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5097&PAGE_CD=ET000&BLCK_NO=1&CMPT_CD=T0000
지난 1월 이후 시작한 한반도 위기가 몇 달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코리아연구원(knsi.org)과 공동으로 현재의 한반도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특집을 8회에 걸쳐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코리아연구원은 정책대안과 국가전략 제시를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형 싱크탱크입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서 중국의 대북정책,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과 위기해법, 개성공단의 위기와 대안,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신뢰구축, 남북관계 진단과 방향, 미국의 대북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현위기의 해법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특집에 참여하는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장환(한신대 교수), 최종건(연세대 교수), 김진향(한반도평화경제연구소 소장),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서보혁(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송영훈(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창수(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김연철(인제대 교수) [편집자말]
  지난 2월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실험의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군민연환대회'가 열리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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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부족인가, 능력 부족인가?

2013년 한반도가 위기다. 아직도 진행 중인 이 과정에서 중국의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다. 왜 그럴까? 올해 초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이 위기 상황 속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주장들이 존재한다.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더 많은 영향력과 특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가정에 입각하여 중국을 추동하여 북한의 행동을 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일각에서는 더 깊은 양국 간 공조를 통해 중국이 더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한 방안이 고민되고 제출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결국 중국의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역시 3월 8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찬성하고 이후 금융 제재와 통관 업무 강화, 북한 노동자 비자 신청 거부 등 나름대로 압박 전술을 펴고 있지만, 그 효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북한은 후속 조치들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강경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다른 주장이 오히려 힘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과대평가되어 있고, 따라서 중국이 북한의 행위를 실제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월 핵실험을 막기 위해 중국 당정 군의 모든 인맥이 동원되었으나 무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결국 한국과 미국 등 다른 주요 당사국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현실 상황을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여전히 중요하다 하겠다.  

중국은 북한을 포기했나?

한편, 북한에 의해 촉발된 한반도 위기와 중국과 관련하여 그간 몇 차례의 유사한 경험을 통해 앞의 두 개와는 다른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중국에 대한 북한의 영향력이 실제로 부재하든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행사를 하지 않으려 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중국도 사실상 북한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중국이 묵인할 것이므로, 독자적이고 공세적으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신종 주장은 매우 호전적이고 사태 해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지만, 한반도 위기 발생 및 전개과정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일정한 시사점이 있다. 중국 역시 다른 관련국들과 마찬가지의 지위로 조정하여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반도 위기와 중국을 보는 입장은 의지 결여설, 능력 부재설 그리고 북한 포기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것이 사실일까?

북·중 관계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먼저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은 중국은 물론 북한도 마찬가지지만, 정서나 감정 등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행위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현실적·논리적으로 중국이 한반도에 가지는 전략적 목표는 '현상유지+α'이다. 자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의 현상유지 즉 중국에 친화적인 북한 정권의 생존과 이로 인한 한반도 분단 체제의 유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역대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내놓은 입장 즉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을 이해할 수 있다. 또 이의 실현을 위해 중국은 때로는 북한을 압박하기도 때로는 북한을 지원하기도 했다.

중국과 '게임룰' 바꾸려는 북한 

▲ 북 김정은, 중 대표단 면담... 시진핑 친서 전달받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리젠궈(李建國)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공산단 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중국 공산당 대표단으로부터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2012.11.30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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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목표에 대해 북한이 동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현상 타파를 주요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해 왔다. 그 결과물이 핵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핵개발은 자신을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도와주고, 그렇다고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때로 방해까지도 하는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한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논리적으로 핵이 없던 시기 북·중 관계는 강대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보호자 게임'의 룰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 그 성능을 제고시키면서 게임의 룰이 바뀔 가능성이 생겨났다. 구체적인 게임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으나 분명한 점은 북한의 선택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진 치킨, 교착 등 여러 가지의 대칭적 게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근 북한이 예상 외로(?) 대차게 나가는 것은 김정은의 치기 어림도 아니고, 자포자기도 아닌 핵개발 이후 변화된 스스로에 대한 자기평가에 따른 것이다. 때마침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로, 이란 등 국가들이 핵 기술 이전 및 판매를 매개로 새롭게 친구를 맺자고 적극 대시 중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 몸값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중국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예전과 같이 북한이 문제를 야기하면 시간을 좀 끌다가 중국이 특사 등을 보내어 메신저 역할하고,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만나주고, 불평불만을 털어놓으면 선물이 주어지고, 그다음 슬그머니 회담장으로 복귀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앞에 나열한 중국의 의지 결여설, 능력 부재설 그리고 북한 포기설 등은 양국 관계에서 중국의 주도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그 적실성이 일정하게 결여됐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중국은 변화된 게임의 룰을 어떻게 하면 자국에게 유리하게 적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중국에 북한은 부담인가?

