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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확립과 거대한 변화
<2012년 송년특집①> 북한내부
2012년 12월 24일 (월) 00:45:05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이명박 정부 5년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에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북.미관계도 2.29합의가 이뤄졌지만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고 또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권력교체가 이뤄졌습니다. 2012년은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서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2013년에는 새로운 변화가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통일뉴스는 <2012년 송년특집>으로 ①북한내부 ②북.미관계 ③남북관계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속에 맞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은 후계자 김정은 제1비서의 전면 등장과 함께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 격동의 한 해가 됐다.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미 진행되고 있던 김정은 후계체제를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시킬 수밖에 없었으며, 4월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개최, 태양절 100주년 기념행사를 거치며 ‘김정은 체제’는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자리 잡았다.

김정은 체제 구축과 당.내각 정상화

4월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김정은 부위원장을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하는 한편 당규약을 개정했다. 이어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5차 회의를 개최, 김정은 부위원장을 국방위 제1위원장으로 추대하고 핵보유국을 명기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짐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제도적 구축이 일단락됐다.

김정은 제1비서는 4월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20분간 첫 공개연설을 하면서 지도자로서의 얼굴을 알렸으며, 새로운 통치스타일을 선보였다. 또한 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가 7월 25일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처음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고, 이후 부부동반 행보가 이어졌다.

공개연설과 부인 공개 등 북한 사회에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한 김정은 제1비서의 행보는 ‘은하수관현악단’의 서구식 공연, 현지지도에서의 파격 등으로 이어졌으며, 북한 인민들에게도 김 1비서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선군정치’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과도해진 군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당과 내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4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 정치국을 정비해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공식 보도에서 주요 인사들의 직책을 당 정치국 서열 중심으로 재편한 대목이나, 최영림 내각 총리가 현지요해를 통해 경제분야를 이끄는 모습을 언론에 집중 노출시키는 대목 등이 이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군 출신이 아닌 최룡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해 인민군을 노동당의 군대로 위치지우고 인민군의 상징이었던 리영호를 해임한데 이어 김정각도 강등시켰으며, 군의 외화벌이 회사를 내각에 넘기는 등 제2경제(군수경제)에 집중된 경제체제를 제1경제(민수경제)로 돌려놓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 올해 농민들이 추수한 곡식을 준조세에 해당하는 인민군 지원 성미(군량미)로 내놓지 않도록 한 조치도 주목된다.

또한 김정은 제1비서가 공개연설을 한 소년단 창립기념 행사를 비롯해 청년절, 전승절 행사 등을 평양에서 대규모로 진행한 것은 물론 ‘인민군 청년동맹 초급간부대회’ 개최, 어머니날 제정, 인공위성 개발 관계자 초청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각계각층의 지지기반 다지기에 주력했다.

통신.유통 혁명과 농업개혁의 성과

올해 북한을 다녀온 해내외 인사들의 공통된 평가는 평양에 활기가 넘치고 차량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 창전지구 등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평양시민들의 옷차림과 표정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문화복지시설인 류경원 준공을 비롯해 인민야외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 등이 새로 선보였고, 평양은 지금 인라인 스케이트 붐이 일고 있다. 5월 개장한 만수교청량음료점을 비롯해 커피나 맥주, 샌드위치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고급 음식점이나 서구식 상점들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왔으며, 능라인민유원지와 같은 놀이공원, 평양민속공원 같은 대형 유희.관람시설들이 새로 문을 열었고 인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여러 변화 중에서도 ‘통신혁명’과 ‘유통혁명’을 두드러진 성과로 꼽았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의 사위리스 사장은 지난 11월 휴대전화 가입자가 이미 15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고, 실제로 북한 방문객들은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3G방식의 휴대전화 보급은 북한에서 조용한 통신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1월 5일 개업한 광복지구상업중심 개업식을 시작으로 락원백화점, 아동백화점, 보통강수산물 전문상점, 만수교 고기상점 등 대형슈퍼나 전문상점들이 개업하거나 리모델링 후 새로 문을 열어 손님을 맞고 있다. 북한이 지역별로 건립하고 있는 유통 거점들이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인민들의 실제 수요량에 부응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북한 경제의 유통구조에서도 일대 전환이 예상된다.

올해 북한은 이례적인 가뭄과 태풍 피해를 겪어 식량생산에 차질이 우려됐지만 지난해에 비해 곡물 수확량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축소된 분조단위 별로 농지를 분배해 국가에 내는 토지이용료, 장비대여료, 비료값 등을 제외하고 농민들에게 초과수익을 모두 분배해주는 일종의 농업개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보도한 새로운 경제관리체제에 관한 ‘6.28 지침’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올해 일부 지역과 단위에만 시범적으로 실시된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12월 1일부로 전면 실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역과 기업소 등 각 단위에 재량권을 대폭 부여한 ‘12.1 조치’는 2002년 7.1경제개선조치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개선의 폭과 심도가 더 넓고 깊어진 것으로 알려져 내년 북한의 경제운용이 주목된다.

화룡점정, ‘광명성’ 발사 성공

북한은 당초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인 올해를 사상.정치.군사.경제 분야에서의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예고했지만 국가 차원의 대규모 기념행사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업과 경공업 발전에 중점을 두는 상황에 놓여있으며, 강성국가라는 용어가 강성대국을 대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방국가들의 엄격한 경제제재 조치를 받고 있는 가운데도 북한의 무역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과의 교역에 편중돼 있고, 더구나 북한의 수출품 중 광물질의 비중이 매우 높아 남측 전문가들조차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 심화와 북한 자원의 중국 유출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말에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 2호기를 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북한은 김정은 시대 첫해를 성대하게 자축하며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북한 인민들에게 2012년의 역사적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지난 4월 한 차례 발사에 실패한 바 있는 인공위성 발사 성공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관철했다는 명분과 자체의 힘과 기술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과학기술력을 과시해 경제발전의 전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자부심과 기대감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 1년간 북한은 변화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심각한 내부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과시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사회 경제적으로도 새로운 활기를 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권력구축 초기단계인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이 얼마나 공고한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김정은 제1비서 체제의 공고화는 김 1비서가 추구하고 있는 통치스타일의 변화는 물론 실질적인 사회.경제 분야에서의 성과와 당.내각.군의 재편과 정상화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으며, 지속되고 있는 외부세계의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