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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012년 주요 대내정책 방향
북 신년공동사설과 정치국결정서, 공동구호 분석 - 유영구
2012년 01월 03일 (화) 21:50:49 유영구 tongil@tongilnews.com
유영구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공개한 당 중앙위원회.중앙군사위원회 명의의 ‘김일성 탄생 100주년 공동구호’와 3紙(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신년공동사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거 이전에 작성한 문안을 바탕으로 국상의 상황을 반영해 수정, 발표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30일 채택된 당 정치국 결정서에는 김 위원장 서거 이후의 대책과 정치향방이 담겨 있으며, 정치국회의에서 공동구호를 심의했다. 신년사설은 정치국 결정서 및 공동구호의 연관 하에 작성된 것이므로 주요 정책방향을 분석할 때 세 가지를 모두 참고해야 한다.

북한이 신년사설을 발표한 후 국내외 언론에 여러 분석들이 등장했지만 대개가 특정 대목을 강조하는 식이어서 ‘경제강국 건설’의 중점방향이 상대적으로 간과되고 있다. 정치국 결정서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 함남의 불길이 온 나라에 세차게 타번지게 하여 사회주의경제강국 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킬 데 대해 언급하고 해당한 과업들을 제시”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다만 ‘해당한 과업들’이 무엇인지 보도하지 않았고 공동구호와 사설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2012년 북한’에 대한 예측의 근거는 정치국 결정서와 공동구호, 신년사설 등일 수밖에 없다.

공동구호에는 첫 구호로 “강성번영(强盛繁榮)을 위하여 총공격 앞으로!”를 제시함으로써 2012년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설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실천하려는 사상.영도.업적(정책)의 ‘계승성’을 근간으로 삼아 ‘강성부흥’의 길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담았다.

사설과 공동구호에서 강조된 △김정은을 ‘수반’으로 하는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영도자의 뜻을 무조건 따르는 순결한 조직사상적 전일체로의 강화 발전, 당사업의 새로운 전환, 사상사업의 형식과 방법의 혁신 등 포함) △선군정치방식 견지와 김정은의 ‘유일적 영군체계’ 확립 △일심단결과 김정은 최고사령관의 결사옹위 △‘만단의 결전준비태세’ 확립(공동구호에 ‘만단의 결전진입태세’ 견지-김정은의 105땅크부대 방문의 의미) △조국통일의 3대과제(민족자주.민족우선의 입장 견지, 민족적 화해와 단합, 전쟁책동 저지 파탄) 실천 등으로 보아 올해 ‘경제강국 진입’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서 내부 안정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는 북한당국의 사정을 읽을 수 있다. 2012년을 ‘경제도약의 원년’으로 삼으려다가 뜻밖의 국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2012년을 전환기로 인식하고 있음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전환적 계선’ 진입, ‘2012년까지의 역사적 단계의 목표’ 달성, ‘사회주의강성대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높은 단계’ 진입 등 공동사설의 표현에서도 확인된다.

‘전환기로서의 2012년’에 김 위원장의 유훈을 실천하는 과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동사설에 따르면 그의 ‘강령적 유훈’은 “새 세기 산업혁명의 기치와 함남의 불길을 따라 혁명과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대혁신, 대비약”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정치국 결정서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공동구호에는 “당이 제시한 경제발전목표를 결사관철하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2012년 경제발전목표(비공개)’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사설은 강성국가건설의 주공전선인 경공업․농업과 함께 선행부문․기초공업부문에서의 ‘함남의 불길’을 강조했는데 각 부문의 정책 중점방향을 정리하면 <표1>과 같다.

<표1> 2012년 부문별 정책 중점방향 

 경공업

- 현대적 경공업공장의 생산정상화

- 질 좋은 경공업제품의 생산 증대

- 경공업 원자재의 국산화비중 증대

- 경공업공장의 현대화 추진 *

- 식료가공품 종류의 다양화 및 품질 향상 *

- 8월3일인민소비품생산운동 전개 *

- 상업․ 급양․ 편의봉사사업 개선 *

- 인민생활 향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연.아연. 마그네사이트 광물 증산 *

- 지방공업 발전

  농업

- 알곡의 정보당 수확고의 획기적 증대

- 농축산 결합의 고리형 순환생산체계 및 ‘우리식’ 유기농법의 적극 도입

- 영농물자․ 설비수요 보장

- 현대적 축산기지.가금기지.과수농장.양어기지 등의 생산능력 극대화

- 남새생산 주력 *

- 룡매도.능금도.곽산 간석지 건설 및 황해남도물길 건설 가속화 *

  전력

-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의 지속적 추진 (희천발전소,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등)

- 기존 발전소의 설비.기술관리 개선 (발전설비들의 효율 최대화, 송배전체계의

   개선완비, 교차생산조직.급전지휘 *)

- 전군중적 전기절약투쟁 *

  석탄

- 화력발전소.화학공장.금속공장들에 대한 석탄 보장 (경공업부문 포함 *)

- 신규 탄광의 적극 개발 (탐사와 굴진 우선정책, 매장량과 채굴조건 좋은

   탄광 집중투자 *)

- 석탄생산에 필요한 설비.자재.전력의 최우선 보장 *

  금속

- 주체철 생산능력 향상 (주체철 생산체계 완비 *)

- 자체 연료(무연탄가스화*)에 의한 고온공기연소기술의 적극 도입

- 압연 생산공정의 현대화

  철도

- 철길의 일신 (철도역과 기본철길주변 일신 *)

- 철도레일 생산증대-황해제철 *

- 철도수송능력 향상 (금속공장에 대한 철광석 수송 정상화, 수송조직과 지휘

   조직화 및 규율 확립 *)

