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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불 켜진 개성공단 가는 길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한 3일 오전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던 화물차량들이 모두 되돌아간 뒤 차량통행로가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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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에 대해 폐쇄 조치로 연결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의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조치를 "미국 등에 '우리가 (그동안 강경의지를 보인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정도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이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뒀다면 '언제까지 철수하라'고 말할 텐데, 그렇지 않다"며 "남쪽의 변화 등을 살피려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더욱 낮게 봤다. 그는 "살라미 전술식(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협상전술- 편집자 주)으로 쪼개가면서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지만 (개성공단) 폐쇄는 말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얘기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는다면 '달러박스'를 포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앞으로 대외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 공세 수위 더 높일 수 있으나 개성공단 폐쇄는 있을 수 없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사람은 물론 자재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계속되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볼 때 폐쇄 수순 밟기는 아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에는 '대화냐 대결이냐', 미국 오바마 정부에는 '핵전쟁이냐 평화협정이냐'란 양자택일을 촉구하고 있는 모양새여도, 실질적으로는 '대화에 호응하라'는 메시지가 더 강하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최근 행보에 담긴 속뜻은 '협상 테이블에 앉자'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된 국면에선 작은 충돌도 악재가 될 수 있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은 "북한은 남한의 반응을 보며 (앞으로 행동)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북한이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어떤 상황이든 개성공단만큼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통일부가 지금껏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관리해 온 만큼 앞으로도 신중하고 현명하게 대응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화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은 개성공단 단위로만 풀 수 없고 큰 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부가 북한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왜 못하냐"며 "대화에 나서는 시늉이라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경제 전문가는 "현 상황을 통제할 권한은 남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 특성상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때) 제동을 걸 사람이 없다"며 "남한이 강공하면 한없이 강하게 가는 게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하는 자리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를 중요하게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또한 남쪽 행보에 따라 꿈틀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래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정리한 내용이다.

▲ 통제되는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 3일 오전부터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일부 금지한 가운데 오후 5시경 개성공단을 출발한 입주업체 직원들의 차량이 이날 마지막으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 도착하자 한 사무소 직원이 입경전용 출입구를 막은 뒤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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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북, 경제에 방점찍은 상황... 개성공단 출입제한 오래 안 갈 것"

북한이 개성공단의 완전한 폐쇄를 염두에 둔 것 같진 않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과거처럼 '언제까지 철수해라' 이렇게 할 텐데, 그건 안 하고 나왔다. 남쪽을 압박하려는 목적도 있고, 이걸 계기로 남쪽의 변화를 보려는 것일 테니, 상황에 따라 관계를 회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개성공단 출입제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고,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목적은 여러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하고, 김정은이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차원이다. 말만 있고, 실행은 안 한다. 또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한다면, 북한 부담도 굉장히 크다. 경제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펼치려는 시기에 개성공단 문을 닫으면 외자 유치에도 타격을 주고, 경제 회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우리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정도의 메시지를 줄 수는 있다. 개성공단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남북 긴장이 높아져도 (개성공단) 가동됨으로써 다른 긴장을 완화시킨다. (북한이) '남아있는 완충제를 없앨 수 있다'는 신호만 줘도, 주변국에 '상황을 우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성격의 메시지를 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이번 일은 저강도 시위... 신중히 대응해야"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 제한은 그동안 북한이 말로 남북 긴장을 조성해온 데에 이어 행동을 시작했다고 본다. 어제 미국을 향해 핵시설 재가동을 했다면, 오늘은 (개성공단으로) 남한을 향한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또 그동안 한미 두 나라가 보인 대북강경방침을 두고, 자신들의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것 같다. 일종의 '저강도 시위'다. 앞으로 살라미식 전술로 (대응 방법을) 쪼개가며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폐쇄는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북한에 개성공단 폐쇄는 달러박스 기능과 주민 약 5만 4천 명의 일자리가 걸린 일이다. 또 앞으로 외부에서 북한에 투자하는 데 있어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일이라 그런(폐쇄) 조치까지 가긴 어렵다. 

다만 단계적으로 대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만약 출경 제한이 길어진다면 물품이 안 들어갈 테고, 그럼 기업인들이 남북 양쪽에 상당한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일종의 남남갈등 같은…. 북한이 우선 이걸(출입 제한) 날짜를 끌고 가느냐 아니냐 이런 게 수위 조절일 것 같다. 남측에 '개성공단을 자동으로 폐쇄할 수 있다'는 사인을 강하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게 풀린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신뢰프로세스, 특히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등은 우리 정부 입장을 더 명확히 해서,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과 북핵 해결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대통령, 정부당국자 등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발적 사태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걸 막도록 잘 관리하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한 때다. 발언 수위 등 신중한 접근이 대단히 중요하다.

[익명의 북한 전문가] "통제권은 남쪽에 있다... 미·중도 그에 따라 꿈틀댈 것"

역대 정부를 보면, 김대중 대통령 때도 남북관계를 푸는데 시간이 걸렸다. 북쪽 대화 제의에 바로 응답한 정부는 없었다. 초반에 기세 싸움이 벌어지기 마련이니 작은 사건들에는 덤덤하게 넘어가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제한 등을) 언제 풀 생각 있을까?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전후인지, 아니면 여름까지 갈지를 볼 때, 현재 상황으론 좀 오래 걸릴 것 같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경험이 적고, 덜 조심스러워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은 상황을 주도하며 예쁜 그림을 그렸다면, 김정은 비서는 투박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북한 체제 특성상 '싸우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남한이 강공하면 한없이 강하게 가는 게 북한이다.

