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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면 죽는다'?
<초점> '그랜드바겐'에 깔린 현 정부의 속내는?
2009년 09월 28일 (월) 19:33:51 이광길 기자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gklee68@tongilnews.com

"국내적 컨센서스와 국제 공조가 북한 핵문제를 운영해 나가는 데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에 즈음한 28일 오전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같이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밝힌 '그랜드바겐' 구상의 근저에 놓인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그랜드 바겐(일괄타결)'과 '포괄적 패키지'는 같은 것이다. 다만 '패키지'라는 어감이 선물 보따리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주고받는 거래(bargain)'로 포장함으로써 상호성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또 9.19 공동성명과는 달리 '그랜드바겐'에 따른 합의는 곧 '이행 합의'가 된다는 것이다.

"큰 합의(일괄타결)가 나오기까지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는 등의 상황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는 의문에 대해서는 "(지난 25일 언급한) 2~3년 이란 말은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해달라.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싫어서 작은 합의를 그때 그때 내놓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작은 합의'란 '2.13 및 10.3합의'를 말한다. 그 '안티테제'가 '일괄타결'인 셈이다.

이 당국자는 "그럼 과거에는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핵물질을 만드는 걸 막을 방법이 있었나"고 반문하면서 타결에 이르기까지의 '갭'을 제재를 통해 메우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일정한 정도의 압박을 구사하는 게 협상에서 상당히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북 압력을 지속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가 한국 사회에 있느냐가 첫 번째"라며 "협상이 조금만 진행되면 국내에서 이(제재)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는 여론이 일게 돼 있다. 이것을 풀어가는 게 정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남북) 교류협력에서 오는 긍정적 에너지가 북핵정책의 엄정함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적 컨센서스'와 '국제 공조'가 없으면 아무리 기발한 방안이 있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요인은 이 두 가지"라는 주장이다.

'그랜드 바겐'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이 당국자는 "핵무기와 핵물질, 핵무기 제조시설 등"을 지목했다. "핵심적인 부분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어떤지 먼저 테스트 하기 위해 우리도 많은 것을 내줄 용의가 있다"며, "바로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면 의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랜드바겐'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안보 전문가는 "일괄타결이 쉽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라며 "결국 진정한 협상 보다는 제재를 길게 끌고 가겠다는 (현 정부의)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투트랙 접근'에 입각했다고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방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도 한국 정부의 구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 눈치다. 지난 21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결과 브리핑에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05년 합의 외에 이례적으로 '2007년 합의(2.13 및 10.3 합의)' 준수를 거론했다. 또 "우리는 북한으로 하여금 작지만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노력 중"이라는 말로 '일괄타결'이라는 신기루에 홀려, 북핵 관련 기존 합의를 부정하는 한국 정부의 기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에 따라, 28일 정부 고위당국자도 "우리는 2.13이나 10.3합의에 대해서는 북한이 그 길로 돌아오고 이행한다면 그 기초 위에 설 용의가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2.13이나 10.3을 복원하기 위해 협상하지는 않는다"는 토를 달았다. 

한편, 29일 밤 늦게 군용기 편으로 방한하는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30일 권종락 외교부 장관대리,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을 면담한 뒤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28일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29일에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예정 돼 있다. 이어 유명환 장관은 29~30일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신임 총리가 다음달 9일 방한하며, 그 다음날 베이징에서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다음달 4~6일간 북한을 방문한다고 28일 공식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