- 북부철길 개건보수공사 가속화

- 철도의 물질기술적 토대 강화 (철도의 중량화․ 현대화 실현 *)

기계플랜트

- 중요대상설비 등 현대적 기계설비 증산 *

- 현대적 공구 대량생산 *

- 흥남가스화2계렬공정건설, 남흥석유화학계통공사의 최단기간 종료 *

  화학

- 주체비료 생산체계의 공고화 및 생산능력 증대

- 비날론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화학섬유 및 합성수지 생산의 정상화

  기타

- 대외무역 확대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필요 물자․ 자금 보장 *

- 유색금속․비금속광물생산 증대 *

- 질 좋은 목재가공품 증산 *

- 바다가 양식과 바다양어․ 재배어업의 발전, 양어의 주체화․ 과학화․ 집약화 *

도시및환경

- 평양 만수대지구 건설을 비롯한 중요대상건설 가속화 (설계부문의 혁신,

  시멘트와 건설자재 공급 정상화 *)

- 평양의 도시경영사업 및 원림녹화사업에서의 근본적 전환

- 도․시․군의 지방 특성에 맞는 도시형성 및 건설 전개

- 도시경영사업의 혁명적 전환 *

- 온 나라의 수림화․ 원림화, 나무모생산의 과학화․ 공업화․ 집약화 *

- 도로의 현대화․ 중량화․ 고속화 *

 군대동원

-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의 주요 전구들에서 진격의 돌파구 *

- 인민군대의 주요 전구마다에서 《단숨에》 기상 발휘 (돌격속도, 일당백속도)

* 표시는 공동구호에 나타난 정책방향을 추가한 것.

북한이 ‘선군시대의 경제건설노선’ 실천 과정에서 인민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설은 “인민군대는 선군혁명의 기둥, 주력군이며 강성국가 건설의 돌격대”라고 전제하고, “인민군대에서는 올해를 《인민을 위한 해》로 정한 당의 의도를 높이 받들” 것을 촉구함으로써 경제부문에 대한 군대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신년사설은 ‘새 세기 산업혁명’이 △최첨단돌파전 △우리식 지식경제강국 건설 투쟁 △사회주의건설의 전략적 노선(공동구호에는 ‘경제강국 건설의 전략적 노선’) 등의 의미를 지닌다고 전제하고, 그 전략적 과제를 <표2>와 같이 제시했다. 공동구호에서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따라 나라의 경제면모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을 주문하고 과학자.기술자들에게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촉구한 것에서도 산업혁명의 전략적 과제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표2> 새 세기 산업혁명의 전략적 과제

  전략과제

- 련하(최신식 CNC 공작기계 생산의 모범)의 개척정신.창조기풍에 의거한

  전반적 기술장비수준의 획기적 제고 (련하기계 개발자들의 지식경제강국 건설의

  주도 및 고속화.정밀화.지능화된 고성능 CNC설비 개발 증대 *)

- 모든 경제부문.단위에서 자체의 신기술.신제품 개발능력 향상

- 현대화․ 과학화된 본보기 공장들의 설립 추진 *

- 기술집약형 경제구조로의 전환

- 정보기술.나노기술.생물공학 등 핵심기초기술과 중요부문 기술공학 발전 주력

  (첨단기술산업분야의 적극 개척 *)

- 과학기술발전에서의 주체 확립 및 집단주의 구현

- 지식경제시대.정보시대의 요구에 맞는 체신 현대화 추진 *

- 전자공업 발전의 일대 혁신 *

- 과학기술과 생산실천의 결합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과학자.기술자들과

  생산자들의 창조적 협조 강화 *)

- 과학기술인재들에 대한 처우 개선 및 과학연구조건 보장 등

 인력개발

-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적합한 교육 내용과 형식, 조건과 환경 보장

- 현대과학기술과 풍부한 지식을 소유한 지식경제시대의 유능한 일군 중시 *

 군수활용

- 국방공업의 잠재력의 최대 발휘

- 국방공업부문의 인민생활 향상 이바지 *

 * 표시는 공동구호에 나타난 정책방향을 추가한 것.

끝으로 이번 신년사설에 ‘경제관리 개선’ 언급이 없음이 주목된다. 공동구호도 △경제관리에서의 사회주의원칙 고수 및 실리 보장 △구체적인 계산에 기초한 과학적 경제관리운영 △사회주의분배원칙 구현 △계획규율.재정규율.노동행정규율의 확립 등을 강조함으로써 계획경제의 효과적 운영 측면을 강조했고 ‘경제관리 개선’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공동구호는 ‘행정경제사업의 정치화 실현’을 강조하여 경제사업에 대한 당의 통제가 강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이렇게 볼 때 2010년 신년사설이 경제조직사업의 ‘혁명적 개선’을 촉구한 것이나 2011년 신년사설이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것은 인민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오늘 더욱 절박한 문제로 나선다”고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올해 ‘경제관리 개선’을 강조하지 않은 것을 굳이 해석하자면 두 측면이 있음직하다. 하나는 2002년 ‘7.1조치’ 이래 10여 년간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지속적으로 취해졌기 때문에(2010년 11월 기업소법 제정도 그런 예의 하나), 이를 특별히 강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현 국면에서 ‘경제관리 개선’을 강조하다보면 안팎에서 ‘김정은식 개혁 착수’라는 자의적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예 ‘계획경제 고수’를 더 강조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이 올해 권력승계에 따른 내부결속을 다지면서 부문별 정책 중점방향과 새 세기 산업혁명의 전략적 과제를 과연 어느 정도 수행해내는가에 그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처한 상황과 정책적 방향에 대해 분석하거나 예측할 때 그들 자신의 목표와 과제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