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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교역은 '무역'이 아니라 '교류'입니다"

[만민보] 남북교류사업에 앞장선 영화감독 정한우씨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
  • "남북한 공동영화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주최해서, 올해는 우리가 내년에는 북쪽이 행사를 개최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정한우. 그는 원래 영화감독이다. 90년 '죄없는 병사들'이라는 영화로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한우

    나래 필름 대표이자 대북 무역가 정한우씨ⓒ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몇 년간 그의 가장 주요한 활동은 북한과의 문화교류사업이었다. '북한판 타이타닉'이라는 별칭으로 화제가 됐던, 광복 직후 한국인 징용자들을 태운 우키시마호의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살아있는 영혼들'을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기도 했었다. 이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었다.

    그는 또 북한으로부터 조개를 수입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조개구이집에서 쓰는 조개는 사실 80~90%이상 북한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한때 성행했던 조개구이집이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은 남북간의 교류협력이 막히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조개 도입이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영화와 조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북한과의 문화협력사업을 하던 그는 왜 조개수입 사업을 할까.

    "북한 사람들은 남북간의 교류협력을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돈을 벌기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간 화해협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돈을 벌겠다는 목적만 있는 사람보다는 남과 북의 교류에 뜻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줍니다. 현대가 금강산 사업 등에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영화관련 교류를 하면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까 그쪽에서 조개 등 수산물 도입사업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하더군요. 그래서 조개 수입도 남북 양쪽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진행했지요"

    최근 남북교류가 막히면서 남한으로 들어오던 북한의 조개들이 대부분 중국쪽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그는 걱정이 많다.

    "중국배가 들어와서 쌍끌이 선박까지 동원해서 씨를 말려가고 있다. 우리가 하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우리 민족의 자원이니까 보존해야지 않습니까"

    영화감독이던 그는 어쩌다 북한과의 문화교류협력에 나섰을까.

    "2002년 남북정상회담을 지나고 남북간 교류가 크게 확대되면서 제가 하던 일이 영화니까 영화쪽 교류협력사업을 해보는 게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하다보니 이게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게 점차 느껴지면서 이쪽으로 매진하겠됐지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도 예전에는 "북한사람들은 뿔 달린 공산당인줄 알았다"고 한다.

    "남북교류사업을 하면서 북한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다 우리하고 똑같은 사람들이더라구요. 한사람 한사람 다 순수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체제가 달라서 그렇지 만나다보면 똑같은 한민족이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많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최근의 남북교류가 막힌 데 대한 안타까움을 많이 토로했다.

    "영화를 들여오든 조개를 들여오든 저는 그걸 단순히 무역을 한다고 생각해오지 않았습니다. 무역이기도 하지만 교류이기도 하거든요. 교류를 하면서 남과 북이 화해하는 데 뭔가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에 항상 힘이 났었는데, 요즘은 교류협력사업이 완전히 막혀있어 많이 답답하네요"

    "남북이 언젠가는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최근의 남북간 관계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당장의 정치적 현실도 중요하지만 정치적이지 않은 민간차원의 교류나 협력은 더욱 강화해야 우리 민족의 미래가 밝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은 같이 살아가야 하는 한민족이고 동포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