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2890

“마지막 역사에 대한 헌신, 덥썩 받았다”
6.15남측위 신임 상임대표 김상근 목사
2009년 02월 17일 (화) 17:31:26 김치관/박현범 기자 ckkim@tongilnews.com

   
▲ 17일 6.15남측위 총회를 앞두고 백범기념관에서 김상근 6.15남측위 신임 상임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의례히 함직 한 겸양의 몸짓 같은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런 토 없이 수락했습니다."

17일 오후 2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정기 총회에서 신임 상임대표를 맡으며 김상근(70) 목사는 "이 자리에 선 것은 분명히 '겁 없는 짓거리'"라며 이같이 말했다.

총회를 앞둔 오후 1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장 대기실에서 기자를 만난 김상근 차기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참 어려운 때”라며 “6.15공동선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그것을 살려서 생명있는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다가 지난해 5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비켜서야 했던 그는 아직 감정의 골이 다 메워지지 않은 듯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평통이 마치 전위대처럼, 돌격대처럼 하는 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마지막 역사에 대한 헌신, 국민에 대한 헌신, 우리 동포에 대한 헌신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며 마지막 소명으로 남북 화해와 통일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 그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되진 않았지만 6.15남측위는 물론 6.15북측위와 6.15해외위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맡게 될 김상근 목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민간은 서로 교류협력 기조 지켜나가야” 
 

   
▲ 17일 6.15남측위 총회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는 김상근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맡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누구나 체감하고 있듯이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임을 맡게 됐는데 먼저 소감 한 말씀 해달라.

■ 참 어려운 때다. 6.15공동선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그것을 살려서 생명있는 것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하니까 아주 상반된 대칭상황인데, 이럴 때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맡게 됐다는 게 굉장히 무겁다. 또 길이 잘 보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제 살려내야 된다는 당위가 있고,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민족의 내일을 여는데 가장 합당한 길이 아닌가하는 민족적 요구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6.15남측위 측에서 제안이 왔을 때 받기로 했던 것이다.

□ 오늘도 특별결의가 나오는데, 실제로 지난 일년을 되돌아 봤을 때 어려운 상황에서 6.15남측위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 것 같다.

■ 지난 한 해, 혹은 2007년, 2008년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구태여 얘기를 하자면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 또 방법론 이런 것을 빨리 추스르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는 평가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말한 그런 내용은 듣기에 따라서는 이 정부가 그렇게 나갈 때 그에 대한 상당한 비판세력으로 섰어야 됐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런데 쉽게 또 얼른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도, 지나고 보니까 그런 평가가 나오는데 당장에는 바른 길인지, 현명한 길인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쯤 와서는 우리가 어떤 것은 고려해야 한다가 대개 보이지 않나? 그러나 이 정부 초기, 지난 일년 동안에 딱 결단하고 가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내부적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힘들고, 국민적 동의도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지난 7~10일 평양에서 6.15남측위와 6.15북측위 실무협의에서 3.1절 90주년 행사, 문익환 목사 4.2방북 20주년 행사 등이 공동행사로 합의되지 못했고, 6.15공동행사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남북공동행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나갈 계획인가?

   
▲"민간은 서로 교류 협력 기조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실무협의 보고를 받았는데, 북측 입장은 이해를 하면서도 6.15공동선언을 실천해 가는 길에는 최선의 길인가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북측 입장이 지금 남측과 상당한 대립각을 세워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무슨 공동행사를 하느냐 라고 하는 게, 대립각을 세우는데 오히려 지장이 된다는 북측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민간들의 교류이고, 민간들의 노력이다. 정부야 정부 입장에 따라서 하겠지만, 민간들의 노력은 서로 교류협력하는 기조를 지켜나가야 한다. 지금 공동행사를 한다면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이냐? 또, 남측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할지도 숙제지만,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민간 쪽에서는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취임하고 나면 6.15공동위 공동위원장 회의가 있을텐데, 강력하게 요구할 생각이다. 지난 시기처럼 대규모 행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공동행사를 해서 남북해외가 함께 가는 흐름은 가져가야 한다.

