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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있지만, 아직 성패 판단 일러"
<한반도평화포럼>北 화폐개혁 100일 맞아 전문가들 한 자리에
2010년 03월 09일 (화) 23:43:32 고성진 기자 kolong81@tongilnews.com

"북한의 화폐개혁, 엄밀히 따지면 경제 운용의 새로운 '판짜기'는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금의 북한 화폐개혁을 패키지로 봐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3개월로 우리가 실패로 단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평가다." - 이정철 숭실대 교수

"북한 경제가 심각한 것은 맞는데 화폐개혁이라는 카드 때문에 '경제가 망가진다, 그래서 북한 체제도 오래 못갈 것이다' 이렇게 몰고 가는 것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북한은 아직 실패라는 표현을 안 했다." -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지금 알려진 정보만으로는 화폐교환의 성패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고경빈 전 통일부 정책홍보실장

9일 오후, 한반도평화포럼(공동대표 임동원.백낙청)이 주최한 월례토론회에 참가한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화폐개혁 이후 일정 정도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겪고 있지만,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오는 10일로 북한 화폐개혁 실시 100일을 맞는 가운데, 북한 경제의 향배를 가늠해보는 이 토론회는 '실패'보다 '현재진행형'에 방점을 뒀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대북소식지들이 수집한 북한 내부의 부정적인 상황보다 지난 100일 간 북한 당국이 취했던 경제 조치를 바탕으로 북한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들이 돋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마다 북한의 화폐개혁의 성공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무게추는 조금씩 달랐다.

◇ 실패 시나리오?
양문수 "물가 폭등, 국내 생산 활성화 의문, 암시장 확대"
조봉현 "기업활동 크게 위축돼 생산량 감소, 물가폭등 이어져"

발제를 맡은 양문수 교수는 "논리적으로 따지면 현재의 여건 하에서 화폐개혁은 성공 가능성 보다 실패 가능성이 더 크다"고 관측했다.

양 교수는 북한과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에 즉각 반영되는데, 시장의 통제와 단속은 심화되는 상황 속에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작용되고 있고, 노동자.농민의 구매력은 일시적이나마 높아진 상태인 데다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 물가는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재정확충의 경우도 일회성 효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생산능력의 확충에 따른 국내의 생산과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시장 억제도 공급능력 확충이 제한적인 선에서 그치는 등 계획경제의 물적 토대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서 계획 경제의 정상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은 표면적으로 다소 위축, 억제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오히려 암시장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요인들은 결국 체제의 불안정성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게 양 교수가 보는 실패 시나리오다.

특히 지난 3개월 간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이후 "자신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화폐체제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후폭풍을 몰고 오는 데 대한 우려와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며,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신권과 구권의 교환한도를 인상하고, 예정에 없던 무상배려금을 지급한 점 △새로운 국정가격체계와 환율을 신속하게 발표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의 화폐개혁에 관해서 나름대로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있다"며 물가 폭등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당국자 입장에서 보면 예상했던 것보다 과장되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나름대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경제를 많이 펴 왔다. 북한 주민들이 시장 속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생활할 정도였는데 그것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민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며 "화폐개혁을 하면서 기업들이 원자재를 제대로 구입하지 못하고 초과생산량이 판매되지 않는다"며 "화폐개혁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40% 초반 생산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기업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게 되면서 물건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물가는 계속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성공 시나리오?
이정철 "배급가격과 수매가격 괴리 극복 위한 조치"
고경빈 "비리,부정 관리 도덕적 평가..서민들 지지"

반면,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은 2005년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북한 내부의 방어적 성격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이 교수는 이전부터 북한 내부에서 쌀 배급가격과 시장가격(수매가격)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고, 이것을 좁히기 위해 화폐 액면 절하(redenomination)을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폐교환한도액을 설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도액을 설정한 것이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이 교환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냐, 만약 그렇다면 갈취"라면서도 "북한 주민의 한 달 월급이 3만원인데, 50만원의 한도액이 일반 주민들에게 제약이 되는 결정적인 부분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경빈 전 통일부 실장은 북한이 화폐개혁을 통해 효과를 본 것은 사회정치적인 영역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비법, 월경자들을 통해 들어간 달러 등 외화 자금들이 관리들에게 뇌물 형식으로 들어갔는데, 이 부분이 화폐개혁을 통해 드러나게 되면서 도덕적인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며 "서민들에게는 상당히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화폐개혁의 성패 여부보다는 북한의 이같은 행보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