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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바긴’, 6자회담 부정해야 성공한다 - 장창준
<기고> 세새상연구소 '통일볻보기2' - 장창준
2009년 09월 28일 (월) 08:09:15 장창준 http://onecorea615.cafe24.com/xe/tongilnews/mailto.html?mail=tongil@tongilnews.com
장창준(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에서 ‘핵폐기 동시에 북한 안전보장’을 골자로 하는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안을 제안했다.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 폐기’와 ‘대북 안전보장, 국제지원’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핵폐기와 안전보장’이 아니다. ‘동시 해결’이 핵심이다.

과거의 협상이 “진전과 후퇴, 지연을 반복해” 왔다며 ‘과거의 패턴’에서 탈피하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단계별 처방과 보상을 되풀이하는 기존의 접근법”을 버리고 “핵폐기 이행과 함께 북한에 안전보장.경제지원을 동시에 제공하는 ‘원 샷 딜'을 추진하자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그랜드 바긴과 함께 북한은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이건 모순이다. 9.19 공동성명은 핵동결과 불능화, 폐기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관련 당사국이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단계적 접근’이다. 6자회담은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고 그 세부사항인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 냈다. 9.19 공동성명은 ‘단계적 접근’의 산물이고, 6자회담은 ‘단계적 접근’의 산파였다.

따라서 ‘원 샷 딜’을 주장하려면 제일먼저 9.19 공동성명을 부인해야 하며 6자회담을 부정해야 한다.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특사까지 파견한 후진타오 중국주석을 만나 중국의 접근법은 틀렸다고 단언해야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6자회담 촉진을 위한 북미 양자대화’는 말도 안 되는 접근이라고 호통을 쳐야 했다.

미국으로서는 난감하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급조된 ‘그랜드 바긴’의 내용을 상세히 알지도 못했으며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논평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며, 한미 동맹을 고려하여 지지한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턱도 없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북핵 정책 수립의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커트 캠벨로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솔직한 말밖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MB의 그랜드 바긴, 즉 ‘원 샷 딜'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혼선을 빚을 뿐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주변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향후 한반도 비핵화 협의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어느 나라 정부가 말도 안 되는 해결책을 그렇게 당당하게 제시한 이명박 정부와 진지하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려 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차 진행되었던 뉴욕에서의 정상 외교가 실패했다고 인정하고, 워싱턴과 베이징 순방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이다. 오바마와 후진타오를 만나 6자회담 절대 불가를 소리높여 외쳐야 한다. ‘진전과 후퇴, 지연을 반복해왔던 6자회담은 다시 개최하지 않겠다’는 공동선언을 이끌어 내라. MB 외교가 성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새세상연구소 주간통일동향 ‘통일돋보기2
’(http://www.nci.or.kr/policy/bbs/tb.php/situation/92)에도 동시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