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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두 눈을 감고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류우익

 

[기사 대체 : 14일 오후 8시 25분]

 

"5.24조치로 북은 안 변하고 우리 기업만 피해본다. 이제 (대북정책의)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

"남한이 피해가 더 큰 것처럼 보이지만 충격은 북한이 더 크다. 아직 출구전략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 (류우익 통일부장관 내정자)

 

14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지난 3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총평가하는 자리였다.

 

한나라당 일부를 제외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지속해온 '비핵개방3000'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제 정책을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류우익 후보자는 '비핵개방3000' 정책이 실패했다는 의원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아직 출구전략을 논할 시점이 아니라고 대응했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현인택 전 장관과 달리 유화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온 류 후보자는 이날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의원들은 류 후보자의 대북정책-통일관 등에 질문을 집중하면서도 류 후보자 아들의 특혜취업 의혹과 배우자의 도덕성 등을 문제삼았다.

 

"MB정부 총체적 실패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류우익

이날 포문은 김동철 민주당 의원이 먼저 열었다. 김 의원이 세종시, 동남권신공항, 과학벨트 등 대형국책사업 약속 위반, 양극화 극대화, 물가대란 등 현 정부의 실정을 열거하면서 '총체적 실패'라고 질타하자, 류 내정자는 "총제적인 실패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국제적 여건이 매우 어려운데도 경제를 회복하고 국가 위상을 현저하게 끌어올렸다"고 현 정권을 엄호했다.

 

이어 의원들은 이명박 정권의 이데올로그이며 '실세'로 알려진 류 후보자에게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가져올 묘책을 요구했으나, 류 내정자의 입에선 끝내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지난 8월 31일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사이 얘기해봤나"는 질문에 "계속 궁리중"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있느냐는 같은 당 김호연 의원의 질문에는 "유연성을 낼 수 있는 부분과 사안이 있는지 검토는 하겠지만, 하나 하나의 사안을 놓고 원칙과 유연성을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그는 대북정책의 기조변화와 관련한 대부분의 질문에 "검토중이다", "후보자의 답변에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피해가려다 의원들로부터 '성의없다'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류 후보자는 이어 장관이 돼도 (대북정책을) 지금과 똑같이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장관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획기적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한다는 해석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경색 국면의 책임이 북한의 핵실험과 무력 도발에 있는 만큼 북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다만 인도적 지원 등 여러 부분에서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여러모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이 '비둘기파'로 불리는 데 대해서는 "정책 수행 과정에서 때론 단호하게, 때론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둘기파로 불리는 걸) 수용하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5.24조치 피해, 금액은 남이 크지만 충격은 북이 클 것"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류우익

오후 청문회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직후 내린 '5.24조치'가 쟁점이 됐다.

 

박주선 민주당 의원은 "(남북관계 경색의) 1차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대북정책이 성공했으면 박왕자씨 피격사건,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이 있었겠냐"고 전제하고 "5.24조치는 북한이 변하기를 바라며 내린 조치인데 북한은 안 변하고 우리 기업만 피해를 입는다"며 "그렇다면 이제 대북정책의 출구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도 "5.24조치 이후 남측은 45억달러, 북측은 8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는 통계가 있다"며 "우리가 북한보다 5배 더 손해를 입었는데, 이런 정책을 지속할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류 후보자는 "남한의 경제규모가 크기 때문에 피해가 커보이지만 충격은 북한이 더 크다고 본다"며 "지금이 출구전략을 논의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5.24조치가 북-중 교역으로 전혀 효과를 못 보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북한이 입는 타격이 우리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류 후보자는 "북한은 경제규모가 작아 적은 금액으로도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도 "장기화되면 (북한이) 적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의 연구결과가 일정 부분 일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내실있는 회담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 후보자는 또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기 전 세종연구소 소장을 제의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는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계속된 추궁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제1 개성공단의 입주가 마감되고 여건이 마련되면 제2 개성공단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부인, 수업 40%만 하고 월급 전액 수령... 아들은 특혜입사 의혹"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학교수인 류 후보자 부인의 부실수업과 아들의 특혜취업 의혹 등이 논란이 됐다.

 

최재성 의원은 숙명여대 약학부 교수인 류 내정자의 부인이 류 내정자의 대사 부임 중 수업을 40%밖에 못했으면서도 월급을 전부 수령한 것의 도덕성을 따졌다. 마땅히 휴직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류 후보자의 아들이 박사학위자를 뽑는 삼성의 경력사원으로 특채 입사한 것에 대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류 내정자는 "아내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직자의 아내로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고, 아들의 특혜입사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박선영 의원은 또 류 후보자가 재산세를 2번 납부하지 않아 아파트가 압류됐으며, 과태료를 내지 않아 자동차도 3번 압류당한 사실을 문제삼았다. 특히 류 후보자는 문제가 되자 지난 6일에서야 자동차 과태료를 납부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외교관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날 오전 청문회는 류우익 내정자의 모르쇠 답변과 오만한 답변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검토하겠다" "노력하겠다" 등의 식상한 답변이 내내 이어지자 여당 의원들조차도 "답변에 실망했다" "(현안에 대해) 깜깜하긴 (나와) 마찬가지네" 등 불만스런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긴장감은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서 가장 고조됐다.

 

이 의원이 "(류 내정자가) 공부해서, 장관돼서 검토하겠다고만 하는데, 통일부가 '검토부'가 되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에 류 내정자는 "통일정책이란 게 하루아침에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답변했고, 다시 이 의원은 "대답을 기대했는데 가르침만 받았다"고 비꼬았다.

 

류 내정자는 또 "그간 주중 대사를 맡았던 사람들보다 이것만은 더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해달라"는 요구에 "외교관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하지 않는다"고 받아쳐 청문회장 분위기를 잠시 싸늘하게 했다.

 

이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의원까지 나서 "그간 류 내정자처럼 말한 사람은 없다"며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류 내정자는 오후에 속개된 청문회에서 "외교관 발언은 자랑할 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는 겸양의 뜻에서 한 말인데 말투가 투박해서 오해를 샀다"며 사과했다.