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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합의', 그리고 '위성' 발사
<2012년 송년특집②> 북.미관계
2012년 12월 26일 (수) 18:03:44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 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북.미관계도 2.29합의가 이뤄졌지만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또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권력교체가 이뤄졌습니다. 2012년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2013년에는 새로운 변화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는 <2012년 송년특집>으로 ①북한내부 ②북.미관계 ③남북관계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세 차례 고위급회담을 거쳐 지난 2월 29일, 북.미는 '2.29합의'를 발표했다. 오바마 미 행정부 들어 첫 북.미합의였으나, 발표 직후부터 양측 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조항의 해석상 이견이 불거졌고, 결국 이 문제가 올해 북.미관계의 진전을 가로막은 주된 장애물이 됐다.

내년 북.미관계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오바마 행정부는 2기에서도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동맹중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 한.일에 대북 강경파들이 포진한 정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에 신형대국관계라는 틀 속에서 국제 및 지역 문제를 풀어가려하는 것도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박근혜 당선인이 중국 중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로 인한 한반도 정세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2.29합의', 그리고 두 번의 '위성' 발사

지난 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연기됐던 세번째 북.미고위급회담이 2월 23~24일 베이징에서 열렸다. 김계관 북 외무성 제1부상과 이틀 간의 회담 직후,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다소 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2월 29일, 북.미는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공통되는 부분과 일방적 주장을 함께 담은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측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포함한 영변에서의 핵활동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을, 미국측은 24만톤의 영양지원을 약속했다. 리용호 북 외무성 부상이 3월초 뉴욕을 방문하고,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로버트 킹 미 북한인권특사와 영양지원 협의에 나서는 등 후속조치가 순조롭게 이어지면서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문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에 위성 목적의 로켓발사도 포함되느냐는 것이었다. 북한이 올해 4월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축포로 '위성'을 쏘아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양측 간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3월 16일 북한은 4월 12~16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남쪽방향으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 위성을 쏘아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1874호 위반이며, 북한이 실제 발사할 경우 '2.29합의'에 저촉된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4월 7일 국방부 소속 보잉 737편으로 다니엘 러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시드니 사일러 북한담당관 등을 극비리에 평양으로 보내 '위성'발사를 막고자 했다. 북한은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들어 내외신 기자들에게 발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4월 13일 발사를 강행했으나 실패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실패'를 신속하게 시인함으로써 종전과 다른 리더십을 선보였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움직여 4월 16일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도출했으며, 관련국들에게 '북한의 4.13 발사로 2.29합의는 파기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북한은 4월 17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 의장성명을 전면배격하고, 20일 우주공간기술위워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실용위성들을 계속 발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측은 또 '2.29합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7월 20일 외무성 비망록을 통해 '핵문제 전면 재검토'를 천명하고, 8월 싱가포르 비공식 접촉을 통해 '선 적대시정책 포기'를 미국측에 촉구했다.

거듭 예고한대로, 북한은 지난 12일 9시 49분 46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에서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해 9분 27초만인 9시 59분 13초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3'호 2호기를 자기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안팎의 논란을 종식시켰다.

출범 1년차인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선거의 해를 맞은 오바마 미 행정부도 대외관계 개선보다는 내부정치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었던 한 해였다. 북한이 안팎의 논란을 무릅쓰고 두 차례에 걸쳐 기어이 '위성' 발사를 밀어부친 것도, 미 당국자가 '2.29합의'의 배경으로 '전략적 관리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지난 4월과 8월 미 관리들이 극비 방북해 '대선 때까지 위성발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3년 북.미관계는?

한 대북전문가는 "김정은 제1비서가 위성 발사 성공으로 심리적 여유를 갖게 된 만큼 내년에는 대외.대남관계에서 상당히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이에 호응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한국을 이끌어갈 새 정권의 입장이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북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내년 북.미관계 전망은 그다지 밝다고 할 수 없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중국측의 강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위성(장거리미사일)' 발사 사안과 관련 추가 제재결의를 밀어부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내년 1월 중에는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는 "상식적으로 보면 추가 제재 결의는 어렵지만 미국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모든 유관측들이 이성과 냉정을 견지하여 사태가 본의 아니게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번져지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12.12 외무성 대변인 대답)"는 북한측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추가 제재 결의가 도출될 경우,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반발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악순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우방인 중국은 "안보리의 관련 반응이 신중하고 (정도가) 적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진핑 총서기를 필두로 한 새 지도부 하에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총서기가 미국과의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대외관계의 기조로 내세운데다, 미국이 '중국 신 지도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안보리에서 강공을 계속할 경우, 미.중 간에 대북 문제에서 어떠한 주고받기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의 동맹중시 입장도 북.미관계 진전에 장애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이나 19일 대선에서 승리한 한국의 박근혜 당선인 모두 자국 내 대북 강경파들을 지지세력으로 하고 있다. 양측은 '위성' 사안에 대해 안보리와 미국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안보리에서 대북제재가 충분치 않을 경우 한.미.일 간 양자차원에서 제재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일의 보수정권은 이명박 정권이 5년 내내 유지했던 '북.미관계 발목잡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소 희망적인 징후들도 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국무부 수장으로, 적극적 대북 관여론자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내정됐다는 점이다. 그는 일관되게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추종자라고 밝혀왔다.

또, 아베 신조가 일본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수정, '다케시마의 날'의 국가행사 승격,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공언함에 따라 냉전적인 한.미.일 공조체제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당선 직후, 아베의 특사 파견 타진에 대해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고사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중국 중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점도 주목된다.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권의 극단적인 대미편향노선을 미세 조정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중국의 정책에 일부 호응할 경우 남북관계에서 돌파구가 열릴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