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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반도 기상도, 남북 '흐림' 북미 '맑음'?
[토론회] 북한전문가들이 진단한 한반도 정세 전망
2009년 01월 16일 (금) 19:12:12 박현범 기자 cooldog893@tongilnews.com

   
▲  평화,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각 연구소들의 장들이 16일 오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제41차 통일전략포럼에 모여  2009년 한반도 정세를 전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2009년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출범이 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남.북.미 3국의 외교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9년 한반도의 기상은 어떨까?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첫 해인 지난해와 같이 경색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일각에서는 '전환기'라는 단어가 나올 만큼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변화가 점쳐지기도 하지만,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000년 6.15 정상회담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간 '냉각기'가 계속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반면, 북.미관계에 대해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인해 일단 '맑음'으로 관측하는 쪽이 많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획기적인 진전'은 힘들지 않겠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지만, '교착'보단 '진전'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16일 오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제41차 통일전략포럼에선 평화, 통일문제를 연구하는 각 연구소들의 장들이 모여 '격동의 한 해'가 될 기축년 한반도 정세를 전망했다.

MB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 적어... 남북관계 '흐림'

북한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대응 전략', '무전략의 전략' 등으로 표현한 김기정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은 "2009년 상반기 동안 대북정책에 근본적 전환은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며 "미국의 대북정책도 아직 형성되기 전이므로 미국의 전략도 '의연'하게 지켜본다는 전략인 듯 하다"고 분석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방관정책'으로 지칭하면서 "남북관계는 '아무런 접촉도 없었던' 2008년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불안정성의 지속은 올해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으로 기대감이 형성돼 있는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정착 등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김기정 원장은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경우 한반도 상황이 역사적 전환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정책적 오류, 혹은 판단의 부재가 한반도 상황의 전환기적 진전을 방해할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소장은 올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남.북.미 삼각관계의 악순환"이라고 요약했다. 이명박 정부가 '선핵폐기론'으로 곧잘 비견되기도 하는 김영삼 정부 때는 북.미관계의 진전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였던 반면, 지난 두 정권에선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었다. 현재까지의 기류에선 김영삼 정부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높다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김 소장은 또 "이명박 정부는 이미 '방관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임을 밝힌 바 있고, 북한 역시 외교정책에서 대남정책의 비중과 역할이 줄어들었고, 이러한 현상은 2009년 들어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남북관계라는 지렛대의 효용성이 상실됨에 따른 한국의 영향력 감소로 인해 '당자자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나온다. 김 소장은 "한국이 4자회담에 불참하기는 어렵겠지만, 핵심 당사자이면서도 논의과정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며 "다시 말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북.미 양자 대화와 중국의 역할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관계 전망에선 다른 전망을 내놓은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도 올해 남북관계는 교착상태가 심화될 것으로 내다놨다.

오바마 등장으로 북.미관계 맑음?

남북관계가 지난해와 같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인 반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이라는 한반도 최대 변수가 생긴 조건에서의 북.미관계 전망에는 '진전'에 무게감이 실리는 동시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상존하고 있다.

김기정 원장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 시기의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통한 연착륙 방식의 기조에서 대북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북.미 정상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양측 모두 협상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경로가 순항할 경우 "한반도 상황에 실로 중대한 전환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북한이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따라서 대북협상 전략이 국내적 정치공세에 직면할 경우,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매우 공세적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고 '북.미관계 난항'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남북관계가 지난해와 같이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연철 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포괄적 병행해결'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소장은 클린턴 행정부 때인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와 2005년 9.19공동성명을 근거로 들며 "북핵폐기의 환경조성에 필요한 외교관계 정상화, 에너지.경제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등을 묶어서 접근"(포괄)하고, "검증문제와 같은 기술적 현안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 구조 속의 주요 부분들을 동시적"(병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핵문제와 관련한 미국 내 여론과 법적 절차상의 문제와 일본이 '납치문제'를 명분으로 불참하고 있는 6자회담 참여국의 대북 에너지.경제지원 비용분담 문제 등에서 미국이 '리더쉽'을 발휘하느냐가 '포괄적 병행해결' 가능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짚었다.

박순성 코리아연구원 연구기획위원장도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프로그램의 종식과 직접외교를 포함한 스마트 파워 활용 전략'과 북한이 강조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 사이에는 합의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게 전망했다.

반면, 최대석 원장은 "필요하다면 북미간 정상회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오바마이지만 엄격한 검증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미관계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MB 대북정책 '불변' 이유는?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이 결정됨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더욱 높아졌음에도 불구, 북한 전문가들이 올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뭘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방관정책'이라고 '쓴소리'를 한 김연철 소장은 가장 먼저 '이념 지향성'을 꼽았다.

김 소장은 "통일부의 통일교육기본지침에 따라 도덕교과서의 '평화교육'이 삭제되고 전통적 안보교육이 강화되고 있다"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념을 정책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극우'와 '보수'의 경계를 허문 '뉴라이트 세력'을 정권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지지기반 구조로 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정책의 전환은 '정체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점에서 국제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적 이유로 대북정책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비판의 도마에 올랐던 통일외교안보 정책결정에서의 '혼선'도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정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지 않은 채, 대화와 대결노선이 혼재되어 있고, 외교안보 부처 내, 혹은 외교안보 부처와 다른 부처와의 정책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방관정책'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지나친 비하"라고 지적한 최대석 원장은 "경제위기를 틈타 최근 국회파생 사태에서 보듯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강성화,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다"며 "나아가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이 경험 부족과 자신감 결여로 변화에 소극적"이라고 정부현황을 짚었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은 "정책적 혼란, 정책구상의 미비에서 오는 것이지 이념성 자체로 인해서 현재 MB정부의 정책이 기초되고, 입안되고, 추진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김 소장이 지적한 '이념성' 문제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