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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기 산업혁명의 기치와 함남의 불길'
<기고>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로 보는 ‘경제유훈’ -유영구
2012년 01월 10일 (화) 11:18:50 유영구 tongil@tongilnews.com
유영구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북한 전역에서 신년공동사설, 정치국결정서, 공동구호 등을 관철하기 위한 군중집회가 열리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령적 유훈’은 “새 세기 산업혁명의 기치와 함남의 불길을 따라 혁명과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대혁신, 대비약”을 일으키는 것임이 신년사설로 확인된 바 있다. 신년사설과 공동구호 등은 2012년 부문별 정책 중점방향과 새 세기 산업혁명의 전략과제들을 제시했다(“북한의 2012년 주요 대내정책 방향” 기사 참고). 군중집회는 각 단위별로 바로 이러한 정책 중점방향과 전략과제를 실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정치행사이다.

올 상반기에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경제유훈’과 관련된 강연과 학습, 기록영화 상영, ‘경제유훈’ 관련 저작 발표 등이 이어질 전망이다(참고로 당중앙위원회는 김 위원장의 70회 생일을 맞아 주체사상.선군사상의 총서인 『김정일전집』을 발행할 예정). 『로동신문』이 1월 9일자 사설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사상과 노선, 혁명적 원칙과 투쟁방식을 한 치의 양보나 드팀도 없이 전면적으로 철저히 구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인민생활향상에서 결정적인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 ‘유훈’이고 김정은 부위원장의 ‘확고부동한 의지’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볼 때 김 위원장의 서거 이전 약 3개월 동안의 경제부문 현지지도와 발언을 살펴보는 것은 정책 예측에 도움이 된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16일까지 김 위원장의 산업현장 현지지도는 북측 보도로 확인된 것만 40여 단위가 넘는다(표 참조). 지역적으로는 평양과 함경남도, 자강도에 집중됐고 분야는 최첨단 CNC공장에서부터 광산, 농장, 양어장, 식료공장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산업부문에 걸쳐 있었다. 함남의 현지지도와 모범단위의 창출은 ‘함남의 불길’, 자강도의 현지지도와 최첨단 돌파의 모델은 ‘산업혁명의 기치’가 되고 있다. 모범단위 창출과 전국적 확산은 2008년에 ‘강선(천리마제강)의 봉화’ 구호를 들고 150일/100일 전투를 전개한 것이나 ‘희천속도’(희천발전소 건설속도), ‘새로운 평양속도’(10만세대 건설속도) 등에서 익히 보아오던 군중운동 방식이다.

<조선중앙TV>가 지난 연말에 방영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기록영화(2011.10.7-28) 및 현지지도 소식을 전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간간이 소개된 그의 발언은 ‘경제유훈’을 내용을 잘 보여준다.

지난 해 10월 16일 공개된 함흥시 소재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등 4곳에 대한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주체섬유(비날론), 주체비료(갈탄 이용) 등과 함께 기계· 제련부문 등 국가기간산업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그는 2.8비날론연합기업소에서 “기업소의 생산을 정상화하려면 전기, 무연탄을 비롯한 원료와 자재를 제때에 충분히 대줘야 한다”고 지적하는 한편, “과학연구사업을 심화시켜 제품의 질을 부단히 높이고 가짓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함남 단천지역 광산 2곳(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탐사를 적극적으로 앞세워 더 많은 예비 광량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최신과학기술에 기초한 채굴대책을 면밀히 세우고 줄기차게 내밀어야 한다”고 하면서 “채굴설비를 부단히 갱신해야 한다”는 과제를 내놓았다. 그는 단천항 건설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지난 시기 검덕, 단천지구에서 생산하는 제품들을 자동차와 열차로 여러 번 이적하면서 멀리 떨어진 항들로 옮기던 불합리한 수송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고 높이 평가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광산과 항구 간의 수송체계 개선사업의 불을 지폈다.

12월 10일 보도된 함남지역의 현지지도에서는 기간산업뿐 아니라 경공업.농업에 이르는 중요 단위들이 대상이었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 급수침전지, 룡성기계연합기업소 분공장, 신흥산화학공장, 함흥편직공장, 흥남구두공장, 성천강수출품 출하사업소, 함흥시 회상지구 남새온실 등이 그것이다.

