀시점과 IAEA 혹은 다자 핵 사찰 시점과 검증 문제와 농축우라늄(UEP) 문제 등이 향후 6자회담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그러면 단기적으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9.19공동성명에서 6자가 합의한 사항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관한 북핵 해결 이행 로드맵의 3단계(three phases)를 먼저 살펴보자.

한반도 비핵화 3단계 이행 로드맵 구상

<표-1>에서는 그 동안 진행되었던 6자간 합의 사항과 필자의 타협안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이행 로드맵을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다.

<표-1> 한반도 비핵화 3단계 이행 로드맵 구상

관련국가

단계별

문제해결

국제사회(5개국+)

 

한반도

비핵화 3단계 이행

로드맵

1 단계: 폐쇄준비

 

o 모든 핵무기 동결 핵계획 중지와 기초신고(핵무기, 핵물질의 생산, 이전, 실험 중지 5MW 흑연감속로 방사화학실험실 가동 중단, 50MW, 200MW 원자로 건설 중단)

o NPT/IAEA 안전협정 복귀

o 고농축 우라늄(HEU) 포기선언

 

o 5개국의 중유공급 제공

o 한국, 대북 송전설비 착공

o 경수로 제공논의 협의

o 북일 북미 접촉 개시

o 대북 경제지원 협의

o 검증절차 합의

2단계: 불능화.검증

 

o IAEA 사찰(과거 활동 포함)

o 5MW 흑연 감속로 관련시설의 폐기합의,

 

o UEP 프로그램 폐기합의

 

o 경수로 건설재개(신포 혹은 지역 확정) 합의

o 기초신고 폐기작업 검증

o 북일, 북미 수교협상 시작

o 5개국의 잠정 안전보장 문서보증

3단계: 폐기 완결 한반도 비핵화 보장 공동

합의문 체결

o 폐기 완결(흑연감속로 관련시설 핵물질 핵무기 농축우라늄 물질 관련시설의 폐기)

o 6자간 한반도 비핵화 보장 공동 합의문 체결/UN 사무국 등록

 

o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논의

o 대북 안전보장 문서화

o 한국, 200KW 대북 송전

o 경수로 건설재개

o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서명

o 6자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합의문 체결/UN 사무국 등록

 

 

 

2008년 12월초 베이징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한 이후 지난 2년 11개월 동안 6자회담은 휴면상태에 놓여있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국제적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혹은 사전조치)을 주장하는 한 6자회담의 재개는 물 건너 갈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의 유용성이 존재하는 한 6자회담이 재개되면 논의해야 할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면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젠다(agenda)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필자의 이행 로드맵 구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1단계 : 북핵 프로그램 폐쇄 준비단계

먼저 북한은 현재 갖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한 신고를 제출해야 한다. 기초 신고는 핵무기, 핵 물질의 생산, 이전, 시험중지와 5MW 흑연 감속로 및 방사 화학 실험실 가동중지와 50MW, 200MW 원자로 건설중단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모든 핵 활동을 동결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농축 프로그램을 가동 중임을 발표했기에 향후에 농축 프로그램 포기선언을 해야 한다. 농축 프로그램 포기 선언과 동시에 검증절차도 밞아야 한다. 북한은 NPT와 IAEA 안전협정에 조속히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

9.19공동성명의 제5항에 의거하여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다른 5개국은 대북 중유공급 제공, 경수로 제공 논의를 협의하고, 북.일 및 북.미 외교 접촉을 개시하고, 대북 경제지원 협의와 검증절차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정부는 대북 2백만KW의 전력 공급을 약속한 바 있고 이에 대한 협의와 대북 송전설비 착공 준비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다른 5개국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동시행동원칙에 입각하여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것에 대한 준비단계에서 6자합의를 이루는 것이 주요하다.

2단계: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의 불능화와 폐기를 위한 합의, 실천이행

북한은 5MW 흑연감속로 및 관련시설의 불능화와 폐기를 합의, 실행하고 IAEA는 과거 핵 활동을 포함한 사찰과 검증을 해야 한다.

5개국은 잠정안전보장을 문서로 보장하고, 북한이 신고한 품목을 검증하고 폐기작업을 시작하면, 9.19공동성명에 따라 대북 경수로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그 동안 중단된 신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든지 혹은 새 경수로 건설에 합의해야 한다. 신포 경수로 건설은 KEDO사업이 아닌 6자틀 속에서 KEDO 구성원을 포함한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하여 신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이 단계에서 북.일, 북.미 수교협상을 시작하여 협상을 종결하는 단계가 됨이 바람직하다.

3단계: 북핵 폐기 완결과 한반도 비핵화 보장 공동합의문 체결

흑연감속로 관련시설, 핵물질과 핵무기, 농축우라늄물질 및 관련시설을 완전폐기하고 6자간 한반도 비핵화 보장 공동합의문을 체결하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구속력을 갖는 6자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합의문 체결이 필요하다.

북핵문제 해결과 병행하여 한반도 평화 체제구축을 위한 직접 관련 당사국(미국, 중국, 남북한)이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야 한다.

이 단계에서 대북 안전보장이 문서화되고, 한국은 경수로 건설이 완공될 때까지 이미 약속한 2백만KW의 대북 송전을 고려해야 하고 북.미와 북.일 관계 정상화 협정에 서명도 해야 할 것이다.

9.19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의 해법과 원칙을 확인한 ‘공약 대 공약’의 원칙적인 합의였다. 향후 6자회담에서는 북핵 폐기와 검증, 북한이 NPT와 국제사찰 시점, 경수로 제공시점 등 ‘행동 대 행동’이라는 보다 구체적인 6자간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이행 로드맵과 관련, 각 측이 상호조율된 조치에 입각해 핵 폐기와 상응조치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이행계획서에 6자간의 이행 합의문을 도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수로 제공 시점을 놓고 북한은 핵 폐기 이전을 고집하고 있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와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이행 등의 신뢰확보 이후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 상이한 견해의 조율이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향후 6자회담에서 경수로 제공시점이 핵심쟁점이 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요약하면, 향후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완결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까지는 멀고, 긴 험난한 길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6차례에 걸친 6자회담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의 검증이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이 요구된다. 남북.미 간의 양보와 타협만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면 다음 단계는 중기적으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따라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 미.중.남북한 4자가 한반도 평화조약에 관한 논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