그것이 결코 북측 정부의 입장을 일시에 바꿔놓는다든지, 남측 정부 입장을 일시에 바꾸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보고받은 대로라면 북측의 판단이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6.15해외측위 문제 “제3의 길 있다고 본다”

□ 연관해서 되짚어보면 2007년 6.15공동행사 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석단 착석문제나 지난해 금강산 6.15공동행사의 내홍 문제를 보면서, 북측에서는 공동행사를 할 경우 좀더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는 행사를 하고 싶어 하고, 남측은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기에 행사를 원하면서도 어느 정도 수위조절을 원하기 때문에, 이같은 입장차가 최근에 들어서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 그때 한나라당 대표의 착석문제 등등이 생겼을 때는 나는 가지 않았던 행사다. 그 상황하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가는 거기 가 있던 사람들의 판단이 옳은 것이다. 거기 가 있지 않던 사람이 이렇고 저렇고 하는 것은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한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정치력이라고 하는 것이 부족하다. 우리가 6.15남측위원회, 6.15공동위원회의 기본은 6.15선언을 지지하고 그 실천을 동의하는 세력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도 ‘6.15선언을 지지하고 실천을 함께 하겠다’ 그러면 받아야 한다. 북측에서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립각 보다는 쓸어안고 가야 되는 건데 그렇지 못한 것은 나도 좀 유감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자리까지 오기 전에 한나라당이 북에 대해서 어떤 행태를 가져왔느냐는 연장선에 있게 된다. 그러나 어쨌든 그 자리에 왔다는 것은 6.15를 반대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목적은 6.15선언의 실천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한나라당 문제보다는 남북 공동행사가 성사되려면, 북측이 현재 지향하는 것은 남북이 모여서 반통일 세력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자는 것 같다.

■ 그래서 당장에도 북측이 그런 문제제기를 안 해야 되는 것이다. 정치력이라고 하는 것은 남쪽에서도 부족하지만 북쪽에서도 정치력이 부족하다. 그걸 안는다고 안겨질 리는 없다. 그러나 그때 만약 안았다면 지금 한나라당 입장이 상당히 옹색해지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다. 앞으로도 지금 정세 같으면, 예를 들어서 남측에서 대표단이 북에 간다든지 제 3의 장소에서 남북 대표단이 만난다고 할 때 과연 한나라당에서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며, 한나라당 소속자가 대표단에 낄거냐 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설득할 것이다. 목적은 6.15선언의 실천이다. 그리 가야 한다. 앞으로 그런 행사가 만약 성사된다면 나는 더 많은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것을 북쪽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설득해 볼 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우리 위원회가 좀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6.15해외측위 문제에 대해 "제 3의 길이 있다"는 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예상컨대 3월에 6.15민족공동위 공동위원장회의가 있을텐데, 6.15공동행사는 강력히 추진할 계획인지?

■ 일단 북쪽의 입장은 각각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 번 더 설득해 보겠다. 규모를 조절하더라도 남북.해외가 함께 하는 행사를 가져가도록 노력해보겠다.

□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해외에도 많이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6.15해외측위가 어려움도 많고 공동사무국 문제도 발생했다. 6.15해외측위 문제가 단순히 해외 문제가 아니라 6.15공동위 내부적 어려움으로 돼 있다.

■ 참 어려운 문제다. 나는 한반도에 남과 북이 있는 것처럼 해외에도 엄연히 있다고 본다. 한반도에선 남과 북을 인정하지만 해외에선 이게 인정이 안 되고 있다. 어느 쪽에서든지 자기 쪽으로 하나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해외문제는 일단은 해외에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6.15공동위원회라고 하는 틀에서 보면, 우리 남측위나 북측위나 다 관여할 수도 있고 관여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다.

토론을 해봐야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외를 남북위원회에 함께 하는 방법도 있고, 또는 해외를 독자적으로 할 때는 남북을 그야말로 실체로 인정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남북이 엄연히 있는데 하나로 자꾸 묶으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우리 안에서 정확하게 입장을 토론 안 해봤기 때문에 뭐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나로서는 제3의 길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 입맛 따라 평통이 전위대, 돌격대” 
 
   
▲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참여정부 마지막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으셨는데, 어느 점을 평가하고 어느 점이 아쉬운지?

■ 아쉬운 생각이 먼저 든다. 아쉬운 건 정말 헌법에 평통자문회의를 설치한 정신대로 그 기구를 독립적으로 하지 못한 채 나왔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그게 정치적 영향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런데 나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 동안 정말 헌법이 요구하는 목적적인 기구로 혁신을 해 내야 한다는 점에 역점을 두고 일을 했는데, 나오고 나서 보니까 그건 과욕이었다는 생각도 있다.

평통에 있는 동안 정치적인 바람을 안 타고 그야말로 국민 속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집결하는 기구로, 대통령께 자문하는 기구로 어떻게 변신시키나, 그게 최대의 과제였다. 실제로 그것을 위해서 시스템도 바꿔보고 방법론도 바꿔보고 대통령의 이해도 바꿔보고 노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근본적 변화 노력에 대해 상당히 평가하고 그렇게 하자고, 그런 전통을 만들자는 입장이었다.

선거도 있었지만 그 선거에 동원하려고 하는 것도 없었고, 나 자신이 전혀 선거나 정치적인 영향을 행사하는데 평통이 쓰이지 않도록 조직을 단속해 왔다. 그런데 평통이 제자리를 찾고 일관성 있게 국민의 뜻을 모아서 대통령께 정책을 건의하는 그런 평통으로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아쉬움이 많겠다.