10월 16일 보도와 12월 10일 보도 사이에 함남 산업종사자들에 대한 행사가 있었음이 주목된다. 김정일 위원장이 함남의 간부들과 노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을 위한 연회를 개최했던 것이다(10월 23일 보도). 이것은 ‘함남의 불길’을 전역으로 확산시켜 ‘강성대국건설의 불길’로 번지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대흥청년영웅광산, 용양광산, 단천마그네샤공장, 단천항 건설장, 룡전과수농장, 동봉협동농장 등에서 일하는 경제간부들과 노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이 연회에 초대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함남의 불길’이 전체 산업부문을 겨냥한 것이라면 ‘세 세기의 산업혁명의 기치’는 공작기계.정밀기계를 중심으로 한 최첨단돌파의 중심고리이다. 지역적으로는 ‘국방공업의 전략적 중심지’ 자강도가 최첨단돌파의 모범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0월 26일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27일에는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일에는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을 각각 현지지도했다. 그는 CNC 메카인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에 대해 “국보적 가치를 가지는 기업소”라고 극찬했다. 참고로 10월 29일자 보도에서는 세 기업소 외에 2.8기계종합공장, 희천정밀기계공장 등도 현지지도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기록영화에서는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국방공업 연관 단위인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은 장자강공작기계공장에서 “우리가 건설하려는 경제강국은 지식경제형 경제강국"이라고 밝히고 "이것은 적은 자원, 적은 노력, 적은 에너지로 보다 많은 물질적 부를 창조할 수 있게 하는 CNC화, 무인화를 실현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지식경제형/기술집약형 경제강국’의 건설에서 공장의 자동화.현대화가 핵심과제임을 ‘경제유훈’으로 남긴 것이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에 지시해 11월 8일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 노력혁신자· 노동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하고 연회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기남 당비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과 경제담당 당비서들, 평양시당 책임비서, 당 기계공업부장,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당, 국가, 군대의 고위책임자들이 참석해 련하기계 참석자들과 일일이 건배잔을 부딪히며 노고에 감사하는 등 최첨단돌파전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생필품 생산과 관련, 10월 7일 평성합성가죽공장의 현지지도에서 “지금 우리 인민들은 질 좋은 신발과 가방, 혁대, 점퍼, 벽지 등을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인민들에게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많이 보내주자면 여러 가지 질 좋은 합성가죽을 더 많이 생산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장의 현대화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고 선진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재 생산공장의 현대화와 선진기술 도입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낙랑영예군인 수지일용품공장에서는 “우리는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도 인민들이 좋아하는 인기상품, 그 어디에도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수요가 높은 상품 생산과 품질향상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는 또 9월 8일 평양시 여러 부문 사업의 현지지도에서 “식료공업에서 새로운 앙양을 일으키자면 생산공정의 현대화를 계속 높은 수준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고기상점에서 “상품 진열은 상업에서 문화성과 봉사성을 높이는 수단의 하나이므로 상품진열의 형식과 방법을 부단히 개선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가 12월 15일 마지막 현지지도를 평양 광복지구상업중심(대형마트)으로 잡은 것은 생필품.내구성소비재 공급을 위한 상업유통망을 새롭게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1월 5일 개업한 광복지구상업중심에는 가정용품, 전자제품, 식료품, 섬유잡화 등 매장 구비). 유훈에 따라 대형마트 내지 슈퍼마켓이 평양에서 지방 도시들로 확대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단백질과 칼로리 높은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두단오리공장(10.11),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자라공장(10.13), 양어장(11.11-12) 등을 현지지도했다. 이들 공장은 모든 생산공정이 자동화.현대화되어 있는 모범 단위이고, 북한 전역에서 이들 공장을 따라 배우는 운동이 전개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는 특히 양어사업과 관련, “양어를 군중적 운동으로 광범히 벌여 이 사업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야 한다”고 하면서 “샘물, 온천을 적극 이용하고 양어에 적합한 곳들을 찾아 양어장을 더 많이 건설해 물이 있는 모든 곳에 물고기떼가 욱실거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농업문제에 관한 유훈은 10월 17일 함주군 동봉협동농장의 현지지도에서 한 발언이 중시될 것이다. 그는 “땅의 지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있게 벌이고 작물재배 과정에서 우월성이 확증된 다수확 품종의 종자들을 적지에 배치해야 한다”고 밝히고, 또한 “두벌농사를 더 잘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짜고 들며 선진영농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지 지력 회복, 다수확 품종 재배와 이모작, 선진영농기술 도입 등이 농업정책의 방향인 것이다.