실제로 중국의 고민은 매우 깊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표면적으로 중국은 기존과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을 깨거나 이를 조장하는 북한을 위시한 미국, 한국 그리고 일본 등 각국의 행태를 공히 비판하고, 자신들이 주도하는 6자 회담 틀에서의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또 관영 매체의 공간까지도 활용하여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된 논쟁을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북한 부담론과 현상 유지론 간의 논쟁이다. 

전자는 북한 포기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골자는 북한이 중조우호조약의 제1조와 제4조에서 규정한 '양국의 공동 이익과 관련한 일체의 중대한 국제문제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는 조항을 위반하는 등 양국 관계의 기본적인 도를 넘어섰으며, 그 결과 이미 지역 안보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핵 포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든지 아니면 무력 충돌, 정권 붕괴를 최악의 상황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위기관리를 통한 현상 유지론이다. 여전히 북한은 중국에 전략적 완충지대로서 그 의의가 있으며,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관리할 수밖에 없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견해다. 물론 이 논쟁 또한 2009년 북한의 제 2차 핵실험 이후에도 진행된 바 있기 때문에 그리 신선하지 않다. 

핵을 가진 북한에 대한 중국의 고뇌

이런 표면적인 태도와 달리 중국은 실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고민의 주된 내용은 변화된 게임의 룰 하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즉 압박과 제재 혹은 현상 유지 등의 방식으로 이미 핵보유국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를 막을 수 없다고 인식하고, 그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제3차 핵실험은 미국, 한국 그리고 중국에 각각의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중국에는 북한이 '지금처럼은 못 살겠으니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일종의 최후 통첩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된다. 이 메시지는 전통적으로 중국이 가지고 있던 양국 관계의 일방적인 주도권을 북한이 더 이상 인정하지 않으려는, 물론 절박함이라는 전반적인 기조 하에서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곤혹스러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핵을 가진 북한은 변화된 자신의 처지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요구를 들어주면, 미국과 한국 등의 국가들과 관계 소원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증도 없다. 그러나 거부한다면 최악의 경우 양국관계가 비우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현실이 중국 앞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 중국은 독한 마음을 먹고 북한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북한을 바꾸기 위해 나서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포기하기에는 자칫하면 한반도 전체를 미국의 영향력 하에 둘 수도 있다는 불이익이 마음에 걸린다. 또 북한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고 더구나 북한 지배 체제가 그 내구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국력이 보다 강력해졌을 때까지 한동안 위기관리를 해가면서 현상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클 것이나, 시간은 중국보다는 북한 편에 서 있다. 즉 중국은 현상 유지를 위해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선택은?

결국, 중국이 현상유지를 위해서는 중대한 이면 합의를 근거로, 대화 국면으로 북한 핵 위기를 봉합하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6자 회담 등 유명무실화된 다자 대화의 틀을 복원시키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위기 과정에서 제일 피로감이 높은 북한을 달래기 위해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점에서 꼽을 수 있는 대가는 그동안 마뜩찮아했던 북미 수교 등의 묵인 내지 허용과 함께 경제 발전을 위한 북한 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등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중국과 한국 등 현재 북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들이 반드시 되새겨 봐야 할 '송양지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송나라의 양공이 전쟁에서 적에게 쓸데없이 인의를 호기롭게 베푼 탓에 도리어 패배를 당해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 춘추시대의 이야기다. 

초나라 군대가 쳐들어왔을 때, 대열을 갖추지 못하고 강을 건널 때도, 강을 건넌 이후 대오를 갖추지 못하고 있을 때도 그는 공격을 명하지 않았다. 그러한 행위가 어질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대오를 갖춘 초나라와의 전투에서 송나라는 패하고 말았다.

이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 원칙은 상황에 맞게 바꾸어 적용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정의, 어짊 등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원칙을 현실 상황에 맞게 지키지 않으면, 무모함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참고해봐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변화된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각 관련국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면밀한 판단과 이에 입각한 대응 방향을 마련해야 할 시점임을 간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이면서 한신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knsi.org) 홈페이지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