■ 많다. 정말 많다.

□ 민주평통 신임 김대식 사무처장이나 이기택 수석부의장을 지켜본 평가는?

■ 이미 맡고 있는 분들이 지난 시기 민주평통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지 않았나? 그렇기 때문에 나도 조금은 자유롭게 얘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평통을 정치조직화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말하자면 관변단체화는 절대 안 된다. 평통이 통일, 남북화해를 지향해 가는데 있어서 대통령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하냐는 입장에 서야지,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평통이 마치 전위대처럼, 돌격대처럼 하는 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되겠다. 또 평통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잘 자리가 잡혀가지 않을까 기대도 하고 그렇게 요청도 하고 싶다.

□ 김상근 목사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관계 특히 비판적 지지론, 이른바 ‘비지’다. 모르긴 몰라도 재야 일부에서는 아직까지도 거부감이나 부담감도 있을 법 하다.

“10.4선언 송두리째 폐기 상상하지 못했다”

   
▲ 87년 대선 당시의 '비판적 지지' 입장에 대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었다"고 평가한 김상근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87년 대선 때다. 내가 본 입장은 김대중 총재가 자기 뜻을 접고라도 단일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 본래 입장이었다. 그런 입장만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총재한테도 강력하게 그 요구를 했다.

그런데 돌이켜놓고 지금 와서 보니까 정치라는 것, 정치인의 생명이라는 것,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군 사람들의 행태라는 것은 우리 같은 단순한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만약 김대중 총재가 소위 단일화를 하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면, 역사라는 게 가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혹 정치생명도 끝나고 그 이후에 오히려 상당한 어려움도 받고, 그렇게 됐을 수도 있겠다. 그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평가를 하면 상당히 어린아이 같은 평가이고 상당히 단순한 판단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판적 지지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나은 판단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나는 비판적 지지의 선두에 섰던 것이 아니고 김대중 후보를 눌러 앉히려는 입장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비판적 지지를 들고 나온다. 단일화가 무산된 이후부터 비판적 지지에 섰는데, 그걸로 해서 오랜동안 우리의 민주화운동 동지들이 찢어지고 갈라졌다. 지금도 앙금이 없는 것은 아니고, 서먹함이 없는 것이 아니다.

비판적 지지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었다는 평가를 한다. 어떤 결정적 순간에 가면 그 때의 상처가 되살아나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는 ‘후단’이었다, 누구는 ‘비지’였다. 지금도 잠재해 있다가 올라오는데, 돌이켜보면 지나온 모든 것을 털 때가 됐다. 털어내야 한다. 우리들의 판단이라는 게 서로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는다.

□ 참여정부 마지막에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아서 정상회담과 10.4선언에 함께 참여해 중요한 대목을 지켜봤는데, 새 정부 바뀌고 결과적으로 10.4선언은 뒤로 밀리고 있다. 일각에서 무리한 것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10.4선언 당시 실현 가능성을 믿어의심치 않았던 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10.4선언은 그 당시로 봐서는, 그 현장에서는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가면 한반도 평화정착이 가능하겠구나. 또 이렇게 가면 남북이 공영하고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구나 생각했다. 말하자면 큰 방법론을 제시한 것 아닌가.

그게 만약 무리라고 하면, 지금 와서 남북 간에 실천시켜 나가자면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해야 하는 거니까, 남북간에 궁리하는 과정 속에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가야 되는 것이다.

그 당시에 평양에서 그 일을 진행시킬 때나 돌아와서나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무참하게 무효화 시키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어떤 것을 먼저 할 것이냐, 이 과정에서 뭐를 조절할 것이냐, 어떤 건 좀 바꿔낼거냐는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송두리째 폐기해 버리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얘기를 하면 내가 한국전쟁 때 아버지가 북쪽에 의해 사형을 당했다. 그것에 관련된 여러 가지 축적된 경험이 많이 있다. 북에 가게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자기 자신을 정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예를 들면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만났을 때 누구도 의식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 자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얼굴 표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어떤 정도로 그분과 만나는 수위를 조절해야 할 거냐, 이런 생각을 한다. 누구도 모르지만 자기 스스로 하는 거다. 그것은 바로 남측에 우리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볼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딛고 가야 되는 거다, 이 길로 가야 되는 거다는 당위와 책임감 같은 것도 동시에 있었다. 우리 집안 안에서도 강한 거부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집안 안에 있는 거부반응도 가면서, 가기 전에, 갔다온 후에 그 거부반응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그것이라도 덜 했지 않나? 우리가 그런 아픈 경험을 갖고 있기에 남쪽 안에 그런 역반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걸 좀더 고려를 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생각도 있다.

