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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양자회담서 ‘평화협정’ 다룰까?

[전망] 美 입장 진전...의견교환 이뤄질 듯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평화협정’ 논의가 이번 북미 양자회담에서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은 양자회담을 앞두고 평화체제 수립이 모든 논의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는 다자틀이 아니라 북미 양자 사이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라고 강조해왔다. 지난달 평양을 다녀온 한미정책연구센터 스콧 스나이더 소장도 3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북한의 주요 관심사”라고 소개했다.

현재까지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북은 ‘의제’를 강조해온 반면 미국은 ‘성격’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북은 ‘북미 양자회담 결과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회담 참여 원칙을 밝히면서, 양자회담에서는 우선적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미국은 현재까지 이번 양자회담은 6자회담 틀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원칙 재천명’ 메시지를 북에 던지기 위한 장이지 본격적인 협상장은 아니라고 회담 ‘성격’에 대해 언급해왔다.

北, "양자회담 통해 북미 평화적 관계로 전환해야"

지난 달 23일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미 간 핵대결은 50여년전에 체결된 정전협정이 사명과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전쟁 위험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때에라야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으며 “평화보장체계가 수립되어야 조미교전관계도 평화적 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러한 북의 주장은 지난 10월 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 “조미 양자회담을 통하여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북의 가장 공식적인 입장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5일 ‘교전국들 간의 직담판, 주제는 평화’ 제목의 기사에서 보즈워스 대표 방북은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지난 8월 대화에서 북의 입장은 미국 측에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정전협정을 평화보장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견해일치”를 담고 있는 2000년 10월 북미공동커뮤니케 발표 당시 미국 대통령이며, 올 8월 평양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당사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8월 대화에서는 “당연히 관계개선에 관한 조선 측의 견해도 제시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신문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 특사 파견은 당시 북이 제시한 견해에 대한 “미국 측의 회답이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문은 평화체제 수립 의제는 과거 다자회담 틀 안에서 논의되었으나 과거의 경험에 따르면 다자틀에서의 논의는 “결말이 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교전 쌍방이며 핵문제의 직접적 당사자인 조미가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협정 논의는 북미 양자 사이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美, "평화협정 체결 일괄타결 방안에도 포함되는 것"

미국은 현재까지 북미 양자회담은 ‘협상장’이 아니며 ‘6자회담 틀 내’에서 열리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지난 3일 런던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이 미북 양자대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기본 논의 틀은 어디까지나 6자회담”이라면서 이번 방북 목적은 “다자간 논의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협정 논의에 있어서 미국은 이전에 비해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앞둔 올 1월까지만 해도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관계정상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지만, 지난달 19일에는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면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경제 지원을 협의할 수 있다고 보다 진전된 발언을 했었다.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도 지난 3일 보즈워스 특사의 방북 목적 중 하나는 북한의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평화협정 체결과 관계 정상화는 9.19공동성명, 또 최근 미국이 제안한 일괄타결 방안에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측의 입장 변화로 인해, 미측이 북의 주장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이번 양자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협정과 관련한 의견교환이 상호 간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일 “북한이 주장하는 미북간 평화협정 체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남북한이 주가 되고 미중이 참석하는 별도의 포럼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북한이 평화협정을 얘기하는 것은 시간을 벌며 이슈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북간 평화협정을 해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면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논거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유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한미 간에 평화협정 논의와 관련한 의견 조율이 원만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