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284

‘北, 대화 제의 받을까?’
<초점> 정부의 ‘압박 대화제의’ 문제없나
2013년 04월 25일 (목) 17:51:37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개성공단 조업중단 2주째를 맞아, 정부가 북측에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을 25일 공식 제의했다.

게다가 북측에 26일 오전까지 응답할 것을 요구하며, 대화제의를 거부할 시 중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격적으로 나섰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25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개성공단 근무자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책임있는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북한 당국에 공식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6일 오전까지 우리의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거부한다면, 우리로서는 중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 제의는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대화 천명 성명의 연장선으로, 구체적인 의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측이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 발표가 나간 이후 지금까지 북측에서는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북측은 개성공단 조업중단의 이유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에 대한 '최고 존엄' 모독을 들고 있다.

김양건 당 중앙위원회 대남비서는 지난 8일 담화에서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참을 수 없는 악담을 계속 줴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의 아량과 동포애의 정을 원쑤로 갚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는 개성공업지구문제와 관련한 중대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16일에 발표한 비망록에서 "개성공업지구사업은 리명박 정권의 극악한 대결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현 보수 정권에 의해 더욱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남측에 책임을 물었다.

그리고 "괴뢰패당이 우리에 대해 악담질하고 존엄까지 헐뜯고 있는 것은 덕을 원쑤로 갚는 야만행위"라며 "개성공업지구를 동족대결의 열점으로, 북침전쟁의 발원지로 만들어 보려고 갖은 책동을 다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가 중대조치를 선포한 것은 너무도 응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슨 국면전환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성공업지구를 위기에 몰아넣은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저들의 대결과 전쟁책동을 정당화해보려는 교활한 술책"이라며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북측의 일련의 입장에 비춰,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한 우리측의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측은 이를 외면한 채, 개성공단 정상화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북측이 실무회담 제의에 화답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특히,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독수리연습이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시점에서 북측이 현 상황을 전시상황으로 간주, 우리측의 대화제의에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현재 남북관계를 전시상황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 우리 정부가 일종의 압박식 대화제의를 했는데 북한이 나오겠느냐"고 분석했다.

양무진 교수는 "이번 우리의 대화제의에 북측이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만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는 5월이 되면 대화 수정제의를 해올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즉, 현재 상황에 따라, 북측이 이번 우리 정부의 실무회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되, 5월경 역제의로 대화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26일 오전으로 실무회담 응답 시기를 못박고, 우리의 제의를 거부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해 개성공단을 둘러싼 남북관계 경색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정부의 중대조치..개성공단 폐쇄 수순밟나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중대한 조치'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형석 대변인은 "(중대한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상상하실 수 있는 것처럼 북한이 우리의 공식적인 회담 제의를 거부한다면 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치는 밝히지 않았다.

북측은 김양건 당 대남담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종업원 철수, △개성공단 존폐여부 검토 등의 중대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북측이 우리 정부의 대화제의를 거부할 경우,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무진 교수는 중대 조치에 대해 1단계 최소 인원 남기고 철수, 2단계 송전차단 등 개성공단 폐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우리측 근로자 175명과 중국인 근로자 1명 등 총 176명이 체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관계의 '마중물'로 보고 안정적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기에 폐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대북 압박식 대화제의에 문제 없나

북측의 대화수용과 우리 정부의 중대한 조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압박식 대북 대화 제의가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문제가 지적된다.

이번 실무회담 제의는 지난 24일 우리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의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면담 제의가 묵살당하면서 나왔다.

또한 △개성공단 문제해결을 위한 북한의 최소한의 조치 필요, △의료진과 식자재 운송을 위한 최소 인원 방북 허용 등의 요구서 전달도 거부당했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다. 정부 당국이 나서기 전에 관리위원회를 통해서 문제해결을 해보고자 접근법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제(24일)만 한 것이 아니고 3일 개성공단 문제가 촉발된 이후부터 계속적으로 그 채널을 통해서 그러한 접근법을 계속 써왔다"며 "그런데 면담 자체도 거부하고 최소한의 조치를 요구하는 문건 접수마저도 거부했다. 더 이상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실무회담 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대북 압박식 대화제의는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북한에 자존심을 구겼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대화제의에 대해 "냉전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양무진 교수는 "내일 오전까지 답을 줄지 안 줄지도 모르는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은 냉전식 사고"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출발점으로 인식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이라며 "개성공단도 창조경제의 출발지로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하지만 압박식 대화제의를 하는 것은 개성공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