“마지막 역사에 대한 헌신, 덥썩 받았다”

□ 지금 6.15남측위를 보면 사무실이 제대로 운영되지도 않고, 홈페이지 정지되다시피 하고 있다. 과연 제기능을 할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고 어려운 시기에 정부로부터 지원도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데, 과연 6.15남측위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가질 수 있다. 가져야 된다. 사무실을 다시 확보하겠고, 그리고 사무실 운영도 정상적으로 하겠다. 아직은 일을 건네받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기본적 원리는 참여하고 있는 2백여 단체가 책임있게 이 시대에 우리가 능히 감당해야 할 과제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하면 나는 해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훨씬 적은 연합체도 정상적 운영을 가져가는데 이렇게 큰 연합체가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그 동안 내부의 단합과 내부의 동기부여, 이런 것이 오히려 외부적인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이 안에 것이 좀 허했지 않느냐. 지금은 외부적 조건이 나쁘니까 우리 안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더 느끼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우리 가입단체에 호소하고 함께 가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우리의 과제는 6.15실천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새롭게 출발해야 할 텐데, 지금까지 6.15남측위의 흐름은 공동행사를 중심으로 정치력을 발휘하는 쪽으로 중점을 둬 왔고, 다른 일각은 일상사업과 통일운동적 대응에 강조점을 둬 왔다. 앞으로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맡게 되면 이 두 흐름을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지?

■ 당장은 큰 남북행사는 지금 북쪽의 기조로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과제는 6.15실천이다. 6.15실천은 우리의 정치력 가지고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입된 회원단체들이 6.15실천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이냐에 좀 더 천착해야 한다.

우리가 협의체이기 때문에 가입단체들과 더불어 함께 해야 할 일을 나누고, 그 일이 실천이 되고 그것이 다시 집합되고 평가되고 다시 나누는 이러한 실질적 운동으로 가야 되지 않나? 일상적으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하면서도 그 부분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 지금까지 상임대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고. 공동집행위원장과 사무처라는 집행라인과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 공동대표 회의 등이 있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실질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단위를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새로운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나?

■ 나는 조직운영은 조직운영 원리대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의결기구는 의결기구대로, 집행기구는 집행기구대로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뒤섞이면 조직이 건강하게 갈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내부의 소통, 합의구조를 활발하게 움직여 나갈 것이고, 거기서 합의된 것은 집행기구에서 엄격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갈 생각이다.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힘을 실음으로 해서 어느 한쪽의 기능이 죽어가는 것은 아마 지난 시기에도 그것을 지향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내가 맡는 다음 시기부터는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 여러 단체들의 성향이 다양하고 단체 대표들이 의결기구를 구성하고 있는데, 실제로 자신들이 속한 단체들의 운영도 어렵고, 공동집행위원장들과 사무처 사람들도 딴 직업을 갖고 행사에 임시로 같이 일하는 정도여서 많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도 있다.

■ 협의체니까 지적한 그런 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 단위조직의 강점과 약점이 있고 협의체가 갖는 강점과 약점도 있지 않나. 그렇기에 실무력이 붙어가야 한다. 실무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단위 조직마다도 실무력을 확보해야 하니까 2중 3중의 어려움이 있다.

문제는 얼마만큼 6.15위원회의 존재 의미와 가치와 역할을 평가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6.15남측위를 통해서 6.15실천의 과제가 얼마만큼 증진돼 가느냐 하는 실질적 효과와 같이 가는 거다. 효과가 없는데 의무만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다. 효과와 의무, 그 두 개를 어떻게 갖고 갈까를 고민하고 있다.

   
▲ 남북의 화해통일에 마지막으로 헌신하고 싶다는 김상근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마지막으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서 지난해 5월까지 재임했는데, 공직에 몸담다가 민간단체를 책임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 연세도 있고, 개인적인 전기도 될 것 같다.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맡는 개인적 소회는?

■ 어느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퇴임 후에 날 보고 충고를 한다. ‘전공이 뭡니까?’ 그래, ‘신학이죠’ 하니까, ‘목사님은 모든 걸 다 한다’고 하시더라. 지나가는 말씀이 아니다. 얼굴도 정색을 하고. 말하자면 ‘그렇게 많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라 하나만 택하라’는 것이었다.

이러 저런 요구가 있으니까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 왔는데, 거의 타율적이지만 ‘지금은 이제 남북의 화해통일에 당신의 남은 힘을 쏟아라’는 요구가 있는 것 같다.

어제도 강연을 하고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를 묻더라. 그래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타율적 요구도 있고 강제도 있지만, 스스로 민족의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이 문제에 어떻게 보면 마지막 역사에 대한 헌신, 국민에 대한 헌신, 우리 동포에 대한 헌신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이 어려운 것도 하라고 하는데 덥썩 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