그밖에 김정일 위원장은 10월 9일 태양열설비센터를 현지지도함으로써 태양열에너지 연구사업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센터에서 매해 수천대의 태양열 물가열기(발전기)를 생산하여 건물들에 설치할 때 중소탄광이나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나 맞먹는 경제적 실리를 얻는다는데 이것만 보아도 과학기술이자 경제강국건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히고 “센터에서 새롭게 마련한 생산토대에 의거하여 태양열 물가열기를 대량적으로 생산하며 그 보급사업을 활발히 벌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망적으로 태양열 에네르기의 리용범위를 확대하고 그 효과성을 더욱 높이며 태양열 물가열기의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한 사업에도 힘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전력을 적게 쓰면서도 밝은 빛을 내는 조명전구 등을 보고 ‘경제적 실리’가 큰 전구들을 많이 생산하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서거 3개월 전에 김 위원장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숱한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노동당의 경제정책과 전략담당 핵심부서들에서는 ‘경제유훈’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각 부문별로 ‘유훈교시’를 하달할 것이다. 외부세계에서 그의 ‘경제유훈’을 무시한 채 막연히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북한의 경제정책 방향과 현실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을 수 있다. 지난 1월 1일 105땅크부대를 시찰한 김정은 부위원장 겸 최고사령관이 어느 시점에, 어떤 산업현장에, 누구를 대동하고 현지지도를 나설 것인지가 주목된다.

<표> 김정일 위원장 서거 이전 현지지도 (2011.9.1-12.16) 

분야

                          현지지도 등 단위

보도일

경제

평양시 여러 부문 사업 - 평양 8월풀가공공장, 금성식료공장, 만수대지구 건설장, 보통문거리 고기상점

 9.8

목란비데오사 현지지도

 9.10

함경남도 단천항 건설장, 단천마그네샤공장, 룡전과수농장

 10.4

낙랑영예군인 수지일용품공장, 평안남도 평성합성가죽공장

 10.7

태양열설비센터, 중앙양묘장

 10.9

두단오리공장 

10.11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자라공장, 대동강그물공장

10.14

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 (단천지역)

10.16

함흥시 중요 기업소들- 2.8비날론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룡성기계연합기업소, 흥남제련소

10.16

함경남도 함주군 동봉협동농장

10.17

자강도 공장들-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장자강공작기계공장, 2.8기계종합공장, 희천련하기계종합공장, 희천정밀기계공장 등 *

10.29

태성기계공장

 11.3

김종환이 사업하는 양어사업소

11.11

엄덕성이 사업하는 양어사업소 (인민군 제580군부대 소속)

11.12

이명제가 사업하는 돌 가공공장

11.25

황해남도 과일군

11.27

함경남도 여러부문 사업- 2.8비날론연합기업소 급수침전지,룡성기계연합기업소 분공장, 신흥산화학공장, 함흥편직공장, 흥남구두공장, 성천강수출품출하사업소, 함흥시 회상지구 남새온실 등

12.10

하나음악정보센터, 광복지구 상업중심

12.15

국방

정권 창건 63주년 경축 노농적위대 열병식 주석단 참석

 9.9

인민군 제4304군부대와 관하중대 시찰

10.19

인민군 제985군부대 지휘부 시찰 및 광덕돼지공장 현지지도

10.22

인민군 제789군부대 시찰

10.31

인민군 공군 연합부대 훈련 지도

 11.2

인민군 제322군부대 시찰

 11.3

인민군 공군 제813군부대 및 군부대의 혁명사적지 시찰

 11.7

인민군 제534군부대 산하 종합식료가공공장 시찰

 

조선인민내무군 제3154군부대 군인건설자들과 기념촬영

11.22

제233대연합부대(전선서부) 지휘부(4군단사령부) 시찰

11.25

인민군 공군 제1016군부대 시찰

11.26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 지도 (9월7일)

11.27

인민군 제630대연합부대 종합전술훈련 지도 및 인민군 제169군부대 관할 중대 시찰

11.30

인민군 공군 제378군부대 비행훈련 지도

 12.3

인민군 제966대연합부대(평양방어사령부) 화력타격훈련 지도

12.13

기타

전국 여맹소조종합공연 관람

 9.12

은하수 10월 음악회 ‘영원히 한 길을 가리라’ 관람

10.11

당 창건 66돌 즈음 당중앙위․ 당중앙군사위 공동 주최 경축 연회 참석

10.12

나무중대 군인들의 예술소조공연 관람

10.18

러시아 아무르주 장관 일행과 담화 및 만찬

10.20

함경남도의 일꾼들과 노력혁신자들·과학자·기술자들 위해 연회 마련

10.23

리커창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접견 및 만찬 마련

10.24

류훙차이 북한주재 중국대사 접견 및 만찬

 11.1

인민군 제6556군부대 지휘부 예술소조 공연 괌란

11.19

빙상피겨모범출연 관람

 12.4

개선청년공원 유희장 시찰

 12.4

인민군 제35차 군무자 예술축전 당선 제762군부대․제966군부대․제630군부대․제337군부대․제233군부대 관하 중대군인들 공연 관람

 12.6

인민군 제324대연합부대 예술선전대 공연 관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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