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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당국자 "미국은 북한 신호 받아줄 상황 아니다"
"임기 말까지 안정상태 유지하는 게 목표"


2012년 06월 24일 (일) 12:01:51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북한이 신호를 보내는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이) 그걸 받아줘야 그 신호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내 상황은 그런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22일과 지난 9일 잇따라 미국측에 '추가 핵실험과 대남 군사적 행동 자제' 신호를 보내고, 국제사회에는 '60년 만의 가뭄'에 따른 지원을 호소하는 것과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이런저런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 미국 속담에도 있듯 춤을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일축했다.

"(북.미 사이에) 무언가 이뤄지려면 두 사람이 마음이 맞고 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또 "오는 11월이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 하에서 미국이 적극적인 구상을 갖고 (북한의 미약한 신호에) 응해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음달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북.미 사이에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마음 놓고 북한 지도부를 비난하는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측이 최근 동남아 국가 순방 또는 국제기구와 면담 계기에 지원을 호소하는 데 대해서도 냉담한 기류다. 미 상원은 대북 식량지원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한국 정부는 '지원을 받으려면 북한이 새로운 결정을 하라'는 메시지를 되풀이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북한 내 가뭄이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낸 것과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비가 오지 않은 기간이 오래되고 있다는 것이며,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떤 상태에 이르렀다는 결론까지는 아직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라 본다"고 선을 그었다.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4.13 광명성-3호 발사' 및 '4.16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이후 교착상태에 있는 한반도 정세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대독 선전포고 이후 실제 전쟁 발발까지의 소강상태(phony war)에 빗대 '유사 안정상태(phony stability)'라고 규정했다.

"지금 북한이 '핵실험 할 생각이 없었다'고 얘기하지만 영원히 안하리라 100% 확신할 것은 아니고, 실패의 원인 규명하고 반드시 성공하리란 확신이 서야 하니까 오늘 내일 하지는 않겠지만 미사일 발사 권리는 갖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으며, 언론매체를 포함해 남측에 대해 '특별행동' 예고하고 있으나 당장 재래식 공격 등을 감행할 징후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유사 안정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되고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행위자(actor)는 북한"이라며,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강경책을 지속할 수도, 새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나름대로 새로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양면성이 다 있는 유동적 상황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 목표로 하는 방향과 관련해 지금이 유사 안정상황이라 할지라도, 우리 경제 여건도 있고 12월 대선도 있으니, 이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어쨌든 지금과 같은 안정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도발'도 '대화'도 없는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도발하면 국제사회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결정을 한다면 새 세상이 열린다'는 메시지를 북한측에 계속 보내면서 6자회담 바깥 나라들에게도 활발하게 손을 뻗치며, '안정상태' 이후 대비태세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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