북한은 불같다. 불은 물 말고 다른 걸로 다스릴 수 없다. 그럼 교류·협력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다른 식으로 해야 한다. 한미, 한중 간에 조율해야 한다. 특히 지금 북한은 북미관계 푸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박근혜 정부가 아직 어떤지 모르니, 실험하는 단계다. 결국 정상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통일부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상층부가, 정상이 풀어야 한다. 예전에는 현대란 주체가 양쪽 정부를 오가며 채널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창구가 없다. 단 남쪽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바뀐다. 또 북한이 볼 수 있는, 대통령이나 언론, 장관 발언이 어떤 분위기인지에 좌우된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한 번 만났기 때문에, 북한이 보기엔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 또한 남쪽 행보에 따라 꿈틀댈 것이다. 특히 사람들이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는 게, 시진핑은 후진타오보다 북한에 더 우호적이다. 과거와 상황이 변해서(북핵 실험 강행) 중국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는 동참 안 할 수 없어졌지만, 개별 제재는 안 하고 있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남쪽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바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폐쇄 아니라 생산중단 우려"

▲ 발길 돌리는 개성공단행 화물차량들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면서 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화물차들이 개성행을 포기하고 차량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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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최근 조치들이 개성공단 폐쇄 쪽으로 가는 수순 밟기인지, 아니면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연장 선상에서 단순히 우리 쪽을 압박하기 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볼 때는 압박이다. 

다만 들어가는 걸 막으면, 사람뿐 아니라 자재도 못 들어가는 건데, 그럼 생산이 안 되지 않나. 일주일 분량이야 버틸 수 있어도, 물품 생산에도 적기가 있는 만큼 (출입 제한이 계속된다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까봐) 우려스럽다. 계속 봐야 한다. 언제까지 들어가는 걸 막을지…. 길어지면 가동이 중단된다. 이건 폐쇄하고는 다르다.

북한이 그동안 박근혜 정부에는 '대화냐 대결이냐', 미국 오바마 정부에는 '핵전쟁이냐 평화협정이냐'며 양자택일을 촉구했다. 실질적으로는 '두 정부가 (입장을) 전환해 대화에 호응하라는' 뜻이 더 강하지 않겠나. 

정부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책무이지만,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 말고 차분히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적절한 수준에서 사실관계를 다루고, 언행에도 신중해야 한다. 언론도 이 일을 차분하게 다뤘으면 좋겠다. 북한 역시 한국 일부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반응해야 한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 "북한 자존심은 건드리지 말자"

약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2~3월까지는 군사적 위협이 중심이었는데, 북한은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병진하겠다'는 노선을 정했다.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선 (개혁파 경제관료로 알려진) 박봉주를 내각 총리로 하면서 내부적으로 경제건설을 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에 옮겼다. 하지만 4월 들어 아직 군사적 위협은 없다.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긴 했지만, 군사적 위협의 직접적 표현이라기보다는 '핵 무력 건설' 방침에 따른 후속조치다. 

개성공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단편적으로 본다면, 남한에서 '개성공단은 달러박스여서 북한이 포기 못 할 것'이라고 말한 데에 북이 약 오르고 자극받아서 '개성공단이라고 못할 게 없다'며 호기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개성공단에 남한 기업이 125개 정도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문 닫으면 남쪽도 손해'란 걸 보여주려는. 남북 양쪽이 개성공단을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다. 그럼 북한이 보기에 '남한이 골탕 좀 먹었다'고 생각하면 (출입 제한 조치를) 풀 것이다. 그런데 우리 쪽에서 이번 일을 두고 계속 뻣뻣하게 대응한다면, 점점 더 개성공단 기업들을 압박하고 군사 시위에 나설 수 있다. 

결국, 남한의 반응을 보면서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약 올리지 말고, 오히려 이번 계기로 남북 상황이 어떻든 간에 개성공단은 계속 굴러가게끔 하여야 한다. 개성공단만큼은 '평화의 마지막 보루'가 되도록 말이다. 그동안 남북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통일부가 그래도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을 관리해왔다. 매우 바람직한 태도였다. 이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현명하게 조치해서, 개성공단이 평화의 마지막 보루가 되도록 하는 노력을 기대한다.

[김연철 코리아연구원 원장] "큰 틀에서 풀어야... 정부, 대화 제스처라도"

(현재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끝이 안 보인다. 돌파구를 찾으려면, 국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서로 대응강도를 높여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이란 게, 한미 양국이 군사적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어 도발은 쉽지 않다. 말 수준에선 더 위협적인 말이 없다. 최고 단계까지 갔다. 그럼 행동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많지 않다. 그러니까 개성공단이라는, 자기들한테도 굉장히 아픈 부분을 쪼개서 (대응)하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응 수위를) 더 높여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른 국면을 만들지 못하면 개성공단 폐쇄 등이 예정된 코스인데, 아마 하나하나 잘게 쪼개서 대응할 것 같다.

(현 상황을 풀려면) 큰 틀에 맡겨야 한다. 개성공단 단위로만 풀 수 없다. 상호억제력 강화하는 것, 이건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협상해야 한다. 물론 협상을 시작한다고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위기감이 높아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 그걸 중단한 뒤 해법을 모색해보는 일도 괜찮다. 대화가 시급하다. 정부가 (북한에) '만나서 얘기하자'는 말을 왜 못하는가. 물론 지금 당장은 답이 없다. 그렇지만 제스처라도 적극 취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끝이 안 보여서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